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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서울의 짐, 그리고 집

김재태 편집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08(Mon) 14:00:00 | 1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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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가지 못했다. 귀성객들이 대거 서울을 떠난 후 바라본 거리의 모습은 너무나 낯설었다. 사람도 차도 드문 적막한 거리. 하루 사이에 나타난 이 극적인 변화가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기괴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번잡한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떠난 사람들은 어떤 풍경과 마주했을까. 

 

고향에 다녀온 이에게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이번 명절 기간 고향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지들끼리 나눈 대화의 첫 번째 주제는 그 직전에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도, 일반적인 정치 얘기도 아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입 밖에 꺼낸 화두는 집값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이들에게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올랐느냐는 질문이 몰아쳤다. 대화가 오가면서 서울 강남에 집을 소유한 사람들이 주위의 가족·친지들로부터 부러운 시선을 받는 사이, 서울로 올라가 여태 집 한 채 가지지 못한 전·월세 세입자들은 마치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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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보기에 서울 아파트는 그야말로 ‘딴 나라 얘기’다. 1년 사이에 수억원이 올랐다는 사실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괴리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지난 1년 사이 1억3847만원 오르는 동안 지방에서도 인구가 많다는 6대 광역시의 경우 933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사정이 이러니 ‘9·13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온 이후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강남 3구가 이끄는 가격 상승의 기세가 이대로 수그러들지 알 수 없다는 회의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서울 부동산의 고공비행은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용하는 시장경제에서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인구 밀집은 물론이고 모든 사회적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저절로 떨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서울, 그 안에서도 강남에 질 좋은 삶의 조건이 응축되어 있는 한 강남 집값 상승을 멈추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서울에 몰린 부동산 수요를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그러려면 서울 못지않게 살기 좋은 지방 거점들이 생겨야 한다. 교육이나 문화의 질이 높은 지역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 왜 우리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중국의 상하이 같은 세계적인 지방 거점 도시를 가지지 못하는 것인가. 왜 ‘똘똘한 집 한 채’란 말만 있고 ‘똘똘한 지방 도시’ 얘기는 없는 것인가.


서울이 강력한 성장축이 되어 압축적인 발전을 견인해 온 점은 분명하다. 사람은 태어나서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도 있듯이 서울로 몰려든 인재들 덕에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빠르게 이룰 수 있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서울은 그동안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이제는 서울이 져왔던 그 무거운 짐을 지방으로 보내 나눠 지게 해야 한다. 서울에 집중된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서울이 가벼워지면 서울의 집값도 그만큼 가벼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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