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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설 연휴 극장가 달굴 ‘한국영화의 힘’

《조선명탐정 3》 《흥부》 《골든슬럼버》로 세 쌍끌이, 흥행 견인할지 주목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3(Tue) 19:45:00 | 1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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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는 2월8일부터 본격적으로 설 연휴 대목 준비에 돌입했다. 명절 특수를 끼고 무난한 흥행이 예상되는 기대작들이 개봉 라인업에 대거 포진한 것. 그중 주목할 만한 한국영화 세 편이 설 연휴 동안 맞붙는다. 2000년대 들어 거의 유일한 한국 시리즈 영화의 명맥을 잇고 있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조선명탐정 3》), 고(故) 김주혁의 유작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흥부》), 강동원 주연의 범죄 드라마 《골든슬럼버》가 그 주인공이다. 각 영화의 지향점과 강점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관객 선호도를 각각 나눠 가질 만한 영화들이다. 과연 이 영화들은 설 연휴 동안 극장가에서 ‘세 쌍끌이’ 흥행을 견인할 수 있을까.

 


 

사극 맞대결 ‘탐정 vs 흥부’

 

가장 먼저 공개된 작품은 8일 개봉한 《조선명탐정 3》이다. 조선 최초 탐정극을 표방해 2011년 개봉한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478만 명, 2015년 개봉한 2편 《사라진 놉의 딸》로 387만 명을 동원한 인기 시리즈다. 매번 설 연휴 시즌에 개봉해 ‘설 맞춤 영화’로 꾸준히 포지션을 가져온 것이 강점이다. 날카로운 추리력을 갖췄지만 허술한 면이 많은 탐정 김민(김명민)과 그의 곁을 지키는 수사 파트너 서필(오달수)의 코믹한 콤비 플레이를 중심으로, 매번 극 중 사건과 의문의 여인 캐릭터를 한 명씩 내세우며 시리즈를 이어왔다.

 

주인공들은 이번 3편에서 영화의 부제와 같이 흡혈괴마의 비밀과 맞닥뜨린다. 기이한 불에 사람들이 타 죽는 사건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시체의 목에는 하나같이 두 개의 이빨 자국이 나 있다. 흡혈의 증거다. 김민은 시체의 심장에 박힌 화살촉을 통해 이것이 예고 살인임을 추측하고, 자꾸만 마주치는 의문의 여인과 함께 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1편의 한지민, 2편의 이연희에 이어 시리즈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찬 배우는 김지원. 그가 연기한 의문의 여인 월영은 극 중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캐릭터다. 전편들에 비해 여주인공의 비중이 훨씬 커졌음이 보이는 대목인데, 배우는 의연하게 제 몫을 해낸다. 그러면서 김민과 서필의 활약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이번 3편의 중요한 변화다. 사건 해결의 축이 월영으로 옮겨가면서 김민과 서필의 역할은 수사가 아닌 ‘코믹 콤비’의 재간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마는 아쉬움이 있다. 사건의 전모가 지닌 무게와 코미디의 톤이 종종 엇박자로 충돌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영화가 매번 반복해서 보이는 한계로 지적된다.

 

14일 개봉하는 《흥부》는 같은 사극이되 《조선명탐정 3》에 비해 그 톤이 한층 진중하다. 백성들의 궁핍한 삶이 이어지던 조선 헌종 14년을 배경으로, 고전 《흥부전》의 탄생 비화를 상상해 만든 영화다. 저잣거리에서 인기 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 흥부(정우)는 어릴 적 홍경래의 난으로 헤어진 형 놀부를 찾기 위해 조선팔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흥부는 수소문 끝에 형의 소식을 알고 있다는 조혁(김주혁)을 찾아가고, 그가 민초들의 정신적 지도자라는 것과 권세에 눈이 먼 궁의 실세 조항리(정진영)와는 형제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로 세상을 바꿔보라는 조혁의 말에 흥부는 조혁과 조항리 형제의 이야기로 《흥부전》을 써 큰 인기를 끈다. 한편 조항리는 그런 흥부를 이용해 왕을 끌어내리고 조선을 손에 넣을 계획을 세운다.

 

전반적으로는 《왕의 남자》(2005)와 《음란서생》(2006)의 결합이 떠오르고,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점에서는 《방자전》(2010)이 떠오르는 영화다. 지난해 촛불민심 때 대한민국이 경험했던 울분과 흥분이 영화 전반에 고스란히 깔려 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억압받던 민초는 백성이 나라의 중심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 중심에는 조혁의 선한 의지를 이어받은 흥부가 있다. 분연히 일어난 민초들의 선봉에 흥부가 서게 되는 과정. 이 영화가 그리는 세계다.

 

넉넉한 마음씨의 지도자 조혁을 연기한 고 김주혁의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의 캐릭터가 전하는 마음 역시 그러하다. 모두가 아는 고전인 《흥부전》의 재해석 과정도 흥미로운 편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이 너무 직접적인 메시지로서 그려진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할 만하다. 극의 후반부 궁궐 안에서 벌어지는 난장과 횃불을 든 민중의 모습은 지난 정국을 돌아보기에는 충분하나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 같은 인상을 준다.

 

 

《골든슬럼버》 강동원 흥행파워 발휘될까

 

《골든슬럼버》는 일본의 동명 소설과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지난해 2월 《검사외전》으로 970만 관객을 동원했던 강동원이 주연을 맡았다. 원작에서 총리 암살범 살해의 누명을 쓴 채 도주하던 주인공은 유력 대선후보를 암살한 폭탄 테러범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얼마 전 모범 시민 상까지 받은 한없이 착하고 성실한 택배기사 건우(강동원). 그는 오랜만에 친구 무열(윤계상)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그러나 곧 그들의 눈앞에서 테러가 벌어지고, 무열은 이 모든 것이 건우를 암살범으로 몬 뒤 그 자리에서 자폭시키려는 계획이었다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겨우 현장에서 도주한 건우는 의문의 전직 요원 민씨(김의성)를 만나 모든 것이 조작된 사건임을 깨닫는다. 건우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계속해서 도주하는 가운데, 오랜 친구들은 그를 도우려다 오히려 위험에 처한다.

 

원작과는 달라진 설정이 꽤 있지만 ‘스릴러를 표방한 휴먼 드라마’라는 줄기는 그대로 남았다. 이 영화는 도주 과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스릴도 중요하지만,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가 과거 친구들과 보낸 행복한 한 시절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도주 도중 건우의 회상 장면이 불쑥 끼어들거나 후반으로 갈수록 우정과 믿음의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제목 《골든슬럼버》는 학창 시절 주인공이 밴드를 결성해 친구들과 자주 부르던 비틀스의 노래다.

 

원작은 국가의 폭력으로 일순간에 세상의 적이 된 남자와, 그런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작은 도움 하나하나가 모여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원작의 가장 중요한 정서이기도 한데, 이번 영화에서는 민씨의 존재가 한층 두드러지면서 그 과정이 좀 성기게 표현된 면이 있다. 1인 2역까지 소화한 강동원의 존재감에 많은 것을 기대는 영화다. 하지만 그가 지닌 스타성과 건우라는 평범 그 자체 인물의 이미지가 계속 충돌하는 한계가 두드러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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