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번엔 'MB 뇌물' 의혹…이학수 전 부회장 소환 조사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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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삼성전자 거액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정황 포착…다스-삼성 연결고리 풀릴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를 통해 이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월15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에서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언급했지만, 삼성과 무관한 다스에 왜 소송비용을 지원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에서 시작된 MB수사가 ‘대기업 뇌물 사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날 오전 이 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하는 데 그가 어떤 경위로 개입했는지, 그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이 관여했거나 지원 요구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스'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은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사건을 전형적인 뇌물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뇌물 수사라는 점을 명확히 말씀드린다. 공무원이 개입이 안 돼 있으면 뇌물이 아니다”라며 삼성의 대납 행위의 배경에 이 전 대통령 측이 관여한 정황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정부 고위인사들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것으로 의심받는 다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전 대표에게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미국 현지에서 진행해왔다.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던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2009년부터 미국 대형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를 선임했다. 에이킨검프는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둔 미국 대형 로펌으로, 이 소송을 무료로 진행했다. 이 같은 변론은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수임료를 삼성이 대납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2년 만인 2011년 다스는 김 전 대표로부터 140억원을 돌려받았다.

검찰은 140억원의 반납 과정을 조사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다스와 삼성이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선임 비용을 지원한 배경에 이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면, 삼성이 이해관계가 없는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낸 것은 뇌물죄에 해당한다.

 

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선임 비용을 제공한 대가로 같은 해 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해줬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이 회장을 ‘원포인트’ 특별사면한 시기는 다스가 에이킨검프를 선임한 시기에서 멀지 않은 2009년 12월이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은 지 넉 달이 지난 이건희 회장을 단독 사면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검찰이 2월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이던 2009년 전후 삼성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 연합뉴스


검찰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학수 전 부회장이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단서도 포착했다. 이 전 부회장이 직접 소송비용 대납에 나선 배경에는 삼성가 오너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월8일 저녁 삼성전자 경기도 수원 영통 본사와 서울 우면동 R&D캠퍼스,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에이킨검프와의 거래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10일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이 소송비 대납의 선물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효은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수상한 삼성에게 고한다, 더 이상 감추지 말고 그 간의 검은 거래를 낱낱이 밝혀라”며 “다스와 삼성은 어떤 관계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소유주가 아닌데도 삼성이 돈을 내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의 한 축인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에 국민들의 분노는 여전히 끓고 있다.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은 정경유착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삼성의 소송비용 대납이 최순실씨에 대한 승마지원과 닮은꼴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정권 맞춤형 로비’가 반복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상고심에서 “억울한 피해자일 뿐”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핵심 근거로도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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