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권하는 ‘명절 증후군’ 싹 날려버리는 법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3 16: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식·관절·운전·피로 관리로 추석 연휴 스트레스 걱정 ‘뚝’

 

외국엔 '명절 심장병'이 있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 첫날 등 명절 연휴 이후 심근경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명절 증후군'과 비슷하다. 우리도 명절 때 과로, 과식, 과음,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명절 때는 음식, 관절, 운전, 피로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명절을 보내는 방법을 정리했다. 

 

열량을 줄일 수 있는 조리법으로 섭취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 전통 요리 방식에서 벗어난 건강한 음식 장만

 

과거 명절은 ‘보양’의 기회였다. 지금은 과식을 피해야 할 위기다. 명절 중에서도 음식이 풍성한 추석 이후 체중이 늘어나는 사람이 많다. 추석 음식은 평소 먹는 음식보다 열량이 2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보통 한식 한 끼 열량이 약 500kcal인데, 송편 5~6개만 먹어도 밥 한 공기에 해당하는 300kcal를 섭취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열량이 높은 음식은 떡과 전과 같은 기름진 음식이다. 약과와 유과에 각각 170kcal와 120kcal의 열량이 있고, 식혜와 맥주의 열량은 각각 100kcal다. 

 

열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요리 방식에서 벗어나 음식을 조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채소는 한 번 데쳐서 조리하고, 기름 대신 물로 볶을 수 있는 것은 물을 사용한다. 튀김용 재료는 가급적 큼직하게 썰고, 팬을 뜨겁게 달군 뒤 기름을 두르면 기름 섭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고기는 굽기보다 찜을 하고, 송편엔 참기름을 적게 바른다. 이렇게 해도 열량 섭취는 평소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면 '더 먹은 만큼 움직이자'가 정답이다. 

 

서서 일할 때 발판을 놓고, 물을 자주 마시면 관절과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서울대병원 제공)

 

■ 서서 일할 때 발판 이용해 건강한 관절 유지 

 

명절만 지나면 관절 고통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손상돼 염증과 통증이 있는 질환이다. 무릎, 척추, 발목, 손가락 등 체중을 지탱하거나 평소 많이 사용하는 관절에 주로 나타난다. 체중 부하와 과사용으로 연골에 수분과 탄력이 줄어 부분적으로 연골이 닳은 것이 주원인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구부리거나 쭈그리고 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더 흔하다.

 

통증을 줄이려면 서서 일할 때 발밑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해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가며 움직여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거운 물건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들어 허리와 무릎에 과도한 무게가 실리지 않게 한다. 일하기 전과 후에 무릎 강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퇴행성관절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한식 위주 식사는 관절 염증을 줄이는 데 서양식보다 도움이 된다. 오메가-3 지방산은 우리 몸의 염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한국식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등 푸른 생선, 들기름, 호두, 잣, 땅콩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반면 콩기름이나 포도씨유 등에는 오메가-6 지방산 같은 염증을 유발하기 쉬운 성분이 더 많다. 보통 서양식은 오메가-6가 오메가-3 지방산보다 16:1 비율로 훨씬 많다. 

 

또 관절염과 통증을 줄이려면 관절 주위 근육이 튼튼해야 한다. 근육이 튼튼해지면 상대적으로 관절이 안정되고,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작아진다. 살코기, 생선, 달걀, 버섯, 콩 등 양질의 단백질을 매끼 조금씩 섭취하는 것이 좋다. 관절과 허리 디스크 부위는 수분과 함께 영양분이 보충되므로 하루 1.5L 정도 물을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관절 건강도 결국 혈액순환과 혈관 건강이 결정한다. 명절 준비로 집안일이 늘어 피곤할수록 자기 전 10분 이내 스트레칭을 해 다리에 고인 정맥혈과 림프순환을 호전시키면 관절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운전 전에는 과식보다 약간 배고픈 듯 식사하는 것이 졸음운전을 예방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 운전 후 통증 예방법 '엉덩이와 등을 차 등받이에 바짝'

 

명절증후군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나타난다. 명절 이후 무릎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장시간 운전 때문이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운전 시간이 길어 모든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또 길이 막히면 스트레스와 짜증으로 목도 뻣뻣하고 머리도 아파진다. 명절 후 생활 리듬이 깨지고 과음, 과식으로 인한 후유증은 통증을 악화시킨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근골격계 질환과 사고 예방을 위해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바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앉으면 누울 때보다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이 2∼3배 늘어난다. 운전은 어깨, 허리, 무릎, 발목 근육만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과다 사용과 긴장에 따른 피로를 유발한다. 

 

출발 전 차량의 의자 각도를 110도 정도로 조절하고, 엉덩이와 등을 등받이에 바짝 붙여 앉으면 허리에 무리가 덜 간다. 허리가 좋지 않거나 키가 작은 운전자는 쿠션을 허리 뒤에 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규칙적으로 차를 세우고 쉬면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관절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조심할 것은 졸음운전이다. 과식 후 운전할 때 졸릴 수 있다. 운전 전 약간 배고픈 듯 식사하고, 운전 중에 간식을 조금씩 먹는 것이 졸음 예방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창을 닫고 에어컨을 켜면 실내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해 머리가 더 무거울 수 있으므로 환기를 자주 해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게 졸음 예방에 좋다. 

 

 

■ 평소 기상 시간 준수로 명절 피로 관리

 

이번 추석은 5일 연휴다. 연휴 후 정상 생활로 돌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소와 다른 일에 시달려 피로가 쌓인 데다가 정신적으로도 약간의 흥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몸의 정상 리듬이 깨진 것이다. 연휴 후 심한 피로와 업무 공백 등의 후유증 해소를 위해 적절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우선 명절 피로의 대부분은 수면 부족과 일상의 규칙적 생활 리듬이 변화한 것에서 비롯된다. 자동차로 새벽이나 야간에 장거리 이동을 하고, 친지와 술자리나 놀이로 평상시보다 늦게 자는 경우가 많아진다. 여자들은 명절 내내 부엌에서 긴장하며 일을 하느라 피로가 쌓인다. 이럴 경우, 아침에는 반드시 평소 기상 시간을 지키도록 한다. 졸리면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참기 어려운 정도면 10~20분 낮잠을 자는 것이 좋다. 낮잠이 1~2시간 이상 길면 오히려 밤 수면을 방해하고 수면 리듬을 깨뜨릴 가능성이 있다. 

 

연휴 후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두어야 한다. 연휴 마지막 날 밤이나 다음날 새벽에 귀가하는 것보다는 조금 여유 있게 전날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마치 시차 적응을 위해 도착지 시각에 맞추듯 다음날 일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몸을 훈련하는 것이다. 

 

출근한 첫날은 가급적 무리가 되지 않게 과음과 과식을 피하고, 점심 식사 후 건물 밖에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신다. 가능하면 출근 첫날은 조금 일찍 일을 끝내는 것도 몸이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