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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의 ‘천하 3분론’과 마오쩌둥의 ‘제3세계론’

[박승준의 진짜 중국 이야기] 양극화 세계 내세우는 중국, 우리의 생존전략 되새길 때

박승준 아시아리스크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5(Wed) 14:00:00 |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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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諸葛亮)은 기원후 181년에 출생해 234년까지 53년간 생존했던 역사상 실제 인물이다.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제갈량은 촉(蜀)의 리더 유비(劉備)를 도와 위(魏)의 조조(曹操), 오(吳)의 손권(孫權)과 한 판의 전쟁을 벌인 책사로 그려져 있다. 읽을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소설 《삼국지연의》에 그려진 제갈량에 열광했다. 지금도 우리들은 제갈량 하면 흰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 오뚝한 코를 가진 얼굴의 제갈공명을 떠올린다. 


하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다. 《삼국지연의》의 시대적 배경은 동한(東漢·A.D.25~220) 말년에서 서진(西晉·266~316) 건국으로 중국이 다시 통일될 때까지 50여 년간의 혼란기였다. 소설 《삼국지연의》는 실제 역사 시간보다 무려 1000년이 더 흐른 원말명초(元末明初)에 소설가 나관중(羅貫中·1330~1400)이 드라마타이즈한 것으로, 원래 명칭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였다.

 

《삼국지연의》는 동한 말에 황건적이 일어나 혼란을 부추기던 ‘황건기의(黃巾起義)’, 동한의 간신 동탁(董卓)이 세상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던 ‘동탁지란(董卓之亂)’, 군웅들이 출현해서 재통일을 추구하던 ‘군웅축록(群雄逐鹿)’, 위·오·촉 3국이 자리를 잡은 ‘삼국정립(三國鼎立)’, 중국이 다시 진(晋)으로 재통일되던 ‘삼국귀진(三國歸晋)’의 다섯 부분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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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는 원말명초에 만들어진 소설이니만큼, 유가(儒家) 사상을 확립한 한(漢)왕조의 복원을 추구하던 유비와 그의 책사 제갈량이 마치 역사 현장에서도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그려놓았다. 그러나 기원후 208년 지금의 우한(武漢) 근처 장강 중류에서 벌어진 적벽대전(赤壁大戰)의 실제 중심세력은 조조의 위와 손권의 오였다. 실제 역사의 현장에서는 장강 북쪽을 대체로 장악한 위와 장강 남쪽에 자리 잡고 있던 오가 벌인 전쟁이었다. 

 

유비와 제갈량의 촉은 남북 전쟁이 벌어지는 국면에서 북조(北朝)인 위와 남조(南朝)인 오 사이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위·오·촉의 3개국 정립(鼎立)을 시도했을 뿐이었다. 2008년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만든 영화 《적벽(赤壁)》은 《삼국지연의》에서 촉의 바람을 빼고 적벽대전이 어디까지나 조조의 위와 손권의 오가 벌인 남북 통일전쟁이었음을 비교적 냉정하게 그리고 있다.


《삼국지연의》가 무대로 한 동한말의 혼란기에서 1700여 년이 더 흐른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 중국공산당의 주역 마오쩌둥(毛澤東)은 외국 유학파인 중국공산당 초기 지도자들로부터 “《삼국지연의》나 《수호전》 외에는 읽은 것이 별로 없는 인물”로 손가락질을 당했다. 중국공산당과 국민당 사이의 내전에서 중국공산당이 국민당에 밀려 기약 없이 서쪽으로, 서쪽으로의 대장정을 벌여야 했던 초기의 준이(尊義)회의에서도 마오에 대한 그런 비난은 계속됐다. 

 

마오는 구이저우(貴州)성 준이에서 산시(陝西)성 옌안(延安)까지 1만km 정도의 거리를 중국공산군이 이동한 이른바 ‘대장정’을 통해 중국공산당의 실권자로 떠올라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될 때 천안문 망루에서 “오늘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됐다”고 외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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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과 미국을 상대로 한 마오의 천하 3분론


“공산주의 이론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고 《삼국지연의》와 《수호지》 정도의 소설만 읽은 인물”로 중국공산당 내 정적들로부터 비아냥거림을 당하던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제갈량의 ‘천하 3분론’을 당시의 국제정치 현실에 적용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제갈량의 천하 3분론이 북방의 강력한 위와 남방의 강력한 오나라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위ㆍ오ㆍ촉이라는 3국 정립의 형세를 만들자고 유비에게 건의한 내용이라면, 마오는 제갈량의 천하 3분론을 중국 북방의 소련과 동쪽의 미국에 대해 적용하는 외교정책으로 구사했다. 

 

제갈량이 강력한 북조 위와 이에 맞서고 있던 남조 오나라 사이에서 적벽대전을 계기로 천하 3국 정립의 형세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을 벤치마킹해 북쪽의 사회주의 연방 소련을 위나라로 간주하고, 동쪽의 미국을 오로 간주했다. 갓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신생국들을 ‘제3세계’ 또는 ‘비동맹 국가’들이라고 정리하고, 중국의 외교적 근거를 제3세계에 두어 소련과 미국을 상대로 세력을 키워나가는 전략을 수립한 것이 마오쩌둥의 세계 3분(三分) 전략이었다.


제갈량의 천하 3분론을 2차대전 직후의 국제사회에 적용한 마오쩌둥의 제3세계론은 1976년 마오쩌둥이 죽은 뒤에도 중국 외교전략으로 계승됐고, 중국은 미국과 소련을 상대로 “양극화(兩極化) 세계가 아닌 다극화(多極化) 세계”를 주장했다. 

 

마오쩌둥은 죽기 5년 전인 1971년 닉슨 미 대통령의 책사 헨리 키신저의 베이징(北京) 비밀 방문을 받아들이고,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받아들여 미·중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천하 3분론의 한 자락을 완성했다. 닉슨 대통령은 또 소련을 무너뜨리기 위해 중국을 활용하는 세계전략을 구사해 결국은 1990년 소련의 와해와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를 만들어냈다. 


그 이후에도 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로 구성된 제3세계의 맹주로서 다극화(Multi polar)된 세계를 주장하던 중국은 2012년 시진핑(習近平) 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집권 이후 다극화 세계에 대한 주장을 버리고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양극화 세계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시진핑의 책사 왕후닝(王?寧) 현 정치국 상무위원이 입안한 ‘대국(大國)주의 외교정책’이 바로 양극화 세계를 표방한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중국의 그런 전략에 대해 중국을 양극화의 한 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칭하고, 호주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가 하면, 북한 핵문제를 중국과 논의하지 않고 김정은을 직접 싱가포르로 불러 접촉하는 배경에도 중국을 미국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시진핑의 중국은 마오가 제갈량의 천하 3분론을 빌려와 만들어낸 제3세계론을 바탕으로 한 세계전략을 버리고,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양극화 세계를 내세우다가 미국의 거친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 틈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우리의 전략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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