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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땅 DMZ를 세계 환경 중심지로

[손기웅의 통일전망대] 남북 접경 강원도 고성에 유엔환경기구 유치 필요

손기웅 통일연구원장·한국DMZ학회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7(Tue) 14:00:00 |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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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남북 간에 다양한 접촉과 교류협력이 시작됐을 때 필자는 DMZ(비무장지대) 내 유엔환경기구 유치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제안했다. 당시에도 북한 핵문제가 쟁점이었다. 관련 정부부처 간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필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핵문제 해결이 단시일 내에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핵문제는 관련국들의 노력과 북한의 결단이 있으면 즉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황사 문제와 서해의 해양오염은 이미 심각한 문제다. 만약 북한의 경제가 회생돼 돌아가기 시작해 그들이 가진 유일한 에너지 자원인 석탄을 때기 시작하면 우리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대기오염은 심각해질 것이다. 해양오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자연환경이란 어느 시점에 이르면 급격한 질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하고 예방하지 않으면 엄청난 재해가 닥친다. 이런 의미에서 환경문제 해결이 어떻게 보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유엔 산하 환경기구를 유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리적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한 DMZ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이곳을 한반도와 동북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로 가는 통로로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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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혁·개방 전초기지로 활용 가능

 

사상 최초로 정상회담이 열려 ‘6·15 공동선언’이 채택됐지만,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는 갈등과 분쟁의 상징인 DMZ를 그대로 두고는 도래할 수 없다. 충돌이 끊이지 않은, 비무장지대는커녕 세계 제1의 중무장지대인 DMZ 전역을 정전협정의 합의대로 비무장화하자는 얘기는 당시는 물론, 지금의 상황에서도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남북이 합의하는 극히 제한된 지역을 비무장지대로 만들고 거기에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과 미국을 포함, 동북아 모든 국가들에 도움이 되는 기구를 유치하는 것은 여러모로 괜찮은 생각이다. 어쩌면 이 조직은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채택된 리우선언과 의제21(Agenda 21)이 강조하는 지역 환경협력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유엔이 지지하는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는 것은 DMZ를 인간과 인간의 평화는 물론, 인간과 자연환경의 평화도 포함시키는 평화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물론 이 기구의 진정한 목적은 통일일꾼이다. 한반도에 신뢰와 평화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북한을 어떻게든 개방시키는 것이 이 기구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호소에 가까운 발표가 끝나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쉽지 않은 정책이지만 숙고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그런데 마지막 토론자가 찬물을 끼얹었다. “지금 핵문제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고 남북 간 신뢰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DMZ를 비무장화하고 개방하자니 말이 됩니까”라는 국방부 간부의 말 한마디가 회의의 끝을 알렸다.

 

안타깝게도 그로부터 18년이 지나 북한은 핵 무력을 완성했다. 또 당시에도 예측한 대로 지금 우리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대기오염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을 올해 10월 출범시키기로 했지만, 중국발(發) 미세먼지의 명확한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공동연구의 결과 보고서 발간은 중국의 반대로 내년으로 미뤄졌다.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DMZ 내 유엔환경기구 유치를 다시 한번 국가전략으로 채택하고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장소는 강원도 남북 고성군 사이에 위치한 DMZ와 그 일대 남북 측 접경지역이다.

 

현재 동북아 역내 모든 국가들은 미세먼지, 황사를 포함하는 대기오염과 수질 및 해양오염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해결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환경오염의 원인 제공국과 피해국 간의 입장 차이, 역내 국가들의 경제 수준과 정치체제의 뚜렷한 차이, 환경오염 자체에 대한 인식 정도의 차이 등으로 인해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해결을 위한 동력 창출이 절실한 현실에서 남북 모두에 해당하는 고성군의 중간 DMZ 내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고, 그 일대 남북 측 접경지역에 유엔 산하 연구소와 대학을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 만약 이 구상이 성공하게 되면 평화의 상징인 유엔기구와 DMZ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환경 간의 화해를 상징하는 것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정착을 좀 더 실질적으로 만들 수 있다.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로 고성군을 지목한 이유는 이곳은 설악산과 금강산이 있어 통일이 되면 어차피 환경생태적으로 보호돼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남북 고성군 사이의 DMZ는 이미 동해선 철도와 도로로 연결이 가능하다. 한 면은 바다이고 반대 면은 산과 들로 둘러싸여 남북 양측으로부터 군사적 통제가 가능하다. 그만큼 군사적 부담이 없다. 또한 국제기구가 들어서게 되면 기존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국제공항, 속초항의 이용객 수도 늘어난다. 여기에 향후 서울-속초 고속전철이 개통될 경우 이 지역은 환(環)동해권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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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이로비 환경기구 이전해 와야”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첫째, 기존 환경 관련 유엔기구의 소재지를 강원도 고성으로 이전하는 방안, 둘째, 기존 유엔환경기구의 기능 가운데 일부를 독립해 그 사무국을 고성에 유치하는 방안, 셋째, 새로운 유엔환경기구를 설립해 고성에 유치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유엔기구 가운데 유일하게 제3세계인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 위치하고 있으나 접근이 어려우며 다양하고 과중한 업무로 포화상태에 있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일부 기능, 특히 현재 동북아 환경문제와 직결되는 대기오염과 해양오염 분야를 고성에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사무국 유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과 국제사회의 호응에 맞추어 남측 고성군 지역에 환경과 평화 관련 연구소와 대학의 본관을, 북측 고성군 지역에는 그 분관을 세우는 건 어떨까.

 

이곳을 평화공원으로 조성하고 유엔환경정상회의나 기타 평화·환경과 관련되는 각종 유엔회의 및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이렇게 되면 환경캠프, 평화캠프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가능하다. 향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경우 설악산 관광과 연계해 이 지역을 세계적 평화생태관광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수 있다. 거의 휴업상태인 양양국제공항은 유엔환경기구 유치로 동북아 거점 공항으로 발전할 수 있고, 속초항은 명실상부하게 국제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이 접경지인 체크포인트 찰리와 브란덴부르크 문을 관광명소로 바꾼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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