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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인점포, '아마존 고'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

아마존 고는 AI 기술의 요체…한국 무인점포는 오로지 ‘비용 절감’에만 관심

이승엽 인턴기자 ㅣ syeup20@naver.com | 승인 2018.01.26(금) 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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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요거트를 맛있게 즐기세요. 저희가 내는 거에요”

 

지안나 푸에리니 '아마존 고(Amazon Go)' 부사장은 미국 방송사 CNBC의 기자가 이 매장에서 요거트를 훔치는 데 성공했을 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1월2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점포 아마존 고가 정식 개장했다. 세계 최대 상거래업체 아마존이 1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선보인 소매업 서비스다. 

 

개장 첫 날, 아마존 고는 매장에 걸어 들어가 물건을 가지고 나오기만 하면 되는 신기술을 체험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손님들 가운데 일부는 짓궂은 의도를 품고 있었다. 아마존 고의 무인점포 기술이 완벽한지 확인하기 위해 물건을 훔쳐 나오려는 시도들이 이어졌지만, CNBC 기자 한 명만 성공했다. 푸에리니 부사장은 해당 기자에게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일”라며 “1년이라는 시범 운영기간을 거쳤지만 아직 오류가 있다”며 기술적 한계가 있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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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아마존 고의 상품에는 무인결제를 위한 특별한 장치가 없다. 훨씬 더 저렴하고 정확하게 가격을 확인하고 결제할 수 있는 바코드나 전자태그도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존 고 점포의 비밀은 계산대에서의 결제 과정 생략에 있다. 소비자는 그저 매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집어 들고 가면 된다.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Technology)이란 이름의 기술로 자동 결제된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기술과 유사하다. 그 바탕에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센서 융합(Sensor Fusion), 딥러닝(Deep Learning) 등 첨단의 컴퓨터 공학 기술이 깔려 있다.

 

실제 이날 공개된 아마존 고 매장의 천장과 매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설치돼 있었다. 수많은 카메라가 고객이 입장한 순간부터 개별적으로 그를 인식하고 추적한다. 매대마다 설치된 마이크와 압력 센서, 중량 센서는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하고 결제한다. 그런데 단순한 영상 데이터 하나만으론 고객이 어떤 물건을 집어 드는지 정확하게 판별하기가 어렵다. 이 단계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들어간다. 상품을 집어올리는 소리, 상품이 매대에서 사라졌을 때 감소한 중량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입장 시 확인한 고객의 성향과 과거 구매 데이터까지 적극 활용해 최종적으로 결제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아마존이 정말 원하는 것은 소비자 데이터

 

아마존 고에서 수천 대의 카메라와 센서, 개별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까지 활용해 도출하는 최종 데이터는 사실 바코드 하나 찍으면 끝날 일이다. 그런데 아마존 고는 왜 이런 전략을 택했을까. 

 

아마존 고에선 고객이 QR 코드를 찍고 매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물건을 골라 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이동경로와 행동양식 등 소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데이터화 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아마존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주로 살펴보고 있는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지, 어떤 제품을 선택하려다 포기했는지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이 데이터는 향후 판매 촉진을 위한 매장 디자인이나 마케팅, 신제품 개발에 사용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을 만들어 나가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단순히 어떤 고객이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보다 활용가능성이 크다. 아마존 고가 무인점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고객 데이터인 셈이다. 

 

과거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 시장에 들어간 이유도 매출 확대보다 소비자 데이터 수집을 위한 목적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100만 명의 한 가지 데이터보다 고객 한 명의 100만 가지 데이터가 더 가치 있다’는 게 아마존의 빅데이터 분석 전략이다. 양질의 개별 데이터가 향후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서울대 통계학과 김용대 교수는 “아마존은 이미 개별 고객의 과거 구매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해 큰 성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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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통업계 관심은 무인판매 통한 비용절감뿐

 

아마존 고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도 도입될 수 있을까. 한국 유통업계에서도 편의점, 패스트푸드 시장을 중심으로 무인점포 도입이 증가 추세에 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2017년부터 각각 1개, 4개의 무인결제 편의점을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800여 개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대형마트에선 무인계산대를 운영한지 오래다. 홈플러스는 2005년부터 무인계산대를 도입해 현재 89개 점포 총 390여 대가 비치돼 있다.

 

이들 업체의 관심은 무인결제 기술을 통한 비용 절감에 집중돼 있다. 최저임금 상승이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부터 무인점포 도입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됐다. 이마트24 관계자는 “4개 매장의 무인화 후 이전과 비교해봤을 때 영업이익이 1.5배에서 2.5배 가까이 상승했다”며 “특히 최저시급의 1.5배를 지급해야 하는 심야에는 무인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업주들의 관심 역시 비용 측면에 쏠려있다. 당장 최저임금이 오른 상황에서 24시간 운영을 위한 심야 인건비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올해부터 아르바이트 직원의 근무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을 나와 아내가 더 근무하고 있다”며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매출이 줄더라도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기술 개발도 데이터 수집보다는 결제 시스템 구축과 보안 기술에 치중돼 있다. 국내 업계는 신용카드 인증, 정맥 인증 시스템 등을 통해 무인점포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성인인증이 가능한 무인 담배 자판기로 편의점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담배 매출 또한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업체들도 무인 편의점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아마존 고의 기술적 성취와 비교하기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플랫폼 사업자인 아마존과 국내 유통업체의 태생적 차이 때문에 한국에 아마존 고와 비슷한 ‘미래형 매장’이 등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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