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아이들 죽음에도 꿈쩍 않는 정부·국회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0 15: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터진 어린이버스 사망사고…국회는 안전법안 통과 안 시키고, 정부는 안전규칙 마련 안 해

 

또 어린이 통학버스가 사망사고를 일으켰다. 이번에도 당국의 미흡한 대책을 향한 질타가 불거졌다.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통학버스 안전장치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3년 전 ‘세림이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올해 들어 시사저널도 ‘현행 통학버스의 구조가 아이에게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바뀐 건 없다. 

 

최근 사고는 7월17일 경기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터졌다. 이날 오후 4시50분쯤 정차돼 있던 9인승 스타렉스 통학버스에서 김아무개(4)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김양의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고 한다. 체온은 37도까지 올라가 있었다. 수사 결과 김양은 폭염이 내린 버스 안에서 약 7시간 방치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월5일 서울의 한 유치원 통학버스. 통학버스는 노란색으로 경광등을 달고 안전발판과 여러가지 시설물을 한 뒤 신고 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신고하고 허락받은 통학버스라 할 지라도 어른 25인승을 어린이 39인승으로 개조한 통학버스는 작은 시트와 목받침이 없고, 좌석간 간격이 좁아 약한 추돌이나 충돌에도 목이나 무릎이 쉽게 다치는 등 안전상의 문제가 있고, 안전벨트도 2점식인데다가 간격이 좁아 안전과 착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어린이 버스 사망사고에도 당국은 ‘복지부동’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제도를 도입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이는 통학버스 맨 뒷자리에 버튼을 설치해, 운전자가 시동을 끄기 전에 꼭 누르도록 하는 것이다. 안 누르고 시동을 끄면 경고음이 울린다. 버튼을 누르러 가면서 아이들의 하차 여부를 확인하라는 취지다. 설치비용은 25~30만원 정도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는 2016년에도 언론에서 언급됐다. 당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제도를 포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해 4월 통학버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방치돼 사망한 박한음(당시 7세)군과 관련해서다. 

 

하지만 개정안은 본회의까지 가지 못했다. 대신 운전자에게 아이들의 하차 확인 의무를 부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처럼 국회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또 비극이 터지고 말았다. 



2년 전 안전 개정안 발의됐지만 통과 안 돼

 

부산 중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7월20일 “자비를 들여 슬리핑 차일드 체크 버튼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늘 사건이 터지면 부랴부랴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당국의 모양새가 우스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차량 방치 외에도 어린이 통학버스는 또 다른 위험을 안고 있다. 현재 13세 미만 아이들 전용으로 개조된 대형 통학버스엔 머리받침대가 없다. 그래서 좌석 위가 가죽시트로 평평하게 덮여 있다. 문제는 아이들의 앉은키가 커서 머리가 좌석 위로 올라온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버스가 급출발을 하면 아이들의 목이 뒤로 꺾일 가능성이 있다. 시사저널은 이 내용을 지난 4월13일 현장취재를 통해 처음으로 보도했다.(☞ 어린이에게 더 위험한 ‘어린이 통학버스’ 기사 참조)  실제 한 남자아이는 어깨부터 좌석 위로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머리받침대 설치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본지는 아이 체형에 맞지 않는 의자 규격과 좌석 간격 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당시 “문제 인식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제도 개선과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정명령만 바꾸면 되는데…정부 "담당자 교체로 늦춰졌다"

 

어린이 통학버스 규격에 관한 기준은 국토부령(‘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바꿔 강화할 수 있다. 국회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린다. 그렇다면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국토부 첨단자동차기술과 관계자는 7월20일 “실무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진행이 좀 늦춰졌다”면서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안전기준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개정안을 마련해 올 하반기에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한 시기는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단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 자료집’ 따르면, 어린이 버스로 인해 다치거나 죽은 13세 미만 아이는 2015년 총 70명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8명은 버스 안에서 사고를 당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