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정치' 재개한 홍준표…정계 복귀 시동?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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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 사망에 "잘못된 선택"…비판 여론 일자 "맞는 말" 응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중단했던 '페이스북 정치'를 재개하며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정계 복귀가 가까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대표는 7월28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그러한 자살을 미화하는 잘못된 풍토도 이젠 고쳐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이라고 뭉뚱그렸지만, 최근 유명을 달리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글이다.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노 의원은 7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 관련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다시 이슈몰이 중이다. ⓒ 홍준표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노회찬 투신사망에 "잘못된 선택" 비판…네티즌 '갑론을박' 

 

홍준표 전 대표는 "오죽 답답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는지 일견 이해는 간다"면서도 "그래도 자살은 생명에 대한 또다른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그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며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처음 공개되자 홍 전 대표 페이스북에선 일단 '선플'이 주를 이뤘다. 댓글을 다는 사람이 대부분 홍 전 대표 페이스북 친구이자 지지자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련 인터넷 기사들에 달린 댓글 분위기는 좀 다르다. 현재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동조하는 이들, '막말'이라며 울분을 토하는 이들 등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비난 여론은 의식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도 표명하듯 해당 글을 7월29일 페이스북에 재차 게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예의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홍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7월29일 논평에서 "노회찬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고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볼 때 상식"이라며 "죽음을 미화한다느니, 그런 것은 정상 사회가 아니라느니 훈계조로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하거나 그런 가치관조차 갖지 못한 사람이 갖는 콤플렉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제1야당(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라면 응당 노 의원의 비운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홍 전 대표는 그렇게 잊히는 게 두렵나. 타국(미국)에서 잔혹한 노이즈 마케팅이나 벌이는 홍 전 대표는 자중자애하시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논평에서 "무능한 홍 전 대표의 막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수많은 막말 어록을 남긴 홍 전 대표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촌철살인 어록의 정치인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는 길에 막말을 하나 더 얹었다"며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그 누구도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미화하지 않았다"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 아파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홍 전 대표는 "같은 말을 해도 좌파가 하면 촌철살인이라 미화하고 우파가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라며 "맞는 말도 막말이라고 폄훼하는 '괴벨스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응수했다.  

 

미국으로 출국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7월11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끝냈던' 페북 정치 다시 활발, 정계 복귀 시기도 빨라지나   

 

앞서 자유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홍준표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자 '이제 보수권에서 홍준표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홍 전 대표도 모든 정치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6월26일 페이스북에 조지훈 시인의 시 '낙화'(落花)를 올리고 "페이스북 정치는 지난주로 끝내고 앞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시 '낙화'는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로 끝난다. 홍 전 대표는 이어 방미 길에 올랐다. 7월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국에 앞서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에 쓸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열흘도 채 안 돼 북한 문제에 관해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그는 7월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냉전세력과 냉전에 대처하는 국가적인 전략을 구분하지 못하고 후자를 말하면 전자로 매도하는 좌파들과 일부 패션 우파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은 절대 핵을 포기 하지 않는다. 북핵을 용인하고는 한반도의 평화는 절대 불가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번 노회찬 의원 사망 관련 글과, 비판에 대한 반박 글은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가 완연히 재개됐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자연스레 그의 정계 복귀 시점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 전 대표는 7월11일 출국길에 '올 연말이나 내년께 복귀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하고는 향후 정치 활동 가능성에 대해 "카톡(카카오톡 메시지)을 보내면 답변하겠다. 기자 여러분들이 정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추석 전에 귀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나에게 아버지, 어머니는 신앙과 같은 분으로,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돌아와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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