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특검 정조준에도 자신감 내비치는 이유는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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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안 해도 돼"…특검은 강제수사 난항·시간 부족에 고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간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수사 기한인 8월25일을 목전에 두고 특검은 '핵심 타깃'인 김 지사를 정조준했다.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곧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지사에 대한 첫 강제수사 시도부터 무위에 그치는 등 삐걱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김 지사는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며 "특검이 소환하면 충분히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 연합뉴스


 

김경수 "지난 경찰 조사 때 소명했던 내용, 새로운 것인양 반복 보도"

 

김경수 지사는 특검이 자신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사실이 알려지자 8월1일 "특검으로부터 아직 연락이 안 왔다. 필요하면 소환할 것 같은데, 조사에서 의혹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남발전연구원에서 경남지사직 인수위원회인 '새로운 경남위원회'의 도정 4개년 계획 최종보고회에 참석해 이같이 언급했다. 

 

특검 수사 내용이 연일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는 상황에 대해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앞서 김 지사가 지난해 대선 전 드루킹에게 재벌 개혁과 개성공단 개발 등 정책공약을 자문한 듯한 정황이 담긴 메신저 내역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김 지사는 "언론 보도 행태가 처음 이(드루킹) 사건이 불거질 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면서 "지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밝히고 소명했던 내용을 마치 새로운 것인 양 반복해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민들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의혹 해소 의지를 드러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진표 의원도 김경수 지사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특검 수사와 관련 언론 보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대선은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굳건했었는데, 드루킹이라는 자에게 의존하면서 정책을 만들었다, 공약을 만들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한마디로 침소봉대"라며 "대선 공약은 수많은 전문가가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토론을 해서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는 (특검) 수사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검이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망을 떠올리며 "특검이 수사 결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언론을 등에 업고 여론재판으로 몰아가면서 불행한 일까지 벌어졌는데 지금도 그런 행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 "범죄를 수사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특검을 만들어줬는데 피의사실 공표죄를 저지르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죄는 특검도 예외가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박광온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 지사를 피의자로 만들 근거가 1도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특검이 흘렸다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고 간을 보는 것이라면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수사 대상 정치인과 소속당 의원들의 일반적인 항의 표현이라 보기엔 자신감과 무게감이 도드라진다. 최근 분위기만 보면 오히려 특검 쪽이 더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특검은 김경수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댓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사법처리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좀처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첫 강제수사 시도부터 무산됐다. 지난 7월30일 김 지사의 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실패하면서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은 김 지사의 댓글조작 사건 연루 정황에 대한 특검의 소명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말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려던 특검의 계획은 일부 차질을 빚게 됐다. 

 

 

특검 "시간 촉박…조만간 김경수 소환 통보할 것"   

 

촉박한 시간도 문제다. 지난 6월27일 출범한 특검은 주어진 60일 중 벌써 35일을 소비했다. 수사 기한인 8월25일을 넘기면 혐의점을 찾아도 기소할 수 없다. 단, 대통령이 승인하면 수사 기한이 30일 연장된다. 여권 핵심 인사를 겨냥한 특검 수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기한 연장을 승인할 여지는 적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도 주어진 70일이 부족하다며 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황교안 당시 대통령 직무대행이 승인하지 않았다. 허익범 특검팀 역시 연장을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내부적으론 수사 기한 연장 가능성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노회찬 의원 사망으로 부쩍 떨어진 수사 동력이 '본류'인 김경수 지사 공략으로 살아날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특검은 드루킹 등 댓글조작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김 지사의 관련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사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 위해서는 그의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보강 조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정혜 변호사는 8월1일 YTN에 출연해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인해 특검이 김 지사 소환을 앞두고 혐의를 구체화하고 특정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보강된 증거로 다시 영장을 신청해 관사를 압수수색한다 해도 (유의미한) 자료가 나타날지 의문이다. 관사는 최근 경남지사 당선 이후 거주지가 된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팀의 박상융 특검보는 8월1일 브리핑에서 김경수 지사 측에 조만간 출석 통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아직 (김 지사 측과) 의견 조율을 하지는 않았지만, 1차 수사 기간이 24일~25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빨리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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