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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배제 제2의 BMW 화재 사태 막을까

제작사 결함 은폐 시 5배까지 배상 책임…전문가들 “제도화 이후 실효성 더 중요”

윤시지 시사저널e. 기자 ㅣ sjy0724@sisajournal-e.com | 승인 2018.11.09(Fri) 17:00:00 |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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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터진 BMW 연쇄 화재 사건이 자동차 부문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불을 붙인 모양새가 됐다. 자동차 및 부품 제작사에 결함 은폐로 불거진 손해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묻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까닭이다. 완성차의 경우 소비자와 제작사의 정보 비대칭이 커 제작사의 선제적인 결함 입증 책임이 요구된다는 여론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제도화 추진에 힘을 실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을 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비자단체 등은 당초 논의된 수준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졌으며, 집단소송제와 연계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물론, 자동차 업계는 소송 남발과 산업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존 업계의 우려와 반발을 넘어 실효성을 갖는 법안으로 자리 잡아 전향적 성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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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 “집단소송제까지 연계돼야”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11월1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토부가 앞서 발표한 ‘자동차 리콜 혁신 방안’의 주요 내용이 포함됐으며, 자동차 분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이번 개정안은 제작사가 안전상 결함을 알면서도 즉시 시정하지 않아 생명·신체·재산 등에 중대한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의 최대 5배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명시된 생명, 신체에 미친 손해 범위를 재산상 손해로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손해의 최대 5배 배상 책임을 둬 징벌적 성격이 짙어졌다. 또 차량 결함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작사에 돌린 점도 특징이다. 손해를 입은 소비자가 자동차나 부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등을 입증할 경우, 자동차 제작사가 부품 및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판매를 강행해 불거질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발의됐다. 아울러 손해배상 수준을 확대해 제작사가 사전에 결함을 검사하고 방지해 국민 안전을 제고한다는 게 입법 취지다. 이와 함께 그간 소비자가 졌던 결함 입증 책임을 제작사에 돌렸다는 점도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 등은 이번 개정안이 자동차 분야에 최초 도입된 징벌적 손배제라는 점에서는 유의미하지만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논의되던 수준보다 배상 수위가 낮아진 점은 물론, 제작사가 선제적으로 결함을 살피고 예방할 정도의 처벌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당초 10배까지 논의되던 배상액 수준이 5배로 낮아졌다. 미국 등 해외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 다소 제한적인 효과만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회 측도 당초 논의하던 수준보다 처벌 수위를 낮춰 기존 업계와 타협하는 태도를 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BMW 피해자 모임의 소송대리인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5배 배상은 논의됐던 배상 수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손해배상액 자체가 미국에 비해 현저히 적어 최대 다섯 배의 배상액을 문다고 해도 금액 수준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이어 “일반 소비자는 기업의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부분에 더 완화된 기준이 도입된 만큼 배상 범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배가 부과되는 요건이 더 넓어 기업의 고의성 외에도 ‘무모한 무관심(Reckless disregard)’으로 인한 무법한 행위에도 책임을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선제적 대응’이란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집단소송제를 활성화하고 이와 연계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호근 교수는 “결함 사실이 밝혀질 경우 개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집단소송제와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법적 보완장치 없이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되면 아쉬움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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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징벌적 손배소 단 1건 주목

자동차 업계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앞두고 또 다른 산업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징벌적 손배제가 확대 적용될 경우, 기업 과잉 처벌,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도 자동차를 제작하는 상황에서 발목을 잡는 규제로 변질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 전문가들은 오히려 소송 남발은커녕,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앞서 2011년 하도급법에 최초 도입된 징벌적 손배조차 7년여 동안 관련 손해배상이 청구된 사례가 단 1건에 불과한 까닭이다. 이에 따라 단순 엄벌주의적 조치가 아닌, 현실 상황과의 괴리를 좁힐 수 있도록 법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징벌적 손배 조항의 입법 취지는 배상 수준을 높여 피해를 선제적으로 줄이자는 데 있었다. 그러나 제도화 이후에도 실제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지 않으면서 ‘소송 남발’은커녕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반대하면 ‘친기업적’이라는 단순 이분법적 논의를 넘어, 입법 취지대로 법이 작동하지 않는 그 현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 처벌 수준을 높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단순 엄벌주의에 그치지 않도록 피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처벌이 맞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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