뿌리기술 경쟁력으로 선진국 공략하는 강소기업
  • 정진현 산업은행 수석컨설턴트 (jh.jeong@kdb.co.kr)
  • 승인 2018.08.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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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은행의 작은 컨설팅 이야기] 7회 - 4차 산업혁명 시대, 뿌리기술 고도화로 대응하다

 

금형은 동일 규격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이용되는 일종의 ‘틀’로서 현대사회에서 인류가 쓰는 모든 이기(利器)의 생산과정은 금형에서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즉 금형업은 조선·자동차·IT기기 등 우리나라 주요산업 제조공정의 출발점이며, 제품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대표적인 뿌리산업이라 할 수 있다. 

 

아름드리나무도 튼튼한 뿌리가 있어야 푸름을 더해갈 수 있듯이 한 국가의 제조 경쟁력도 근간이 되는 뿌리기술 경쟁력이 있어야 유지되고 번창할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및 가전 업체들로 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금형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 바로 삼우금형이다.

 

전 세계 3대 금형전시회 중 하나인 INTERMOLD KOREA 2017 출품 현장 (사진제공 = 산업은행)

 

뿌리기술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동반자, 산업은행

 

삼우금형은 설립 후 30년 동안 사출금형 한 우물만 파면서 성장해온 중소기업이다. 국내 중소기업 평균 수명이 11년 남짓이고 30년을 넘는 경우는 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삼우금형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 할 수 있다. 

 

회사는 꾸준한 R&D·설비투자로 스마트공장 시스템과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수 년 전 부터 운영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 발 앞서 준비 중이며, 첨단 기술력을 요하는 자동차 램프와 엔진부품의 사출금형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 Automotive Lighting, MAHLE, HELLA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태국·멕시코·미국·유럽 등 세계 각지에 4개의 법인과 2개의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중소기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2017년 10월12일 MAHLE 독일 본사로부터 최우수 공급사로 평가받은 Project Management 상 (사진제공 = 산업은행)


 

지방 이전의 효과와 두 가지 숙제

 

삼우금형이 이전에 위치했던 온수산업단지는 조성 후 50년 가까이 경과하면서 공장 노후화, 협소한 도로, 지반 흔들림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고, 복잡·정교해지는 고난이도의 금형을 제작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에 조윤장 사장은 안정적 생산 환경 확보를 위하여 충남 당진의 신규 산업단지로 이전을 결심하였다. 

 

2014년 공장 이전 후, 넓고 안정적인 생산 환경 확보 및 주변 인프라 개선으로 해외 바이어로부터 신뢰를 구축하면서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영업과 생산 측면에서는 분명 성공적인 지방 이전 효과였지만 회사는 두 가지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그 중 하나는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던 기존 임직원들의 지방 이전 문제와 지방 인력 부족에 따른 채용의 어려움이었다. 삼우금형 조윤장 사장은 과감한 투자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였다. 전 임직원 수용이 가능한 기숙사와 사택 신축, 직장 어린이집 운영, 이사비 지원 등을 실시하였다. 

 

채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대졸, 경력직 위주 채용에서 마이스터고 출신 채용 및 일학습병행제(공주대 연계) 실시로 우수 인재를 선점하고 금형전문가를 육성함으로써 직원과 회사의 동반 성장을 모색하였다. 그 결과 삼우금형은 퇴사율을 5% 미만으로 유지하고 우수한 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게 되었다.

 

두 번째 숙제는 지방 이전에 따른 차입금 증가로 인한 재무적 곤경이었다. 영업과 생산의 성공 이면에는 재무적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본격적 매출 및 수익 증대를 달성하기 전 차입금 상환기일이 도래하면서 유동성 위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꾸준한 당기순이익을 시현하고 있던 중임에도 자칫 흑자 도산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삼우금형은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급한 재무전략이 필요했으며, 산업은행 컨설팅실과 삼우금형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대형 크레인으로 조립단계의 금형을 이동시키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산업은행)

 

삼우금형의 지속적·혁신적 성장을 위한 동반자 산업은행

 

회사는 재무구조의 개선과 IPO 사전 준비를 위하여 산업은행 컨설팅실에 중장기적 재무전략 수립을 의뢰하였다. 산업은행은 전방산업 동향과 삼우금형의 영업·생산·관리 분야의 내부역량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복잡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자동차 램프 시장과 경량화가 대세인 자동차 엔진부품 시장에서 삼우금형의 경쟁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지역별·매출처별 분석을 통하여 향후 수년 동안의 매출 및 영업이익을 정교하게 추정할 수 있었다. 여기에 잔여 서울 공장부지 매각 시나리오를 결부하여 안정적 차입금 상환과 적정 차입금 규모 달성을 위한 재무전략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회사는 컨설팅 보고서를 바탕으로 차입금 조건 및 규모를 조정함으로써 유동성 경색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산업은행 컨설팅실과 삼우금형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재무구조 개선 컨설팅 결과에 크게 만족한 삼우금형은 내부 숙원 과제였던 내부통제개선 컨설팅을 추가로 의뢰하였다. 4개의 해외법인, 2개의 해외사무소, 200여명의 임직원, 꾸준한 매출 성장. 회사는 나날이 커져가는 외형에 걸맞은 내실강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재무구조 개선 컨설팅이 아픈 곳을 치료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내부통제개선 컨설팅은 근원적으로 체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자칫 감추고 싶을 수도 있는 속내 그대로를 보여주는 회사의 결단이 대단하였고, 산업은행 컨설팅실을 신뢰함에 감사했다. 산업은행 컨설팅실은 회사의 현 업무프로세스 분석에서 출발하여 모범적인 내부통제활동과의 차이점을 도출하고 발생 가능 위험 시나리오를 찾아내어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교과서적인 내부통제제도를 모두 갖추도록 제안하지 않고, 실현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핵심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방지하는 개선안을 찾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본 컨설팅 결과, 11대 개선과제와 1년 과정의 단계별 로드맵이 제시되었으며, 회사는 이 같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구매에서 생산관리·원가관리·해외법인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인 내실강화를 달성해가고 있다.

 

삼우금형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수 십 년간 쌓아온 기술 경쟁력과 시장 평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2019년에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부품업체가 집결해 있는 멕시코 과나후아토 지역으로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나온 30년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삼우금형을 위하여 산업은행의 동반자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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