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평창서도 “원수님 작품, 점 하나도 못 빼” 고집할까?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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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쳐 뉴스] 2015년 베이징 친선 공연 3시간 전 돌연 취소했던 모란봉악단의 현송월 단장

 

1월15일 오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북한 예술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파견과 관련해 남북 간 실무 회담이 열렸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25분간 열린 전체회의와 낮 12시부터 25분간 이뤄진 대표 접촉을 통해 북측 예술단의 공연과 관련한 일정과 장소, 무대 조건 등 기술적인 문제들을 논의했다.

 

남북한 양측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이가 바로 북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이었다.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 등과 함께 대표단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여성 ‘동지’였다. 1983년 생으로 추정되는 그는 여성 예술인 가운데는 드물게 북한 정치권에서도 승승장구한 케이스로 알려졌다. 그의 나이 31세에 2014년 대좌(대령) 계급장을 달고 등장했으며, 지난해 10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 특히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을 때엔 30대의 젊은 나이인데다, 가수 출신에, 노동당 핵심 보직에 임명된 전례가 없다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파격적인 발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그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한 이런 저런 소문이 돌기도 했다. 모란봉악단에 대한 김정은의 애정이 지대한 것도 이런 소문에 불을 지폈다. 현송월의 2014년 5월17일 노동신문 기고에 따르면, ‘모란봉’이란 이름 역시 김정은이 직접 지어준 것이다. 때문에 그가 ‘김정은의 첫사랑이었다’, ‘김정은의 결혼 전 연인 관계였다’, ‘둘의 관계를 질투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현송월의 처형을 사주했다’ 등의 설들이 제기됐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평창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 북측 대표단에 포함된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 사진은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현송월의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31세에 대좌(대령급) 계급장 달고 등장

 

현송월 단장은 이번 남북 실무회담에 등장하기 전 수차례 국내외로부터 조명을 받은 바 있다. 1994년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그는 왕재산경음악단·보천보전자악단 등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진 북한판 걸그룹이라 불리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으로 유명했다. 

 

그가 처음으로 북한 내에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건 1995년 왕재산경음악단 무대에서 《장군님과 해병들》이란 노래를 부르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활발한 공연 및 음반 활동을 하며 북한 최고의 여성 가수의 입지를 얻게 됐다. 특히 보천보전자악단 공연에서 발표한 《준마처녀》(1999년)는 그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3장의 독집 앨범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여성예술가로서 북한 체제 내에서 가진 독보적인 입지와 빠른 승진을 거뒀고, 그 뒤엔 북한 체제에 대한 ‘뿌리 깊은 충성’이 있었다. 그가 모란봉악단 단장으로 알려져 있던 무렵인 2015년, 베이징에서의 친선 공연 취소 사건은 그의 성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친선 공연을 예정했던 모란봉악단이 세 시간 앞두고 돌연 공연 취소를 했다. 리허설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당시 정부 정보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공연 취소 과정에서 단장이었던 현송월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리허설이 끝난 뒤 중국 측에서 북한 체제 선전 내용을 문제 삼았고, 현송월 당시 단장이 “(김정은) 원수님의 작품은 점 하나 뺄 수 없다”며 취소를 전격 결정했다는 것이다. 모란봉악단은 취소 결정 즉시 항공편을 이용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 일로 현송월은 더욱 더 김정은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2016년 5월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 경축공연에서 군무를 추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2016년 5월14일 녹화 방송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남북 간 의견 충돌시 강경대응 우려도

 

실제로 일각에선 현송월이 이번 실무접촉 단계에서부터 우리 측에 강경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란봉악단의 레퍼토리엔 북한 체제 찬양곡과 외국곡이 모두 포함돼있다. 2017년부터 모란봉악단의 ‘김정은식 음악 정치’가 강화되면서 김정은 체제 찬양곡이 주를 이루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이 없인 못 살아》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 《불타는 소원》 등 김정은 개인에 대한 찬양과 충성 맹세의 메시지가 강화된 신곡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과연 현송월의 의도는, 현송월을 내세운 북측 대표단의 의도는 뭘까. 일부 언론에선 현송월이 한차례 대외 문제를 일으켰던 ‘모란봉악단’ 대신 ‘관현악단’ 명칭을 달고 나오는 것을 두고 북한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고려대 행정대학원 남성욱 교수는 언론에 “모란봉악단의 노래는 모두 김정은과 북한 체제 찬양 일색”이라며 “평창뿐 아니라 서울 등 남측 곳곳에서 공연을 하면서 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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