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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각축전에서 기선 제압 실패한 애플

진행 더딘 애플의 ‘ARKit’…“AR앱 1000개도 안된다”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6(금)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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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AR(증강현실)에 주목하고 있는 정황은 적지 않다. 2017년 6월 열렸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도 긴 시간을 들여 발표한 것 중 하나가 모바일에 AR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팀 쿡 애플 CEO가 AR에 큰 기대를 피력해온 것만 봐도 그렇다. 인터뷰가 많지 않은 쿡이지만 2017년 초 언론과 모처럼 가진 인터뷰에서 그가 자주 언급한 단어는 'AR'이었다. “AR에 흥분하고 있다. 고함지르고 싶을 정도다”라고 표현했다. 2016년에도 그랬다. 쿡은 “AR 보급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 일부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반드시 보급할 것이다. 대규모 형태로 보급됐을 때, 더 이상 AR 없는 생활 같은 건 생각할 수 없다. 지금 스마트 폰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고 말했다. 

 

AR을 소재로 한 애플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때는 지난해 WWDC였다. 원래 확신이 서기 전까지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밝히지도, 확인해주지도 않는 애플이다. 그런데 애플은 WWDC에서 아이폰용 AR앱 개발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ARKit’을 공개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iOS11이 적용되는 올 하반기에는 약 4억대 정도의 아이폰이 ARKit를 지원할 것이고 애플의 디바이스 그 자체가 세계 최대의 ‘AR 플랫폼’이 돼야 했다. 새로운 플랫폼이 가진 매력에 끌려 서드파티들이 AR 앱 개발에 달라붙게 된다면 AR을 중심으로 풍부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애플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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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it의 도입 비율은 하향 추세다.”

 

그럼 그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애플의 AR 플랫폼인 'ARKit'의 도입 속도는 여전히 느린 행보 중이다. 앱 조사기관인 앱토피아(Apptopia)의 조사에 따르면,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300만개 이상의 앱이 있지만 ARKit을 도입한 앱은 1000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률이 미미한 셈이다. 

 

앱토피아의 홍보담당인 아담 블래커는 "ARKit의 도입 비율은 하향 추세다. 지난해 10월 도입률은 9월에 비교해 32%나 하락했고, 11월의 도입률은 10월보다 26% 하락했다. 12월의 경우 11월보다 10.5% 높았지만, 이것조차 10월과 비교하면 18%나 감소한 수치다"고 설명했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월 평균 2만개 정도의 신규앱이 추가된다. 매달 추가되는 전체 신규앱 중 ARKit 응용 프로그램의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단순한 숫자만으로 애플 AR생태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시장의 예상은 AR에 긍정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2017년 6월 발표한 가상현실 시장 보고서를 보면 2016년 AR과 VR 헤드셋 전체 출하량은 940만대에 불과했지만 5년 뒤인 2021년에는 1억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AR 헤드셋은 2021년까지 연평균 172.9%라는 폭발적인 성장으로 VR 헤드셋을 제치고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애플 특유의 ‘느릿함’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뭔가 중요한 디바이스가 출현할 때마다 첫 번째가 애플인 적은 없다. 쿡 역시 2017 WWDC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하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애플이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만든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태블릿을 처음 만들지 않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느리지만 최고를 만든다는 애플의 철학은 AR을 진입할 때도 투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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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생태계 속도에 영향 줄지 모를 ‘배터리 게이트’

 

그럼에도 너무 느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X는 의외로 AR 기능이 부각되지 않는다. AR에 중점을 둔 디바이스도 아니었다. 아이폰X의 출시 전 소문에서는 앞면과 뒷면 모두에 하이엔드 AR을 실현하는데 필수적인 3D센서가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전면에만 3D센서가 탑재된 채 나왔다. 물론 후면에도 센서를 갖춘 아이폰은 내년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을 고려해보면 AR의 본격적인 보급까진 아직 여러 해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변수는 최근 불거진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다. 애플은 올해 9월께 아이폰X의 차기작인 아이폰Xs와 아이폰X 플러스 모델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흥행 여부가 문제다.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배터리 게이트로 세계 각지에서 소송을 당하고 '애플'이 아닌 '썩은 사과'로 불리는 상황이라 어중간한 차기작보다는 더 혁신적인 차기작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애플이 조성할 AR 생태계 조성 속도는 애플의 혁신 속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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