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는 "특검 받겠다"는데, 민주당은 왜 결사반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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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드루킹 블랙홀'로 인한 국회 파행 속 이러지도 저러지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드루킹 특검 도입 여부가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담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여론이 드루킹 이슈를 완전히 덮을 거란 기대는 이미 난망해졌다. 자유한국당은 특검 수용을 압박하려 단식 카드까지 빼 들었다. 정부의 회담 성과를 칭찬하던 야당들도 대여 압박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정작 당사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예비후보는 "필요하면 특검, 아니 그보다 더한 조사도 받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국회 파행도 불사하고 드루킹 특검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가 5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김경수 "특검보다 더한 조사도 응할 것…"민주당은 "절대 안 돼"

김경수 후보는 5월4일 "필요하다면 특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조사에도 임하겠다"고 밝혔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경찰청에 출석한 자리에서다. 특검 수사도 문제 없다는 김 후보의 발언은 민주당과의 사전 교감 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민주당 입장은 김 후보와 전혀 다르다. 민주당 소속 의원 대부분은 특검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 그냥 특검을 수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묻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3일 SNS를 통해 "특검은 우리 당 내부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이기에 내가 원내대표라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드루킹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3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의원총회을 열어 "추가경정예산·국민투표법·방송법 등 현안을 모두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민주당이 유독 특검 만은 안 된다며 국회 정상화를 걷어차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도 특검 수용을 촉구하면서 특단의 조치를 시사했다. 민주평화당은 민주당에 특검 수용을, 한국당에는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절차상 문제' 거론하지만 특검 도입 시 리스크도 고려한 듯  

민주당은 특검 도입 논의가 벌써 물 건너 간 이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드루킹 사건은 특검까지 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누차 밝혀왔다"며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다면 얘기해 볼 수도 있는데, 무턱대고 특검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절차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과 관련해서는 타협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들은 김경수 후보도 거부감을 내비치지 않은 특검 도입을 민주당이 결사반대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특검까지 갈 사안인지 아닌지를 왜 민주당이 판단하느냐"며 "특검 수사를 통해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타격을 입을까 두려워 피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지난 4월23일 국회에 제출한 드루킹 특검 법안을 통해 '드루킹과 연관된 단체·회원 등이 2012년 대선 1년 전부터 현재까지 저지른 불법 여론 조작 행위', '정당 연계성과 인사 청탁을 포함한 대가성' 등을 주요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야3당이 특검법과 별개로 내놓은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드루킹과 여론 조작 일당의 청와대·여권 인사 접촉 내용', '드루킹과 민주당 간 교류 및 국회 출입 전반'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돼 있다.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이틀째 무기한 노숙·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5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왼쪽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시사저널 박은숙


한편 한국당 등 야당의 압박에 민주당은 어떻게든 여론의 관심을 '특검'에서 '국회 파행'으로 돌리려는 모습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 중인데 한국당은 한가롭게 방탄 국회를 하고 있다"며 "외교와 안보에 실패한 정당이 방탄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3선 국회의원 하면서 협상 상대(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렇게 무작스럽게, 도저히 상식에도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자고 하니 그날 낮에 가서 그냥 단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 어젯밤 정말 잠을 못 잤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김경수 후보에 대해서는 방어막을 세웠다. 추미애 대표는 "경찰은 드루킹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로 국민과 언론에 불필요한 혼선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김경수 후보 소환조사에서도 드루킹 수사의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 대변인은 "이번 경찰 출두로 김 후보에게 쌓인 일부 세간의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며 "김 후보는 당당하고 솔직한 자세로 자초지종을 밝혀 의혹을 깔끔히 불식시켜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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