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 의원 불출마 선언에 전남지사 선거 '판도 흔들'
  • 전남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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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현직 장관과 靑비서관, 전직 시장과 재선교육감 등 치열한 경선 예고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전남지사 후보로 꼽히던 이개호 의원이 12일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변수'였던 그의 불출마는 이제 '상수'가 됐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민주당 내 전남지사 후보 경선은 4파전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의 '상수(常數)와 변수(變數)'의 정치학이 시작됐다. 민주당 내 전략공천 여부와 야권의 박지원 의원 출마 여부는 여전히 선거판을 뒤흔들 주요 변수다. 

 

이개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정의 성공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6·13 지방선거'의 전남지사 당내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심 끝에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남도지사 적합도 1위를 기록했던 이 의원은 중앙당의 현역의원 출마 배제 지침에도 도당위원장직을 사퇴하며 "당 지도부를 설득해 보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중앙당은 이 의원에게 원내 1당 유지 등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출마를 만류해왔다. 

 

전남지사 출마 포기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 ⓒ 연합뉴스

민주, 김영록·신정훈·노관규·​장만채 4파전···​경선이냐 전략공천이냐 

 

이로써 민주당의 전남지사 경선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 3파전으로 새판이 짜였다. 이 의원이 중도 포기하자 그동안 이 의원 대신 '차출설'이 나왔던 김영록 장관이 본격 경선전에 뛰어 들 채비를 하고 있다. ​김 장관 측은 4년 전 도지사 경선을 도왔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서둘러 선거캠프 조직을 구성하고 선거 사무실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시한이 15일이라는 점에서 김 장관은 곧 출마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도 행정부지사 등을 역임하고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10~19대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당내 친한 의원들에게도 출마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훈 비서관도 지난 9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고 본격 선거전에 나섰다. 신 비서관도 14~15일께 전남지사 선거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는 이날 오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윗선에 사의표명을 했고, 아직 최종적으로 (사표 수리) 허락은 안 떨어져 기다리고 있다"며 "현장에 가서 열심히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신 비서관 측은 정권 실세로 등장한 '386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도움과 자치분권전국연대 대표를 맡으며 친분이 두터운 도내 자치단체장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신 비서관은 나주시장과 19대 국회의원(나주화순)을 역임했다.

 

앞서 노관규 전 순천시장도 전남지사 경선 참여를 선언하고 표밭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 병간호로 인해 현재 활동은 소강상태로 출마가 쉽지 않아 보인다. 노 전 시장은 조만간 자신의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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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장만채 전남교육감도 15일 전남지사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는 민주당에 입당,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지난 3월5일 밝혔다. 당적을 갖지 못하는 교육감 신분 탓에 당내 조직이 미약한 장 교육감은 올해 초부터 긴밀한 접촉을 통해 이낙연 총리의 지난 지방선거 조직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재선 교육감으로 8년간 전남 곳곳에 탄탄한 교육 조직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장만채 교육감의 입당문제는 이개호 의원의 불출마와 사실상 맞물려 있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다. 직전 전남도당위원장인 이 의원은 장 교육감이 2017년 2월 안철수 대표를 초청해 교장, 교육기관장 수백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연 것은 당에 대한 적대행위였다며 그의 입당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에 이런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께로 예정됐던 불출마 입장문 발표를 오후 2시로 늦췄다는 후문이다. 반면에 탈당 전력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입당은 허용되는 것이 정당법의 취지라는 의견도 당 지도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장 교육감까지 참여할 경우 민주당 전남지사 경선은 4파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관건은 '상수'처럼 여겨졌던 민주당 내 경선이다. 일단 김 장관이 차출되더라도 당내 후보들과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 장관도 "지사에 출마한다면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현직 장관과 비서관을 차출해 지방선거에 출마시키는 만큼 민주당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월2일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과 비공개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무총장은 "여당 지도부로서 정부부처 장관을 만나는 것일 뿐 확대 해석을 말라"고 선을 그었고, 김 장관도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이 전남지사 후보 공천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수'가 '변수'로 바뀔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인위적으로 '선수'를 교체했다가는 유권자들의 선택권 제한에 따른 지역 민심 이반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지역정가 일각에선 나온다. 

 

 

김영록 장관 '차출설'···전략공천 '복병(伏兵)'은 신정훈 靑비서관? 

 

이 탓인지 정치권의  시선이 또 다른 데로 쏠린다. 전남지사 선거 출마를 위한 신 비서관의 갑작스런 사퇴가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신 비서관의 출마는 민주당 지도부도 예상 못한 돌발 변수로 읽혀지고 있다. 민주당 전남도지사 후보의 전략공천인지 경선을 위한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략공천일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심(文心)이 신정훈을 찍은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의 '갑작스런' 출마를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신 비서관은 최근까지 지역정가나 언론매체에서 전남지사 후보로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신 비서관에 대해 전남 출신으로서 지역 상황에 정통한데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시대정신과도 부합한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만큼 전략공천으로 자칫 초래될 수 있는 역풍을 차단할 수 있는 '좋은' 카드라는 얘기다. 물론 신 비서관은 이런 해석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전략공천과 관련, 청와대의 언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다소 선문답식으로 답했다. 문제는 김 장관과 신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의 농업정책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들이 지방선거에 나설 경우 농업정책을 이끄는 장관과 농업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청와대 참모진 모두 '공석'으로 남게 된다는 점은 청와대와 여당에게 부담이다. 

 

야당 유력주자의 등판도 주요 변수이자 관심사다. 특히 전남의 경우 민주평화당 지사 후보로 줄곧 거론돼온 박지원 의원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남 곳곳을 돌며 기반을 다지며 전남지사 출마에 의지를 보였던 박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쪼개진 평화당으로 옮기면서 전남지사 출마에 장고를 거듭했다. 평화당도 정의당과의 연대로 20석 프레임에 걸려있는데다 최근 수술을 마친 부인 이선자 여사 간호로 매주 행하던 '금귀월래' 등 지역활동도 뜸해졌다. 그럼에도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의 불출마로 '3자 대결=야당 필패'라는 등식이 깨진데다 여당의 유력 후보가 불출마로 방향을 틀면서 민주당과 평화당 간 양자 대결이 현실화돼 박 의원의 출마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

 

반면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은 2월26일 '전남지사라는 그 오랜 꿈에 마침표를 찍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합당 과정에서 당 지지율이 급락한데다 후반기 국회부의장직에 대한 도전이 더 실익이 크다는 판단이 출마 포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바른미래당은 주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후 전남지사 후보 영입에 나섰으며, 어떤 후보를 낼지도 관심사다. 민중당 이성수 전남도당위원장은 지난 2월13일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활동 중이다.

 

변수가 상수로 드러날 시점은 이달 '15일 직후'가 유력하다. 오는 15일은 공직자 사퇴 시한이다. 남은 시간은 불과 일주일 남짓이다. 이 시간은 전략공천, 박지원 출마여부, 대진표까지 전남지사 선거 앞에 놓인 변수가 하나씩 지워질 시간이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전남지사 선거의 핵심 변수였던 이개호 의원 출마여부가 정리되면서 후보군이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다"면서 "이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당내 경선과 본선 대전표'가 다음 주 쯤 확정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

 

전남도청 전경 ⓒ 전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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