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야③] 경제팀, ‘원팀’ 커녕 ‘김앤장’ 논란만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5 14:56
  • 호수 15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종원-정태호 조합은 ‘조직 장악력’과 ‘정책 조율력’ 위한 카드

 

‘김앤장’인가 ‘장앤김’인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누가 하느냐를 두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딪칠 조짐을 보일 때마다 관가(官街) 안팎에서 나오던 말이다. 두 사람은 지난 1년여 동안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의 방향과 속도 등을 두고 잦은 이견을 보여 왔다. 

 

특히 고용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해지면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와 진보 성향 학자 출신인 장 실장의 불협화음은 커져만 갔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들어 두 사람이 격주로 조찬 모임을 주기적으로 갖기로 하는 등 갈등은 봉합 국면이지만 뇌관은 살아 있다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 내부를 취재해 보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문 대통령과 내각의 인식은 엄중하다. 문 대통령은 올 5월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1분기 소득분배 악화는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씁쓸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 측에 싱가포르에서 예정됐던 정상회담을 일방 취소했을 때조차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경제”라면서 “해결책을 서둘러 마련해 달라”고 주변 참모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월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경제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윤장’ 하라는 文 대통령 인사의 뜻

 

6월26일 문 대통령은 ‘경제수석 교체’라는 결단을 내렸다. 청와대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정책을 책임지던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임 경제수석엔 재정경제부(기재부 전신)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임명됐다. 

 

인사(人事)는 메시지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청와대 경제수석 교체를 경제 정책의 방향 전환이나 출구전략용으로 사용했다. 노무현 정부도 그랬다.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에 정책실을 만든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실장에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 이정우 경북대 교수를 발탁해 관료 출신인 김진표 부총리와 ‘투톱’을 이루게 했다. 현실과 이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끊임없는 불협화음 속에 이 실험은 실험으로 끝났다. 

 

연말 인사에서 이 실장이 물러나고 예산 전문가인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당시는 물론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평가는 “현실을 인정한 결정” “이때부터 관료에 포섭됐다”로 엇갈린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전환이 아닌 ‘보완책’을 택했다는 게 중론이다. 윤 수석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윤 수석의 임명이 경제기조의 전환을 의미하는지’라는 질문에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모두를 아우르는 경제기조로 갈 것”이라면서 “포용적 성장 전략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윤 수석을 선임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장악력’과 ‘조율력’이라는 두 키워드에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문 대통령은 7월2일 윤 수석과 면담한 첫 자리에서 “장악력이 강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부와 청와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잘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종원 경제수석(왼쪽)과 정태호 일자리수석 ⓒ 연합뉴스


 

청와대 사정에 밝은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홍 전 수석의 2선 후퇴와 윤 수석의 전진배치가 갖는 의미는 사실 같다. 경제 부처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학자 출신인 장하성 실장과 사람 좋은 홍 전 수석이 기재부를 휘어잡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관료 출신이면서도 포용적 성장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와 코드를 같이하는 윤 수석을 내세워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비슷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분석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혁신성장 관련 규제개혁 개선안에 대한 중간점검회의를 취소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김 부총리 주도로 마련 중이던 규제개혁안이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는 뜻이다. 새로운 경제수석이 앞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 뭔지 보여준 대목이다. 왜 장 실장은 소득주도 성장,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에 갇혀 있어야 하나. 윤 수석이 청와대와 내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경제팀을 하나로 추스르는 역할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김앤장, 장앤김’ 하지 말고 ‘김윤장, 장윤김’ 하면서 두 마리 토끼 모두에서 성과를 내라는 질책으로 경제팀 전체가 이해해야 한다.”

 

이런 분석이 문 대통령의 의중에 닿아 있다면, 지금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으로 코너에 몰린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된다. 실제 홍 전 수석은 경제수석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신설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새로 맡았다. 사무실은 청와대 코앞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이다. 홍 전 수석은 휴식기 없이 바로 이 사무실에 매일 출근해 8월말을 목표로 특위 공식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는 정부 예비비를 활용해 조직 출범과 동시에 예산을 집행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태호·김영배 중용…친정체제 구축해 힘 실어줘

 

문 대통령은 ‘장악력’과 ‘조율력’을 강화하기 위해 윤 수석 쪽은 물론 새로 부임한 핵심 측근인 정태호 일자리수석에게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정 수석은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면서도 은산분리 완화 등 규제 완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역시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비서관 교체 등을 통해 개혁·국정 동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집권 2년 차를 맞아 분위기 일신을 위해 기존 비서관들을 상당수 교체할 방침인데, 후임 비서관들에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 청와대 등에서 함께 손발을 맞췄던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 민형배 전 광주 광산구청장 등을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

 

※‘문제는 경제야’ 커버스토리 연관기사

☞​[문제는 경제야①]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데…”(上)

[문제는 경제야②]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데…”(下)

[문제는 경제야④] “朴정권과 차별화? 달라진 게 뭐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