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이참에 원래…” 도보다리 회담 35분 전말(1보)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1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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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 전문가가 분석한, 입모양으로 엿본 김정은의 ‘비핵화’ 입장

 

‘도보다리 회담’은 4‧27 남북정상회담의 정수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내밀한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핵심관계는 4월30일 기자들에게 “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묻고 문 대통령이 말씀을 해주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화의 복기 계획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결국 대화의 내용은 두 정상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는 셈이다. 

 

시사저널은 4월30일 구화(口話)법을 수십년 째 사용하고 있는 A씨의 도움을 얻어 도보다리 회담의 독화(讀話)를 시도했다. 구화란 상대의 입술 움직임과 표정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다. ‘독순술’이라고도 한다.

 

 

4월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취재단


북미회담’ ‘한반도 로드맵’도 논의한 걸로 추정  

 

남북 정상은 회담이 있던 4월27일 오후 4시40분쯤 소나무 식수 행사를 마치고 하늘색 도보다리를 향해 걸었다. A씨에 따르면, 이때 문재인 대통령은 “교류를 주고받을 때 관건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A씨는 “북·​미 회담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본 민간 방송사 니혼TV도 이와 관련해 4월30일 “문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와 핵시설 얘기를 꺼냈다”고 보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가급적이면” “중요한거 아닙니까” “나도 하고 있는 일이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A씨는 “이 부분은 한반도 로드맵에 관한 얘기 같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은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판문점 선언에서도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란 문구가 나온다. 

 

도보다리에 올라서면서 문 대통령은 “어렵고 쉽지 않지만 앞으로 남은 6개월 동안”이라고 했다. 이는 올 가을에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기로 한 약속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이행하자는 뜻이 엿보인다.  



“남은 6개월 동안…” 가을 회담 위한 포석?

 

이후 두 정상은 도보다리 끝의 벤치에 앉았다. 약 1분 뒤, 문 대통령은 주변에 있던 사진기자들에게 “두 분 그만 돌아가주세요. 일단 들어가주시겠어요?”라고 했다. 이때 김 위원장도 돌아가라는 손짓을 했다. 서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려 했다는 의도가 읽힌다. 

 

곧이어 김 위원장은 “뭐 이 문제로 지금 트럼프가, 트럼프께서 이 핵을 내가 이참에 원래”라고 말했다. 이 다음부턴 해석이 분명하지 않다. 만약 폐기와 관련된 단어가 이어졌다면, 이번 남북 정상회담 전부터 김 위원장이 핵 폐기를 고려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벤치에서 대화를 나눈 지 약 3분 째, 김 위원장이 “그거 알아요?”라고 말했다. 바로 전에 김 위원장이 꺼낸 말에 대해 A씨는 “‘확약한다’거나 ‘복수한다’는 식의 말을 한 것 같다”며 “정확히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계속해서 김 위원장은 “자본주의가 아니기 때문에”라고 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 ‘비핵화’ ‘핵무기’ 언급

 

대화가 이어졌다. 약 18분 째, 김 위원장이 손짓을 하며 “핵무기가 그렇고, 비핵화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입을 여는 모습이 포착됐다. 

 

도보다리 회담은 총 35분 정도 이어졌다. 대화를 끝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화의 집으로 돌아갔다. 예정됐던 합의문 공동서명을 위해서다. 그런데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4월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두 정상은) 합의문 서명을 하지 않고 접견장에 들어가 배석자 없이 15분 정도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장소를 옮겨 단독 회담을 계속 이어간 것이다. 조 장관은 “남북 정상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와 관련된) 얘기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2보) “핵폐기 구체화…” ‘도보다리 회담’ 영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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