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기술은 시속 100㎞로 발전하는데, 정책은 10㎞”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9 17:29
  • 호수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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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 “블록체인 기술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가능”

 

정부가 암호화폐와 관련해 강력한 규제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블록체인 업계의 분위기는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련 업체들은 계속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빗썸과 업비트 등 업계 상위권 가상화폐 거래소는 올해 100~400명씩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 진출을 선언한 네이버의 손자회사 라인플러스와 코인네스트·알파핀테크 등 신생기업들도 채용공고를 냈다. 또한 이 분야로 뛰어드는 IT(정보기술) 기업이나 전문가 집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외부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합류하면서 이 업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도 일부 바뀐 것이 사실이다. 진 전 장관은 암호화폐 거래소 및 개발업체 등 60개가 넘는 관련 회사들이 모여 1월26일 창립한 한국블록체인협회 초대회장으로 추대됐다. 삼성전자 총괄사장을 하다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보통신부 장관을 맡으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는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으로 다시 한 번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됐다. 진 회장이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데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노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이 왜 이 자리를 맡았고,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 © 시사저널 최준필

 

블록체인협회 회장을 맡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 분야에 대해 전문가라고는 할 수 없는데. 게다가 무보수직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이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생태계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지인들이 블록체인 협회 만드는데 회장을 해 달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공부를 좀 해 보니) 잘 이해하면 올바른 결정이나 정책을 만들고 이 생태계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기로 했다. 뭐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한 것 같다.”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협회가 창립식을 가졌다.

 

“많은 젊은이들이 암호화폐를 사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그 투자자들에게 너무 많은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보호해야 되는 그런 창구 역할도 우리가 해야 할 것 같다. 또한 블록체인 그리고 암호화폐 생태계에 관여하는 분들이 적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그런 건전한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까 한다.”

 

 

암호화폐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사실 음모론까지 혼재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 혁명처럼 될지도 모른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이길 정도로 굉장히 보편화돼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것도 알고 있다. 과연 그게 맞는지 우리 협회에서 잘 점검해 볼 예정이다. 또한 투자자들에게도 그 코인의 성격이라든가 그게 어떻게 해서 발생돼서 생태계에서 활용될 것인가를 잘 파악해 투자를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서 일을 할 것이다.”

 

 

암호화폐가 법정통화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안에서 지불, 결제수단으로 만든 것이다. 블록체인이 보편적으로 쓰인다면, (통화를 대체)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만큼 취약점도 있다. 블록체인이 보다 보편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검토 중에 있고, 또 새로운 기술이 더 나와야 한다. 그다음에 확장성이 생길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결국 가장 큰 문제는 거래소인 것 같다. 블록체인은 해킹할 수 없다 해도,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현재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은 보안이 잘돼 있다. 그런데 지금 암호화폐 거래소는 얼마 전까지도 거래액이 하루에 100억 단위였다가 지금 갑자기 조 단위 이상이 된 것이다. 당연히 보안 시스템이 굉장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만약 거래소들이 해킹을 당했을 경우 그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해 주나. 자기자본도 튼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여러 가지 아직도 보강해야 될 점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에 선출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앞줄 왼쪽 네 번째)이 1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블록체인협회 창립총회에서 관계자 및 참석 의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법무부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술이나 기업이 활동하는 건 시속 100km쯤으로 달려 나가는데 제도나 법은 이게 한 시속 10km도 못 따라가더라. 기술이 워낙 요즘처럼 빨리 발전하면 그 제도가 어떻게 따라갈 수가 없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면 이제 법 제도로 해서 그 부작용을 없애겠다고 하기 때문에 뒷북을 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거래소 폐쇄 문제는 지금 정부가 이 블록체인 생태계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전에 카카오톡을 검사한다고 그러니까 한때 무슨 텔레그램으로 망명하는 풍선효과가 생기지 않았나.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당연히 풍선효과가 생길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거기에 자금이 수혈되고 그리고 그것이 생태계를 전환시키는 과정들에서 하나의 역할을 하는 거래소가 없다면 얼마나 불편하겠나.

 

지금 ICO(암호화폐 공개)도 사실은 국내에서 못하니까 다 싱가포르 나가고 스위스로 가고 그런 것 아니겠나. 정부 상황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저희 협회가 이제 해야 될 일이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서로 토의를 해서 좀 더 건전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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