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불구, 강남·강북 집값 동반상승…노무현 정부 데자뷔?
  •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gi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8.10 11:28
  • 호수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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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강남권 중 ‘저평가’ 지역, 개발호재 없이도 무서운 상승세

 

지난해 8·2 대책 등 각종 규제로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강남 집값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에는 강북을 포함한 비강남권 지역 집값이 강남권 상승률을 웃돌며 강남 집값 추격세에 돌입한 모양새다. 규제 속에서도 강남·강북이 모두 상승하는 서울 부동산시장의 흐름은 노무현 정부 때와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 부동산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려 5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생애 최초 구입자 취득세 면제 등을 시행했다. 2015년 기준금리가 1%대로 낮아지자 부동산시장은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섰다. 

 

특히 강남3구의 집값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곡선을 그렸고 강북과의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08년 12월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매매된 모든 아파트의 중간값)은 4억8084만원이었다. 강북은 3억7665만원, 강남은 5억6782만원이다. 당시만 해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는 1억9117만원으로 2억원이 채 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강북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3억6064만원에서 5억2322만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강남은 같은 기간 5억8086만원에서 9억5676만원까지 올랐다. 강북이 1억6258만원 오르는 동안 강남은 3억7590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비강남권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단지 © 시사저널 박정훈


 

“공급·수요 동시 억제? 서울 집값 더 오를 것” 

 

부동산업계 관심사는 두 가지다. 먼저 강남 아파트값이 계속 상승할 것인지와 강북의 반등으로 강남과 강북의 간격이 좁혀질지에 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같은 주택시장의 상승흐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5년간의 가격하락에 따른 반등요인이 작용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수요가 풍부한 서울은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에만 6·19, 8·2 등 과열된 부동산을 잡기 위한 대책이 연이어 나왔다. 그중에서도 8·2 대책은 역대 최대 규제정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외에도 정부는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개편 등 각종 규제를 강화했다.  

 

정부의 연이은 규제로 주춤했던 강남3구는 지난달부터 반등 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7월30일 기준)에 따르면,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값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저가 매물이 거래되면서 각각 0.21%, 0.19% 올랐다. 15주 연속 내렸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집값은 3주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서울 부동산시장 흐름이 노무현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 실패한 부동산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투기과열지구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청약요건 강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투기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재임 기간 마지막 1년은 투기과열지구, 분양권 전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규제강화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을 중심으로 무려 57% 올랐다. 2007년까지 고점을 달리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하락 전환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없었다면 당시 상승세는 지속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강북 저평가 지역 상승여력 높아

 

이와 같은 식의 강력한 규제는 오히려 부동산시장을 왜곡시켜 상승세를 더 부추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심 교수는 “집값 변동에 따른 단기적인 규제를 반복하는 게 아닌 주택의 수요와 공급, 즉 소비자 선호에 따른 장기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가격이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가 많거나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강남3구는 2007년 급등할 당시 국지적으로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폭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처럼 수요와 공급을 모두 억제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공급도 부족하니 가격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고 나중에 완화하면 또다시 급등하는 부작용을 반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북의 집값은 상승세에 돌입한 모습이다. 실제로 강북권은 지난 7월 0.3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산구가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개발 마스터플랜 등으로 0.50% 올랐고, 중구와 종로구 등도 각각 0.55%, 0.50% 올랐다. 재개발 호재가 있는 은평구(0.42%), 마포구(0.56%), 동대문구(0.56%) 등도 오름폭이 컸다.

 

그 외에 비강남권인 영등포구가 여의도 개발 기대감으로 0.85% 상승했고, 그간 강남권에서도 관심이 적었던 구로구(0.49%)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자 올해 4월부터 하락세를 보였던 양천구(0.39%)도 7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비강남권 지역의 무서운 상승세 흐름 역시 노무현 정부 때와 비슷하다. 실제로 2007년 강남 집값이 고점을 찍고 숨고르기를 하는 사이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은 2년 동안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강북을 포함한 비강남권 저평가 지역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권 교수는 “올 들어 은평구, 동작구, 관악구, 구로구 4개구가 가장 많이 올랐다”며 “비강남 지역 중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곳은 보상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개발호재가 없는데도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초 3억5000만원이던 강서구 가양동 주공1단지아파트의 경우 현재 호가가 6억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강북지역의 강남지역과의 갭메우기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한강변이거나 용산·여의도와 같이 개발계획 등이 나온 지역은 당분간 상승 움직임을 더 크게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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