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라돈,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면 좋겠다”
  • 김종일 기자·박소정 객원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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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성 실내라돈저감협회장 “라돈 관리의 핵심은 관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시사저널은 4월9일 고농도 라돈이 검출된 전국 초·중·고등학교 명단을 단독 공개했다(제1486호 [단독] 침묵의 살인자 라돈, 당신 아이를 노린다’ 기사 참조).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라돈이 무엇인지, 얼마나 위험한지, 측정은 어떻게 하는지, 저감 조치는 어디에 의뢰해야 하는지 등 많은 문의가 쏟아졌다. 시사저널은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편집자주]

 

라돈 저감 상품을 심사해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학교와 유치원 등에 실시간 라돈 측정을 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 있다. 사단법인 실내라돈저감협회다. 협회는 이익단체임에 틀림없지만, 그만큼 라돈을 우려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가장 민감하다. 4월19일 이재성 실내라돈저감협회장을 만나 이번 교육부의 학교 라돈 대책 등에 대해 물었다.

이 협회장은 시사저널이 만난 전문가들 중에 가장 신랄하게 교육당국을 비판했다. 그는 라돈 해결 과정에 교육부의 역할은 없는 것과 다름없고, 지금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측정 방식이나 저감 조치 등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론의 질타에 무조건 검증되지 않은 저감설비를 들여놓는 것은 ‘예산 낭비성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라돈을 시간대별로 정밀 측정해 데이터를 눈으로 확인하는 게 우선돼야 실효성과 신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시간대에 저감 조치를 실시하는 ‘시스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성 실내라돈저감협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라돈의 위험성은 잘 알지만 공포심만 조장한다는 독자 여론이 많았다.  

 

“단순히 ‘위험하다’고만 이야기하면 국민들은 안 듣고 싶어 한다. ‘대안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는 식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정부는 문 열어 환기를 하면 된다고만 한다. 문 열면 되는 건 맞는데, 그걸 언제,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계절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기압·온도 등에 따라 라돈 농도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 측정값을 평균값이 아니라 실시간 측정 데이터로 뽑아야 한다.” 

 

 

작년 교육부가 측정한 라돈 수치를 신뢰하는가. 

 

“믿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더 심각할 거라 생각한다. 교육부는 ‘수동형 라돈 측정 방식’으로 주로 학교 라돈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분석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 90일간 라돈 수치를 측정해 그 평균값을 내는 이 방식은 아직 품질 관리 기준조차 없다. 교육부가 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첫째 저렴하기 때문이고, 둘째 상대적으로 라돈 농도가 낮게 검출되기 때문이다. 수동형 측정기로 3개월간 라돈 측정을 하는 이유는 정확해서가 아니라 그 측정기 속에 들어가는 작은 필름을 3개월 정도를 노출시켜야만 유효한 값을 계산할 수 있어서다. 전문 라돈 계측기는 수동형에 비해 700~800배 정도 더 민감하다.” 

 


교육부는 오히려 평균값이 과잉 평가된 값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라돈 농도가 야간보다 주간에, 겨울보다 봄에 낮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아이들이 활동하는 시간대 농도가 더 중요하다’라고 한다. 맞다. 저감 조치는 생활시간의 데이터에 맞춰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이 생활하는 시간대에 라돈 농도를 실시간 데이터로 따져보면 평균값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 주장대로 생활시간에 맞춰 측정을 하려면 품질관리가 안 된 수동형 측정기가 아니라 실시간 계측기로 365일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장비가 훨씬 좋은 것들이 많은데 교육부는 외면하고 있다.” 

 


정밀 측정 방식으로 전수 조사를 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그것도 변명이 못 된다. 지금 연구실 등에서 사용하는 전문 계측기는 천만원대이지만 가정용 라돈 측정기는 십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성능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 오차가 10% 미만이다. 시중에서 20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는 가정용 라돈 측정기도 오차가 10~20%에 불과하다. 오차범위가 최대 25%인 수동형보다 훨씬 정확하다. 이걸 구입해서 학교 라돈을 측정해야 한다.” 

 


수동형 측정 외에도 측정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측정 장소와 시기도 문제다. 학교 라돈의 주된 원인은 크랙(건물의 갈라진 틈새)이다. 크랙이 있는 교실을 우선적으로 측정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않다. 또 지금 교육부는 1층 이하만을 대상으로 측정한다. 그것도 교실 수십 개 중에 한두 개만을 대상으로 측정한다. 그렇게 라돈 수치가 낮게 나오면 그게 낮다고 100% 신뢰할 수 있나.”
 

 

측정 시기에도 문제가 있나. 

 

“환경부는 겨울철을 관리기준으로 해 라돈 지도를 작성한다. 우리나라는 계절성으로 인해 여름에 비해 봄에 두 배 이상 라돈 농도가 내려간다. 봄에 측정하면 기준치 이하의 라돈으로 측정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금 봄철에 라돈 측정을 하고 있다. 봄에 그것도 수동형으로 측정하고 나서 ‘안전하다’고 말하면 그 결과를 누가 신뢰하겠나.” 

 


교육부의 적극 저감 조치 기준은 600베크렐(Bq)/㎥이다. 이 기준은 신뢰할 만 한가. 

 

“학부모들에게 물어보자. 환경부 관리 기준은 148Bq/㎥인데 교육부가 실제 움직이는 기준은 600Bq/㎥이다. 과연 이 말을 납득하시겠는가. 계산 방식을 따져보면 교육부가 주장하는 600Bq/㎥ 기준에 대한 허구성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600Bq/㎥이란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 라돈 노출 대상자를 일반인이 아닌 원전 작업자로 선정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바깥인 가정 등에서 노출되는 라돈 값을 제로(0Bq/㎥)라고 가정해 계산했다. 즉, 쉽게 말해서 교육부가 비교적 느슨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연구 결과·조건 등을 취사선택했다는 것이다.” 

 

 

라돈은 실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계를 사용하면 분명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사진은 라돈 측정기의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라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데이터로 관리해야 한다. 라돈은 실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계를 사용하면 분명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20만원짜리 측정기 가지고 데이터 한 번만 뽑으면 된다. 우리 협회는 측정기 임대 지원도 하고 있다. 한 번만 측정해서 데이터가 나오면 ‘여기는 언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구나’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래도 안 되면 저감 시설 가동하는 거다. 어떤 조치를 취하든 일반인에게 라돈을 쉬운 눈높이로 이야기해주는 게 필요하다. 올해 하반기에 통신사와 함께 라돈 관련 예보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요즘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워낙 좋은데 이걸 활용하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사저널 보도 이후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저감 설비 설치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면 좋겠다. 지금은 정작 중요한 관제 모니터링 시스템은 빼놓고 그럴듯한 저감 설비만 제시하는 식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나. 저감 설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관리는 되는지 모든 학교가 알아서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왜? 라돈은 무색, 무취, 무미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환기 강화 대책도 그렇다. 이게 처음에만 몇 번 하다 말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즉 관리를 시스템화 해야 한다. 관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서 라돈 관리가 자동으로 이뤄지고, 기록돼서, 검토돼야 한다. 그래야 라돈이 제대로 저감되는지, 예산은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관제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 

 

“관제 시스템 기술은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세상에 나왔다. 저감 설비를 설치했는데, 언제, 어떻게 얼마나 써야 라돈이 저감되는지 모니터링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산 문제로 새 장비로 다 교체할 수도 없었다. 기존 장비에 관제 시스템만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라돈 저감 설비에 관제 시스템을 연결하니 그 때부터 언제 어떻게 작동했는지 기록이 나왔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관리가 되기 시작됐다. 자동으로 관리가 되면 라돈을 잊고 살아도 된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IoT가 워낙 발달돼 시스템 구축에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라돈 저감 설비가 없으면 ‘큰일 난다’는 식의 대책은 눈속임이라 생각한다. 라돈은 일시적이지 않다. 학교 건물은 계속 노후화 된다. 크랙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진행된다. 당연히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다. 지금 저희 협회는 통신사들에 라돈 관련 모니터링 관제 시스템 비용을 장기적으로 분할 납부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 중이다. 관제 시스템 비용을 통신요금 안에 녹이면 월 5~6만원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면 학교 입장에서도 일시적으로 많은 예산이 필요치 않다. 작년 서울에서 유일하게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경희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 대책 회의를 거쳐 관제 시스템을 1층 교실 전체에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선진국은 학교 라돈 관리를 어떻게 하나.


“미국은 학교 라돈 농도를 측정할 때 1층 교실을 전수 조사한다. 실시간 측정으로 동시에 측정한다. 전체 값을 봐서 편차를 보고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한 곳을 대표 교실로 지정해 이를 기준으로 관리한다. 우리와 달리 가장 공격적인 기준으로 하는 셈이다. 라돈 농도가 심각할 경우, 미국·유럽·캐나다는 학교 휴교령도 내린다. 학교에 설치돼 있는 환기 설비로 그날 올라오는 라돈 양을 감당 못할 때 미세먼지 경보처럼 휴교 조치하는 거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신체가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지 않나. 폭력이란 게 다른 것 없다. 라돈에 그대로 방치되게 만드는 것도 폭력이다. 교육부는 각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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