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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專의 덩샤오핑과 紅의 시진핑이 시사하는 바는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5(Mon) 14:00:00 |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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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좌파들의 위인 목록엔 마오쩌둥(毛澤東)이 반드시 들어 있다. 우리 통일을 방해한 원수를 존경한다니 기가 막히지만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마오는 대륙을 통일하긴 했지만 민생 면에선 하찮은 인물이다. 그가 집권하던 시절 중국은 광기(狂氣)가 지배했고 인민은 굶어 죽고 맞아 죽었다. 역사에 가정은 별 의미 없지만 현대 중국을 마오와 그 후계자들이 계속 이어받았으면 지금의 중국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나라로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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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인물이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된 것은 중국으로선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홍위병들로부터 주자파(走資派)로 비판받을 만큼 실용주의자였던 덩은 마오 사망 후 복권되면서 최고지도자가 된 후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하고 중국의 발전을 이끌었다. ‘붉은 태조’였던 마오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민주적 성격이 가미된 집단지도체제와 국가주석 임기제도 도입했다. 중국의 발전 배경에는 중국을 키워 소련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있었지만 중국 자체의 깜냥이 안 되면 지금의 중국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덩은 진정한 현대 중국의 설립자라고 할 만하다.

중국공산당의 역사를 요약하면 홍(紅)·전(專)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홍은 이념파, 전은 실용파를 지칭한다. 덩의 후계자인 장쩌민(江澤民)은 홍(紅)의 색채가 강한 인물이었으나 덩이 짜놓은 프레임을 깨기엔 역부족이었다. 장의 후계자인 후진타오(胡錦濤)는 덩이 생전에 지명한 마지막 후계자였다. 비교적 무색무취한 스타일의 후는 덩의 노선을 잘 지킨 편이다. 이때까지는 중국이 전(專)의 노선을 걸어왔고 그 결과 번영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국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은 전임자 2명과는 많이 다르다. 집단지도체제와 국가주석 임기제를 폐기했고 종신집권을 꿈꾸고 있다. 향후 50년간은 도광양회(韜光養晦)하라는 덩의 유훈을 어기고 미국과 사사건건 맞짱을 뜨고 있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홍(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미래는 낙관하기 어렵다. 아직 중국은 원천기술이 약하고 중국이 쌓아놓은 외환보유고는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에 저임금을 토대로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트럼프 같은 우파가 나와 중국을 옥죄기 시작한 이상,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을 대체할 만한 생산기지는 인도, 베트남 등 널렸고 어차피 중국 시장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이 아니라서 먹을 게 없다는 것도 이젠 세계인들이 안다. 미국이 중국을 우리가 겪었던 IMF 사태와 같은 나락으로 보내는 수단은 너무 많다. 마지막 단계에 우리한테 했듯이 무디스나 S&P가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단계 강등하면 중국의 신용등급은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고 중국에 투자한 외국투자자들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흐름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따지고 보면 전과 홍의 대결의 역사다. 전(專)이 우세했을 때는 국력이 뻗고 홍(紅)이 득세했을 때는 약소국으로 전락하고 심지어 식민지가 되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의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홍이 전을 압도한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사는 길은 전(專)에 있다. ‘한국판 덩샤오핑’의 출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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