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인오락실 ‘불법 환전’ 현장 포착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7 11:08
  • 호수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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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암막 뒤에서 건네지는 ‘현금뭉치’…“수년째 불법 자행, 단속은 없었다”

 

 

 

국내 성인오락실에 불법 환전이 만연해 있는 모습이 한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포착됐다. 시사저널의 8월13일 기사(‘[단독] 제2의 바다이야기 황금성 수백억원 탈세 의혹’)에서 제기된 불법 환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2006년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성인오락실의 환전이 전면 금지됐지만, 현실 속 성인오락실의 민낯은 달랐다. 일부 성인오락실 업자들은 경찰의 단속망을 수년째 피한 채 게임포인트를 현금으로 교환해 주면서 일평균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에 관련 동영상을 제보한 A씨는 “성인오락실 업자들이 조직적이고 대담하게 환전해 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빚을 떠안고 생활이 피폐해진 이들도 부지기수”라며 “이 같은 행태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경찰의 비호나 의도적인 방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에 제보된 경기도 내 한 성인오락실 내부 영상. 휴게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영업장 관계자와 손님이 돈을 주고받는 듯한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커튼 장막 뒤에서 벌어지는 ‘불법 환전’

 

시사저널은 지난 8월13일 성인오락실 황금성에서 대규모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는 업자들이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 사장’을 내세워 불법 환전과 탈세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일이 비단 일부 업자만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이고 관행적인 현실이라는 게, 시사저널 르포와 내부고발자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됐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발생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불법 도박 문제가 근절되기는커녕 사회 곳곳에 잡초처럼 번져가고 있는 셈이다.

 

보도가 나간 이후 관련 문제를 고발하는 추가 제보도 줄을 이었다. 대부분의 제보는 실제 성인오락실 운영 실태를 알고 있는 전·현직 성인오락실 업자들이었다. 이들은 성인오락실의 불법 환전 방법과 실태 등을 자세하게 알려왔다. 탈세를 증명할 장부와 증언도 나왔다. 다만 한계는 있었다. 이 같은 일이 과연 일부 지역에서, 또 소수의 손님과 사장이 벌인 일탈인지, 혹은 대한민국 전역에서 발생하는 업자들의 조직적인 적폐인지를 가려낼 증거가 부족했다. 

 

이 같은 의문은 결국 한 제보자의 동영상 제보로 실마리가 풀렸다. 시사저널은 8월31일 경기도 내 한 성인오락실에서 업주의 주도 아래 하루 수십 건의 불법 환전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보했다. 관련 영상을 제보한 익명의 제보자는 “이미 (불법 환전) 실태를 알고 있던 중 관련 보도를 접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동영상을 공개하기로 했다”며 제보 취지를 설명했다. 그가 제출한 영상만 수십 개에 이른다. 관련 영상에는 손님 간 환전이 아닌 업자들이 업장 내 환전장소 등을 따로 만들어놓고 환전을 자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업자들은 수수료 10%가량을 떼고, 게임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꿔준다. 10만 포인트를 따면 9만원을 현장에서 지급하는 셈이다. 영상을 보면 환전은 게임장 내 흡연실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져 왔다. 손님이 환전을 요청하면 종업원이나 업주가 현금뭉치를 들고 와 “축하한다” “이번엔 많이 따간다” 등의 덕담을 건네며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로 바꿔주는 식이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려 단골손님들에게만 포인트를 환전해 줬다. A씨에 따르면, 동영상에 등장하는 업장은 경찰의 단속망에 단 한 번도 걸려들지 않았다.

 

A씨는 “1명의 실질적인 업주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지역 내 여러 곳의 성인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업장의 경우 100여 대의 게임기를 돌리면서 하루에 벌어들이는 돈만 수백만원이 넘을 것”이라며 “그가 운영하는 업장 내에서 (불법 환전이) 2013년 이후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말로만 외친 ‘단속 강화’

 

성인오락실의 불법 환전 문제가 불거진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 당국도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실제 정부 당국은 황금성에서 대규모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시사저널 기사가 나간 직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상태다. 

 

8월17일 문체부·경찰청·게임물관리위원회는 ‘불법 사행성 게임제공업소 근절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3개 기관은 불법 게임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불법 게임장에 대한 정보 공유와 교육 확대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불법 사행성 게임제공업소에 따른 사회적 우려를 조기에 불식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같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착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시사저널에 관련 내용을 제보한 황금성 내부고발자는 8월14일 황금성 본사 및 계열사, 임직원·중간관리자, 조폭 등 20여 명을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제보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제보 내용의 신빙성을 따져 세무조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면서 “기사에 나온 복수의 황금성 지점의 경우, 이미 탈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허술한 단속망이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역 경찰들의 비호 없이는 수년째 불법영업을 자행하는 것이 불가 하다는 의심의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실제 그간 시사저널과 만난 제보자들은 입을 모아 “환전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들이 정치권과 단속 권한을 가진 경찰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고발한 바 있다. 이에 경찰도 관련 문제를 엄중히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경찰도 관련 첩보 수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불거진 성인오락실 업자들과 경찰 간 유착 의혹 등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도 정부가 이번 기회에 사행성을 조장하는 불법 성인오락실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독예방시민연대는 지난 8월30일 성명서를 내고 “제도장사와 불법도박 방치하는 문체부를 강력 규탄하며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 앞에 그 과정과 내용을 소상히 밝히며 관련자를 엄중 징계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청와대와 감사원도 이 문제를 세밀하게 검토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도 국정조사관을 발동하여 이를 엄밀하게 조사하여 게임 과몰입과 도박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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