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타협할 준비 돼 있다”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30 15:07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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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 “대화와 타협 통해 중동 평화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하면서 국제사회가 시끄럽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최근까지 “예루살렘은 우리가 타협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 언론을 포함한 국제사회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중동 평화를 깬 책임이 이스라엘에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정확히 반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독립 이후부터 팔레스타인과 타협해 왔다. 함께 평화를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두 국가를 각기 인정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팔레스타인 역시 국가로서 인정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과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고, 유대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어 힘의 대결이 심화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예루살렘에 대해선 어떨까. 호셴 대사는 기존에 알려진 시각과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기존 언론에서 나온 내용과 달리 이스라엘의 의지는 평화에 있다. 갈등과 분쟁의 책임이 이스라엘에만 있다는 비판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3차 중동전쟁으로 점령한 거대한 시나이반도를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은 후 반환했다. 민족 보존과 국가 안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점령지도 내놓을 수 있는 국가였다. 예루살렘 문제도 마찬가지다.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월24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호셴 대사를 만났다.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 © 사진=이스라엘 대사관 제공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국제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분위기는 어떤가.

 

“예루살렘 선언 이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났다. 그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내년까지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강력한 이스라엘의 지지자이자 트럼프의 선언을 지속하기 위한 중요한 인물이다. 이스라엘은 미 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이전되길 바란다. 이 결정에 그도 도움을 주기 바란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트럼프의 결정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미국 대통령의 이러한 선언은 역사적 사건이다. 트럼프의 선언은 분명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1917년 영국이 벨푸어 선언으로 유대인의 민족 국가 수립을 지지한 것처럼 말이다.”

 

 

이스라엘과 유대인에게 예루살렘은 어떤 의미가 있나.

 

“예루살렘은 분명 유대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이슬람이나 기독교에도 예루살렘은 중요한 도시다. 예루살렘에는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돔이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장소도 예루살렘이다. 기독교적인 명소도 예루살렘에 많다. 하지만 수도로서 본다면 다르다. 예루살렘은 유대 민족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나 민족의 수도가 된 적이 없다. 예루살렘을 수도로 여겨온 민족은 유대인뿐이다. 2000년 동안 예루살렘에는 많은 지배자가 있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도 이곳을 지배했지만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진 않았다. 수도는 이스탄불이었다. 이슬람 최고의 성지는 메카다. 예루살렘이 아니다. 유대인은 3000년 전부터 예루살렘을 수도로 국가를 건설했다. 2000년 전에는 유대인의 성전이 있었다. (유럽 등지로 흩어졌을 때도) 유대인은 예루살렘을 향해 언제나 기도드렸다. 예루살렘은 유대인에게 하나의 꿈이자 이상이다. 성경에 의하면 예루살렘은 유대 왕이 다스릴 장소가 된다. 예루살렘은 민족의 정체성이자 운명을 같이하는 도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갈등이 여전하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봤을 때, 팔레스타인은 기회를 놓쳐왔다. 그들은 모든 것을 거부했다. 유엔은 1947년 팔레스타인을 나눠 이 땅에서 두 국가를 인정하겠다고 했다. 유엔은 팔레스타인 땅을 나눠서 유대인과 아랍인에게 줘야 한다고 밝혔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큰 꿈을 포기하고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조상의 나라를 팔레스타인과 나눠 쓰는 것에 타협한 것이다. 우리는 유엔의 결정에 ‘좋다’고 했다. 비록 그 결정이 아플지라도 말이다.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유연해지자고 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아랍국가가 유엔의 결정을 거부했다. 이후 아랍권이 전쟁을 일으켰다.

 

지금도 우리는 예루살렘과 관련해 타협할 준비가 돼 있다. 그들이 살 지역과 관련해 대화할 의향이 있다. 우리는 평화협정을 통해 전쟁으로 얻은 매우 큰 시나이 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줬다. 하지만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들이 이스라엘을 인정하면 변화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반이스라엘적 태도를 지속한다면 변화는 없다. 이스라엘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팔레스타인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 상대편에서 이제는 좋은 의지를 내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인권 탄압한다는 비판이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가자지구에서 2년 전에 전쟁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에 전기와 수도 등을 계속 공급했다. 전쟁 중이었음에도 이 모든 걸 공급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스라엘도 인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군림하지 않는다. 우리는 거기에 없다. 오히려 테러리스트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그곳에서 군림하고 사람들을 죽인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웨스트뱅크(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세워진 분리장벽도 마찬가지다. 테러범들이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것을 우리는 그냥 놔둬야 하는가. 그들은 자살테러를 하고 아이와 여성들을 죽인다. 누군가는 이를 멈춰야 한다. 이스라엘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테러범이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것을 관리해야 한다. 검문하지 않으면 그들이 이스라엘에 들어와 국민을 죽이는데 그냥 있을 수 있겠는가.”

 

 

두 국가 해법 외에도 다른 평화적 방법이 있다고 보는지.

 

“이스라엘 정부는 두 국가 해결책을 지지한다. 이를 거부하는 측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다. 그들은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일부 팔레스타인이 국제사회에 호소하면서 이스라엘과는 대화를 거부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야말로 팔레스타인과의 직접적인 교섭을 원한다. 미국이 중간자로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결국 이 땅이 평화를 되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평화를 위한 합의에 이를 것이다. 다만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만 하는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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