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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권력’이라는 말은 딱 한 번 나온다

[김종일의 국회 사용설명서] 1회 - '정치혐오'를 혐오하자

김종일 기자 ㅣ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9(Mon)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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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에 앞서>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다.” 재계 서열 1위 그룹의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오랫동안 정치는 한국 사회와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적폐’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진정 한국인이 사랑하는 스포츠는 야구나 축구가 아닌 ‘정치인 욕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제대로 정치를 욕하고 있을까요? 불과 10여년 전 한국 사회에는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어쩌면 우리가 오늘 신나게 욕하는 정치인이 실제로는 국민과 지역민을 위해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는 ‘국민 머슴’일지도 모릅니다.  

욕할 때는 제대로 시원하게 해줘야 합니다. 선거 때 말고 제대로 얼굴 볼 일도 없는 정치인들에게 욕 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래야 뭐가 잘못됐는지 알고 잘못을 고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기니깐요. 하지만 욕하는 대상과 욕하는 이유가 지금보다는 분명하고 뚜렷해져야 합니다. ‘정치권은 다 썩었어’라는 말은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무섭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아무개 정치인’이라고, ‘이런저런 일을 잘못해서’라고 콕 짚어서 얘기해야 무서워합니다. 

사실 정치는 욕만 하고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중요합니다. 정치는 나의 연말정산을, 연금을, 군 복무 기간을 결정합니다. 심지어는 휴대폰 유통 방식도 정치가 결정합니다. 뉴스를 보면 정치권은 싸움만 하는 곳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왜 싸울까요? 맞습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게임의 규칙’이 바로 여기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규칙이 우리한테 불리하게 만들어지고 있는데, 손 놓고 욕만 하고 계실 겁니까? 알아야 바꿉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내 삶의 규칙을 바꾸고 있는지 그 이면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오늘부터, 정치 제대로 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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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너무 중요해서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놓을 수가 없다

“전쟁은 너무도 중요해서 장군들에게만 맡길 수가 없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총리였던 조르주 클레망소가 한 말입니다. 이 말은 2018년 대한민국에도 유효합니다. 특히 정치가 그렇습니다. 정치를 오로지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놓으면 대한민국이 잘 굴러갈까요? 아마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3권분립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청와대와 국회 등을 견제합니다. 경찰과 검찰 등 사정기관도 호시탐탐 정치인들의 부정과 부패를 감시하죠. 그럼에도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대체 왜 그럴까요? 정치인들은 타고난 ‘악인’들일까요? 정말 멀쩡하던 사람도 정치판에만 가면 이상해지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 국민 수준을 탓해야 할까요?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알렉시스 드 토크빌)’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번 기획의 구체적인 내용이라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차차 말씀드리겠지만 ‘정치’는 억울할지 모릅니다. 명백히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혼이 나야겠죠. 하지만 억울하게 오해받아 혼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혹시 우리가 그동안 이상한 안경을 쓰고 정치를 엉뚱하게 욕한 건 없을까요? 오해했던 부분은 없을까요? 이런 질문이 이상하실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여쭤보죠. 박태환 수영선수에게 박지성 축구선수만큼 공을 왜 잘 차지 못하냐는 질문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혹은 미드필더인 박지성 선수에게 왜 골키퍼 역할도 그만큼 못하냐는 지적은 어떠신가요? 저는 앞으로 몇 차례 이런 질문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던져보고자 합니다. 

정치를 왜 알아야 할까요? 너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바꾸면, 내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내 월급통장이, 내 집값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 아이, 부모님의 삶마저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단연코 대한민국을 좋게 만드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정치를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꾸로 우리 삶에 지금 무언가 문제가 있다면 그 근본 원인은 정치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치를 바꾸는 일은 누가 할 수 있을까요? 힘이 센 권력자만이 할 수 있을 겁니다. 괴물 같은 정치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니깐 말이죠.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우리 헌법에 권력이라는 말은 딱 한 번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바로 제1조2항입니다. 맞습니다. 정치를 바꾸는 일은 국민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 꼭 바꿔야 할까요? 모르고 살면 스트레스 안 받고 속 편한 데 말이죠. 실제로 내가 투표 안하고 정치에 참여 안 해도 다른 누군가가 해서 이 나라는 어쨌든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도 앞으로 찾아볼 겁니다. 한 가지만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민을 가지 않는 이상 한국 사회에서 나와 내 아이가 행복하게 지속가능하게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좋은 정치’를 만드는 일이라는 겁니다. 지금 한국에서 충분히 행복하신가요? 

모든 병의 치료는 진단에서부터 시작하죠. 정치를 바꾸는 일 역시 정치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치, 욕할지 혼내줄지 아니면 고쳐서 잘 써볼지 이제부터 같이 진단해보시죠. ‘물만 셀프’가 아닙니다. 정치를 바꿔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일, 스스로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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