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라돈 검출 학교에 이전 등 ‘과잉 조치’ 필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4.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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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국가적 라돈 정책 필요…‘국가 DB’ 구축해야”

 

시사저널은 4월9일 고농도 라돈이 검출된 전국 초·중·고등학교 명단을 단독 공개했다(제1486호 [단독]침묵의 살인자 라돈, 당신 아이를 노린다’ 기사 참조).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라돈이 무엇인지, 얼마나 위험한지, 측정은 어떻게 하는지, 저감 조치는 어디에 의뢰해야 하는지 등 많은 문의가 쏟아졌다. 시사저널은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편집자주]


라돈은 피할 수 없다. 라돈과 같은 천연 방사능은 그 성격상 피폭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주택이나 학교, 공공건물, 직장 등 어디에나 라돈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준치에 미달하는 라돈은 인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 라돈이 검출됐다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라돈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교육부와 환경부의 기준은 매우 느슨하다. 라돈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부설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고농도 라돈이 검출된 학교들에 대해서는 과잉 조치라고 할 만큼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교육부와 환경부의 측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아가 방사능 피폭 관리의 정부 책임 체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시사저널 이종현


라돈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험성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인가.


“라돈은 폐암과 인과관계가 있다. 폐암의 원인 1위는 흡연이고, 2위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라돈이다. 객관적인 역학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라돈으로 폐암에 걸려 사망한 사람은 10만 명에 이른다.”


고농도 라돈이 학교에서 상당히 많이 검출됐다. 어린 학생들에게 라돈이 더욱 위험하다는데.


“그렇다. 나이가 어릴수록 방사선이 끼치는 영향이 크다. 대개 유아들은 성인에 비해 3~4배 정도 위험성이 높다. 라돈이 초등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성인의 2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라돈 농도 측정에 대한 교육부와 환경부의 기준이 다르다.


“환경부에서 라돈을 측정하는 기준 시점은 겨울이다. 라돈 농도는 환기가 안 될 때 가장 높다. 라돈 농도 최대치가 기준치 미만이어야 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학교의 특성상, 아이들이 있는 시간은 낮이다. 낮에는 비교적 농도가 떨어진다. 제일 높을 때가 기준이 아니라, 아이들이 있는 시간, 피폭을 당할 수 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측정해야 한다. 교육부와 환경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하는 라돈 측정을 신뢰할 수 있나.


“교실마다 측정해야 한다. 이 교실은 하고, 저 교실은 안하면 안 된다. 농도는 장소마다 다를 수 있다. 주택도 거실과 안방의 라돈 농도가 다르다. 지금까지 측정하는 것을 볼 때, 학교에서 측정하는 장소의 수가 부족하다. 지금까지 한 건 스크리닝(screening) 차원이다. 라돈 관심 지역을 선별하기 위해서 사전조사를 하는 수준이었다. 어떤 지역의 라돈 수치가 높으면 아까 말했듯이 가가호호, 교실마다 다 측정해야 한다.”


라돈이 2000Bq​(베크렐) ​/이상 나온 학교도 있다.


“전국적으로 라돈을 크게 우려할 만한 학교 비율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 학교들에 대해서는 과잉 조치라 할 만큼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도 재정 부담은 크지 않다. 라돈 농도가 1000Bq/㎥​ 이상 올라가면 무조건 저감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저감 조치를 해도 라돈의 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잘 몰라서 그렇지 (라돈의 위험성을) 알게 되면 학부모들이 당장 학교로 쫓아올 것이다.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던 학교들도 측정을 해보고, 라돈 수치가 급격하게 높을 경우 일단 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될 경우 학교를 신축하거나 이전해야 한다. 신축할 때 지반에 콘크리트 매트를 잘 깔면 괜찮다. 실제로 라돈으로 폐교한 학교도 있다.” (화강암 지대에 있었던 충북의 한 학교는 기준치인 148Bq​/㎥​의 48배에 해당하는 7210Bq​/㎥​이 검출되면서 폐교 조치를 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돈의 위험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에서는 어떤 조치가 이뤄지나.


“미국 캘리포니아는 부동산 매매를 할 때 ‘라돈 세이프’를 계약서에 쓰게 한다. 일정 기간 이상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될 경우, 학교나 관공서를 이전하기도 한다. 환경부가 주택 라돈 수치를 조사하면서도 확실한 정책을 결정 못하는 이유는 주택이 개인재산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방사능을 우려하지만, 그보다 수십 배 많은 라돈이 일반 공기 중에 많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실제 노출이 됐을 때 위험한 수치는 어느 정도인가.


“라돈 농도가 200Bq​/㎥​ 정도일 때 1년 간 피폭되는 방사선량을 계산해보면 대략 13mSv(방사능 피폭선량을 나타내는 단위·밀리시버트) 쯤 된다. 원전 종사자의 경우 1년에 허용되는 기준이 20mSv이고, 일반인은 1년에 1mSv다. 굉장히 높은 수치다.”



WHO는 라돈 검출이 일정 수준 이상 되면 저감조치를 권고하고 있다.


“​WHO는 주택에서 나오는 라돈이 100Bq​/㎥​ 이상일 경우 저감조치를 권고한다. 우리 집 라돈이 150~200Bq​/㎥​ 정도 되는데 그냥 살 건지, 아니면 돈을 들여 라돈 수치를 낮출 건지는 자기의 선택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는 집에 라돈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라돈 유해지역’ 이라는 표현이 센 것 같다고 해서 ‘라돈 관심지역’이라고도 표현하는데, 관심지역쯤 되면 측정을 해봐야 한다. 필요하면 국가가 재정을 들여서라도 해야 한다. 다행히 100~200Bq​/㎥​ 수준이라면 그나마 낫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WHO의 기준인 100Bq​/㎥​는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입장이다. 200Bq​/㎥​ ​정도를 기준으로 본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시사저널 이종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라돈이 많이 검출되는 편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화강암이 많아 라돈 검출량이 국제 평균보다 조금 높다. 강원도 평창, 경북 봉화 등 강원도에서 경상북도로 내려가는 화강암 지대에서 특히 많이 검출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은 200Bq​/㎥​ 정도를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 아직까지 정책이 결정된 건 아니지만, 관공서나 학교 등 머무르는 시간이 비교적 적은 곳들은 300Bq​/㎥​정도가 알맞은 기준이라고 본다. 참고로 데이터 경험으로 볼 때 2층 이상은 라돈 수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 

 


측정 방법에 대한 주장도 다 다르다. 교육부는 90일 간 수동형 측정기로 측정해야 한다고 하고, 전문가는 실시간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데.


“실시간 측정이 가능한 자동형 측정기 중 빨리 반응하는 기계는 꽤 비싸다. 국산 ‘라돈아이’는 측정치에 반응하는 데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능동형은 펌프로 공기 퍼 올리는 방식이라 금방 측정이 된다. 노출량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장기간 측정하는 게 맞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한번에 3개월 씩, 계절마다 1년에 네 번 측정해 평균을 내서 데이터화한다. 환경부는 겨울철에 가장 높을 때 한번 조사하는 방식이다. 측정은 목적에 따라 다른데, 국민이 라돈 방사선에 얼마정도 피폭되는지를 조사할 때는 연평균으로 조사하는 게 맞다. 다만 학교 같은 곳은 일일변화, 주간변화를 측정해 가장 높을 때와 평균치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도 봐야 한다.”


교육부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조사 결과도 접하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다중이용시설 관리를 해왔다. 전수조사를 다 못하고, 아직까지 샘플링 하는 수준이다. 지금은 학교 내 라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많은 학교를 확인했을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인 혼란 때문에 조사결과를 오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돈에 국민들이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세계적으로 라돈으로 인해 10만명이 죽는다. PM2.5의 미세먼지 때문에 죽는 게 330만명이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도 600만명 정도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의 라돈 수치가 높다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농도를 낮추는 조치를 할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점을 국가가 계도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필요하면 지원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


직장 내 라돈 문제도 심각한가.


“직장도 학교처럼 공기순환시설이 있기 때문에 주택보다는 상황이 낫다. 그러나 실제 라돈 농도가 300Bq​/㎥​ 쯤 되는 직장이라면, 하루 8시간 근무해도 1년 방사선량이 10mSv가 넘는다.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이 받는 평균 방사선량이 1년에 0.7mSv밖에 안 된다. 방사선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안일하게 생각하는데,10mSv의 피폭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원안위가 처음에 생활방사능법 시안 만들 때는 라돈 조항이 있었는데, 환경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부담스러웠는지 그 조항을 쏙 뺐다.”



법률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라돈 관리를 어느 부처가 해야 하나.


 “학교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은 환경부가 다년간 주무관청으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계속 환경부가 하는 게 적당하다고 본다. 다만, 직장에서 검출되는 라돈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내가 원자력 발전소를 가서 방사선을 받는 것이나, 출근하는 공장에서 방사선 받는 것이나 (피폭되는 것은) 똑같다. 직장 내 라돈 문제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관할해야 한다.”


직장 내 피폭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직장 내 피폭의 경우 현재 모두 다른 부서가 관리하고 있다. 원자력 분야는 원안위가 관리하고, 병원 진단과 X선 관련자들은 질병관련본부가, 동물병원 수의사들은 농수산부가 관리한다. 항공승무원 피폭은 국토부에서 관리한다. 라돈 피폭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안 돼 있다. 라돈도 직무피폭이 있지만, 국가적인 정책이 정립된 게 없다. 전체적인 직무피폭 관리를 원안위에서 하고, 어디에서 피폭이 됐건 주민번호만 조회하면 한꺼번에 확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폭 관리의 정부 책임 체계는 명확하게 해야 한다.”​ 



라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라돈 관심 지역은 당연히 (측정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도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측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국민적 관심사가 생겨 모두가 측정을 원할 경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측정 서비스를 육성하고, 측정 신뢰도를 담보할 수 있는 기관을 지정해 품질 관리를 감독해야 한다. 국민들이 자기 집 라돈을 측정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은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나. 양로원, 보육원 같은 사설 시설은 규정 만들어서 운영자가 측정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필요하다. 수치가 높게 나왔을 때 대책과, 감축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라돈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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