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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때마다 등장한 북한 녹차 '은정차(恩情茶)'의 비밀

김일성 주석 지시로 영하 19도서 25년 만에 재배 성공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3(Sat) 19: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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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8일부터 2박3일 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공식 음료로 황해남도 강령군에서 재배한 녹차를 제공했다. 이름은 은정차(恩情茶). 김일성 주석의 ‘은정’을 기린다는 의미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도 북한은 이 차를 직접 판문점으로 가져와 공식 만찬 자리에 내놓았다. 은정차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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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에게도 은정차가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 북한은 본래 위도나 기후상 차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약 25년간의 연구 끝에, 영하 19도에 이르는 북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차 재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시작은 1982년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의 한마디였다. 중국 산둥성에 방문한 김 주석은 그곳에 자라고 있는 차나무를 본 후, 그와 같은 위도 상에 있는 북한 지역에도 차를 재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 후 북한 농업과학원의 주도 하에 재배 연구를 시작했고, 십 수년 간 실패만을 반복했다. 

 

강원도 고성에 처음 심었던 차나무가 극심한 추위에 자라지 않자 1988년 황해남도 강령군으로 옮기게 됐고 20년이 지난 2008년경에야 비로소 재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 주석이 사망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였다. 김 위원장은 이후 아버지(김일성 주석)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로 은정차라고 이름 지었고, 틈틈이 시내에 마련된 은정찻집을 찾아 은정차의 의미를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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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다(獻茶)·연구용으로 올 5월 처음 국내 들어와


현재 북한에 대해 무역제재로 누구도 국내에서 은정차를 판매할 수 없다. 다만 올해 초 혜문스님이 이끌고 있는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부처님오신날 부처님 앞에 헌다(獻茶)하고 연구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통일부에 은정차에 대한 반입허가 신청을 냈다. 이후 통일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은정차 일부가 국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은정찻잎 속질량(내용물의 질량) 100g이 가득 담긴 초록빛 철용기(사진) 정면엔 ‘강령록차’라고 큼직하게 적혀있다. 그 위로 주민들에게 더 많이 불리는 이름 ‘은정차’도 작게 써 있다.  통 옆면으로는 차의 효능이 죽 나열돼 있다. 이삭기(충치), 입안염, 대장염, 뇌혈전, 고혈압, 동맥경화는 물론, 심지어 방사선 피해도 낫게 한다고 적혀 있다.  

 

혜문 스님과 함께 문화재제자리찾기 운동을 하며 서울 인사동에서 찻집 ‘푸얼방장’을 운영하고 있는 차 품평사 금다희 대표는 “보통 4~5월경 녹차 잎을 따는 것과 우리와 달리, 북한은 잎이 자라는 속도가 더뎌 6월말~7월경이 돼서야 채엽이 가능하다”며 “해마다 다원의 규모와 재배량을 늘려가면서, 최근엔 한해에 찻잎 100g을 담을 수 있는 용기 500개를 채울 정도의 양에 이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은 보다 표준화된 생산과 제다(製茶)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에 고민 중이며, 향후 강령지역에 500ha(500만m2)의 다원을 조성을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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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 혹은 ‘밋밋’, 분분한 맛 평가


은정차의 맛은 어떨까. 시중에 판매되지 않아 맛볼 길 없는 국내 차 애호가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10월13일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생활과학대학원 생활예절·다도 전공자들 주최의 ‘2000-2018 주제가 있는 차회’ 행사 자리에 은정차가 처음으로 소개된 것이다. 

 

수많은 차종이 소개된 이 자리에서 은정차는 단연 많은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최측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 차를 공부해온 국내 전문가들도 행사장을 찾아 은정차에 관심을 갖고 여러 질문을 주고받았다. 이 날 은정차를 시음할 기회가 주어져, 이를 맛보기 위한 이들로 은정차 코너는 연신 북적이기도 했다. 금다희 푸얼방장 대표는 “작년(2017년) 차여서 그런지 윤기가 조금 없어 보이는게 아쉽긴 하나, 순후하며 맛이 달고 상쾌하다. 고급차에서 느껴지는 율향이 있고 회감도 좋다”고 평했다. 

 

추운 지역에서 어렵게 자라 깊이 면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생활예절·다도 전공생인 김은주씨는 “자라난 환경상 찻잎의 외형이나 제다 방식에 있어 부족한 점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차회 행사에 참석해 은정차를 접한 시음자들도 “한국 녹차에 비해 연하고 달달하다”, “밋밋하고 평범하다”는 등 평가가 분분했다. 

 

향후 북한에 대한 무역제재가 풀리면 은정차는 국내 시중에 판매될 가능성이 크다. 판매가는 북한의 생산 환경이나 우리나라 물가 등을 두루 고려해 정해질 예정이다. 지금은 접하기 힘든 신기한 북한 녹차로 차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시중에 나와 국내 다양한 차들과 경쟁할 때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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