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대란’ 진짜 원인은 ‘과대포장’에 있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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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폐기물 배출규모 세계 2위…과대포장 적발해도 ‘나몰라라’

 

수도권을 강타한 ‘폐비닐 대란’이 일단락됐다. 서울과 경기도의 일부 재활용업체가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4월1일부터 수거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계획을 철회하면서다. 폐기물은 정상 수거하게 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직 멀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닐·스티로폼 등 재활용품 기피 품목에 대한 수거 중단과 처리비용 증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4월2일 오전 광주 북구 재활용품선별장에 처리하지 못한 재활용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 연합뉴스

 

 

1200만 톤 넘는 과대포장 사회 문제로 지적돼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4월2일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과대포장 등으로 낭비되는 쓰레기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며 “재활용품을 수거해가지 않는 업체들을 탓하기 이전에 일회용품을 과하게 쓰는 우리 사회 습관을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발생하는 포장 폐기물 양은 OECD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1996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종이·플라스틱 등 포장폐기물 발생량은 1214만6000톤이다. 같은 해 미국에선 6200만 톤 가량이 배출됐고, 한국 다음으로 독일이 1100만톤을 배출했다. 한국환경공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나라 포장폐기물의 발생량은 경제규모에 비하여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감량화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협의회' 회원들이 2001년10월18일 롯데백화점 앞에서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며 과대포장과 일회용품 사용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과대포장에 대한 규제는 2013년 법규 개정을 통해 강화됐다.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제품 종류에 따라 전체 포장의 65~90%를 내용물로 채워야 한다. 또 이중 또는 삼중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 과대포장으로 적발되면 기본 100만원, 3회 이상 적발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과대포장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3년 제품 3만1000여개에 대해 과대 포장 점검이 이뤄졌다. 이 중 191건(0.6%)이 포장재질·방법 규칙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엔 제품 2만여 건 중 243건(1.2%)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이 2배 증가한 것이다.

 

이유가 뭘까. 일각에선 과태료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2016년 설 당시 과대포장으로 적발한 59개 제품에 총 537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제품 하나당 평균 과태료가 91만원이다. 100만원이 채 안 된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이를 두고 “업체 측에서 과태료를 사전 납부해 집계되지 않았거나, 지자체 재량으로 감경한 사례가 있어 평균 100만원이 안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업계에선 “명절 특수 때 벌어들이는 것에 비하면 과태료는 용납할 수준”이란 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과대포장 제한하라” 목소리 커져

 

과대포장 근절의 필요성은 이미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엔 “과대포장을 제한하라”는 내용을 담은 글이 37건 검색된다. 그 중 ‘일회용품 사용 및 각종 과대포장 제한’이라는 제목의 청원에서는 “과자 한 봉지에 과자보다 쓰레기가 더 많다”며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 탓에 지구가 병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대포장을 강력히 규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2년 소비자시민모임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5.7%가 과대포장으로 불편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포장이 내용물보다 지나치게 크다’(27.6%), ‘쓰레기가 많이 발생해 처리가 어렵다’(25%), ‘포장비용으로 상품 가격이 비싸졌다’(23.5%) 순이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주부 이은경씨(여·56)는 “쓰레기 분리수거할 때 제일 많이 나오는 게 비닐과 플라스틱”이라면서 “애초에 포장을 과하게 하지 않으면 이번처럼 쓰레기 대란도 안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4월1일부터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하지 않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재활용 수거업체 측과 협의해 수거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수도권 내 다른 아파트에서도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은 정상 수거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4월2일 재활용업체 48곳과 협의해 폐비닐 등 재활용품 수거를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환경부의 재활용 시장 안정화를 위한 지원 계획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이어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할 전망이다.

 

ⓒ 환경부 보도자료


 

환경부는 또 “국민들도 분리배출 요령에 따라 폐플라스틱 등을 배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스티로폼 등은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다른 재질은 제거하며 △이물질은 헹궈서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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