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철은 ‘진짜’ 천안함 폭격 지시했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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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확인 자료 없으나 사실상’ 주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한국 땅을 밟은 가운데,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인지를 두고 여야 간의 공방이 뜨겁다.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2월25일 오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북측 대표단은 예정됐던 통일대교가 아닌 우회로를 이용해 낮12시쯤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 도착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고위급대표단은 김영철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6명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유한국당이 벌인 점거농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자유한국당은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며 2월24일 오후 7시부터 25일 오전 11시 30분까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이동 경로인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해 농성을 펼쳤다. 이날 농성에는 홍준표 대표가 가세하는 등 90여명의 의원이 집결했다.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무성 의원 등은 “김영철 즉시 사살” 등 원색적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등은 “김영철이 주범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통일부는 2월23일 설명자료를 통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던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 관련자를 특정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공식 문건에 공식적으로 김영철이나 정찰총국이 주범이라고 언급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

 

시사저널 확인 결과도 비슷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을 주도했다는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국방부 말처럼 ‘공식’ 문건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정부 당국자들은 국방위원회 회의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영철을 사실상 주범으로 지정해 왔다. 천안함 사건 약 두 달 후인 2010년 5월21일 당시 국방부 황원동 정보본부장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과거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폭파 전례로 볼 때 천안함 사건 역시 정찰총국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당시 정찰총국 총국장이었다.

 

같은 해 11월24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는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주범으로 보고 있고 밝혔다. 당시 한나라당의 김학송 의원은 “천안함 사태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김영철이 연평도 포격도 주도했나”라고 질의했고, 김 장관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2월23일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시스템을 볼 때 김영철을 주범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며 “김영철 외 다른 주범이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남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을 이해하기 전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최준필



김영철 반대 극심한데도 거절 못한 이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을 반대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400여개 게시됐다. ‘김영철’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은 2월25일 오후 4시30분 현재 489개이며, 그 중 ‘김영철 반대’를 포함한 게시물은 197건으로 검색됐다.

 

반발이 극심한 가운데, 청와대는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선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북측 인사와 대면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언론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반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김 부위원장을 수용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북한 군부 내 대표적인 ‘대남통’으로서 1980년대 후반부터 남북 대화에 관여해왔다. 1990년 남북 고위급회담 때 북측 대표단으로 참여했으며, 2006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2007년 남북 국방장관회담 등에 북측 대표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 집권시기였던 2014년 남북군사당국회의에도 김 부위원장은 북측 대표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편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2월25일 오후 8시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프레지덴셜 박스(Presidential Box)'에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이방카 고문, 김영철 부위원장 등이 함께 앉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중재로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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