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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달러 위조는 가라, 이제는 가상화폐 해킹이다”

北 가상화폐 수입 연간 외화수입의 30%…김정은 비자금 핵심 창구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7(Wed) 17:00:00 |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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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가상화폐 해킹을 통해 그동안 벌어들인 외화수입이 1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돈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대북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해커들의 가상화폐 탈취 관련 정보와 돈의 흐름을 추적해 최근 이 같은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연간 외화수입액의 30%에 육박하는 돈을 가상화폐 해킹으로 챙긴다는 얘기다.

 

AP통신도 1월1일 보도에서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에 주목하며 열악한 IT(정보통신) 환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북한 해커들의 실력을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오판”이라면서 “북한의 해킹행위를 추적하는 사람들은 그 실력에 경외감을 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특히 “그동안 ‘은둔의 왕국’으로 알려져온 북한이 이런 해킹 수준에 올라선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북한의 철저한 ‘소비에트식’ 해킹교육을 꼽는다”는 게 이 통신의 전언이다. 수학과 과학 등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어린이를 발굴해 영재교육 과정을 거쳐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 김일성대와 김책공대 등에서 본격적인 해커교육을 실시한다는 얘기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전 지도국(일명 121국)은 300~6000명에 달하는 해커 중 가장 유능한 인력을 해외공작에 투입해 전산망 교란이나 가상화폐 해킹을 시도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부처 당국자는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특히 수학 쪽에 영재 발굴과 교육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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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우수 인재들 해커로 양성

 

핵과 미사일 개발뿐 아니라 IT와 가상화폐 해킹까지 수학 실력으로 탄탄히 무장한 영재와 학자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정은이 평양의 과학자 아파트를 무상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김일성대 교수 등 수학 관련 인사들이 상당한 혜택을 본 것으로 북한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북한의 수학 영재교육은 국제적 수준에 올라 있다는 게 우리 정보당국의 평가다.  2016년 7월 홍콩을 통해 망명한 리정열군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당시 18살이던 리군은 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위해 현지에 체류 중이었다. 그는 국제대회에서 3년 연속 은메달을 따낸 영재였다.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올림피아드엔 북한 남학생 6명이 참가했는데, 종합점수 168점으로 6위의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리군은 북한으로 귀환하지 않고 주룽(九龍)반도에 있는 홍콩과기대 기숙사를 벗어나 한국영사관으로 진입했다. 서울에 도착한 리군은 현재 수학 관련 학과에서 신분을 감춘 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리군은 단지 자유롭게 한국에서 수학공부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관계당국자는 전했다.

 

북한이 탈북·망명이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영재들을 국제무대에 세우는 건 체제 선전의 효과를 겨냥한 측면이 크다. 북한이 영재교육에 일찌감치 눈뜬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은 1950년대부터 초보적인 형태의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이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 영재교육의 시초는 1958년 외국어 영재학교인 평양외국어학원으로 알려져 있다. 1960년엔 예체능 분야의 영재학교가 속속 설립됐다. 한국의 경우 1981년 경북 구미고등학교에 영재학생을 위한 특설교실이 만들어지고 1983년 과학영재교육기관인 경기과학고가 개교했다. 북한은 엘리트 교육을 중시하는 체제 특성 등이 반영돼 영재교육 출발이 빨랐다는 얘기다.

 

자녀들이 영재로 꼽혀 특수한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부모들의 열성은 남북이 다르지 않다. 조기교육에 관심을 가진 대다수 평양 중산층 이상 부모는 만 4세부터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낸다. 김정은이 집권 초기 부인 리설주를 데리고 함께 방문한 평양의 경상유치원이나 창광유치원은 치맛바람 현상까지 나타나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런 과열 분위기는 소학교 영재반에 보내기 위해서는 명문 유치원을 나오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정은 시대 들어 수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물리학 등과 함께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다. 여기에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 분야 고급인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문제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영재교육 과정을 거쳐 김일성대나 김책공대 등을 졸업한 북한의 수학 및 IT 영재들이 해커로 양성돼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가상화폐와 군사정보 등을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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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해커 최대 8000명으로 추정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이 책임자로 있는 국무위원회 산하 정찰총국과 관련 연구소 등을 주축으로 사이버사령부를 비밀리에 창설해 운용 중이다. 군부가 관할하는 평양 미림군사대학(지휘자동화대학의 별칭) 등을 통해 컴퓨터 전문가나 해커를 양성하고 있다. 외국 연수까지 시키면서 관련 기술을 습득하도록 투자와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11월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국정원은 “북한에서 모두 7개 해킹조직에 17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엔 이 인원이 6000명에서 최대 8000명에 이를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불과 4년여 만에 관련 인력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핵·미사일 도발과 위협 행보로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화공세 쪽으로 돌아섰다. 예술단과 응원단 남한 방문은 물론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사용 등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대북제재 국면을 탈피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와 북한 당국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여론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다.

 

국제 스포츠 행사인 평창올림픽 참가 과정에서 북한이 보인 잇단 합의 위반과 대남 비방·선동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등 도발성 행위는 대북 비판 목소리에 불을 붙였다. 김정은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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