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남 CFA한국협회장 “금리인상, 두려워하지 마라”
  • 황건강 시사저널e. 기자 (kkh@sisajournal-e.com)
  • 승인 2018.03.07 14:25
  • 호수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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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윤남 CFA한국협회장 “올해 증시 상고하저 동의하지 않는다”

 

국내 증권사 최장수 리서치센터장, 대신하우스뷰로 금융투자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조윤남 CFA한국협회장(대신자산운용 전무)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는 ‘합리적 의심’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물론 가상화폐, 로보어드바이저 등 시장에서 주목하는 이슈들을 설명하면서 한시도 합리적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올해 우리 증시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시장 다수설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식시장이 과열이라거나 이제부터 하락 추세라는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 지난해 다우와 S&P500, 나스닥 등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미국은 이미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줬다. 유럽도 이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조금 생기기 시작했다. 신흥시장은 아직도 굉장한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브라질처럼 원자재 중심 신흥시장의 경기도 좋아질 것이란 부분을 믿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렇지만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경기확장세가 1~2년 지속되면 원자재 시장도 결국 끌려 올라갈 것이다. 지금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60달러 초중반대에서 움직인다. 작년에 60달러 이상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기관은 거의 없었다.”

 

한국 증시 역시 그동안 눌려 있던 섹터에서 상승 동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상승 탄력이 둔화된다 하더라도 철강·화학·조선·해운·항공·건설 등 그동안 눌려 있던 섹터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월말 코스피가 하락한 것처럼 앞으로도 조정은 얼마든지 나타나겠지만, 최소한 2~3년간은 상승 추세라고 예상한다. 상승 추세 중의 조정은 기술적인 패턴들이 잘 맞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적 분석을 해 보면 피보나치 되돌림 38% 선에서 조정이 끝났다. 우리 코스피 기준으로 대략 2300대 중반에서 2350포인트 전후다. 이미 저점은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코스피가 2400대 초반 혹은 2400 밑이라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조윤남 CFA한국협회장 © 시사저널e 영상팀 노성윤 PD

 

“국내 증시 상승 추세 꺾이지 않았다”

 

주식시장에서는 상승이나 하락 등의 추세를 보일 때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일시적으로 상승과 하락이 겹치며 파동을 만들어낸다. 피보나치 되돌림은 주가가 추세를 형성할 때 그 추세의 23.6%, 38.2%, 50.0%, 61.8%의 비율만큼 되돌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피보나치수열에서 나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 국내 증시를 상고하저로 예상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인 금리 인상 역시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레버리지 비용 역시 상승하기 때문에 시중 유동성 축소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시중 유동성은 강세장과 약세장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유동성이 축소되면 주식시장 역시 약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조윤남 협회장은 금리 인상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이 유동성의 지표로 금리만 보니까 미국 금리가 3%에 달하면 장이 완전히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금리 상승의 배경에 경기 회복이 자리 잡고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실적은 좋아지고 시장도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금리가 높아졌다 해도 사람들은 레버리지를 더 일으킨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기간에도 금리는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올라갔지만 경기가 좋으니까 시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우리 증시가 1월말을 기점으로 소폭 하락한 이슈와 함께 올해 들어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투자인지 투기인지 의견이 분분한 투자 대상이다. 그는 CFA협회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상화폐는 과거 IT(정보기술) 버블 시기와 비슷하다. 아직 적정한 가치평가 방법이 없고 찾아가는 중이다.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그 어떤 CFA들도 전망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조언할 수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얘기한다면 한번 투자해 보고 싶은 대상이다. 가상화폐에는 중요한 시대적 사상, 변화의 힘이 묻어 있어서다. 마크 파버(금융인, ‘글룸 붐 앤 둠 리포트’ 발행인, 《내일의 금맥》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디스어니스트머니(dishonest money)에 대한 반발로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직역하자면 부정직한 돈 정도겠지만 금이나 은과 달리 발행수량에 한계가 없는 화폐, 즉 달러를 의미한다. 경제가 좋지 않다고 미국이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 경기 부양에 나서면 한국과 같은 신흥국의 부는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한 반발이 가상화폐로 이어졌고, 여기에 시대적인 의지가 관통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상화폐와 함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투자에 대해서도 그는 확신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특히 앞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검증되지 않은 알고리즘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달러에 대한 반발로 가상화폐 등장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어떤 구조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 채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렇지만 비용 측면에서 축소는 의미가 있다. 대신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수료가 거의 없다. 투자자들이 비용에 대해 예민하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대신금융그룹에서 내놓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주식 50%, 채권 40%, 그리고 기타자산 10%로 구성됐다. 1년에 10번 조정하는 혼합형 펀드와 비슷하다. 공격적으로 보유자산을 조정해 수익률을 높이기보다는 시장 평균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대신 운용보수와 자문보수를 받지 않는다. 현재 시중에 나온 모든 펀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수료를 받는다. 그는 투자자들이 비용에 민감해지는 것도 시대적 흐름이라고 봤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30년보다 앞으로 30년간 더 저성장인 시대를 맞을 것이다. 따라서 비용을 줄이는 쪽에서 욕구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액티브투자보다는 패시브투자, 패시브투자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찾게 된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수익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비용을 줄인다면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로보어드바이저로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그는 합리적인 의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아무리 좋다고 소문난 것이라도 스스로 확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CFA 자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격을 하나 갖고 있다고 투자 성과나 리서치 보고서도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이는 CFA협회 윤리규정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CFA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것을 경시하지 않는다. 가치평가를 진행하거나 시장을 진단할 때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다. 새로운 투자 대상이 나타났을 때도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부분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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