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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거주 2000여 명의 교민도 한국인입니다"

임재열 사이판 한인회 회장, 한국 정부에 피해 지원 방안 검토 요청

대전 = 김상현 기자 ㅣ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9(Fri)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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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에 이웃집 개와 고양이가 제 거실 창 밑에 와서 울어대는데 앞집 지붕이 날아가고, 세탁기가 날아다니는 공포 속에서 문을 열어주지 못했어요.” - 현지 교민

 

지난 10월 말 시속 290km 위력의 최악 태풍 ‘위투’가 사이판을 덮쳤다. 하룻밤 사이 관광 낙원이었던 작은 섬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사이판 공항이 폐쇄돼 1800명의 한국인 여행객들이 발이 묶였었다. 이들은 이제 거의 다 집으로 돌아왔다. 연평균 사이판 방문 여행객은 35만명 정도다. 사고가 난 시기는 다행히 비시즌이라 평소보다 한국인 관광객이 적었다는 것이 현지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 사이판에는 그들보다 많은 한국인이 남아있다. 바로 사이판 거주 한인들이다. 현재 이곳에는 약 2100명의 한국 국적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계를 포함하면 대략 2300명 정도다. 이들의 보금자리는 찢기고 날아갔다. 전기도 수도도 모두 끊긴 상태이다. 지금 사이판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어떤 심정일까? 다행히 사이판 한인회가 서둘러 발전기를 설치하고 대책 본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임재열 한인회장과 연락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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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기고 날아간 집 앞에서 망연자실한 한인들

 

임 회장은 “계속 파악 중이지만 현지 한인들의 피해 규모는 대략 10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집계한 피해 규모도 46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다. 그는 “해외 거주 재외 교포들은 일반적으로 저축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나쁘다”라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수익을 창출해도 영세한 사업 조건 때문에 대부분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거주 환경도 나쁘다. 대부분 열악한 주택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태풍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양철지붕 주택이다. 이러한 집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많다. 이들은 지금도 태풍에 무너지고 날아간 집 앞에서 비탄에 빠져 있다.”

         

임 회장은 이재민들이 당장 거주할 주택 확보와 태풍에 파괴된 사업장 복구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게 주택 복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사이판에 거주하는 대다수 교민은 1년 체류 조건의 취업비자 소지자다. 정치적 영향으로 미 영주권 자격을 가진 한국 교민 수는 극소수다. 이들에게 미국 정부의 지원은 사실상 없다. 

 

임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사이판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교민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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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객 안전 위해 뛰었으나 정작 본국은 무관심

 

사이판 한인회는 영사 업무를 겸하고 있다. 이들은 태풍 발생 이후 괌에서 긴급 파견한 영사와 협조해 3일 동안 사이판에 있던 한국 여행객들을 귀국시키는 수송 업무를 적극 도왔다. 임 회장은 “여행객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후 한국 정부는 사이판 현지 교민 안위에 대한 어떠한 문의도 없었고 피해 규모 조사 등도 관심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쉬울 때만 재외 교포라고 말하면서, 막상 감당하기 힘들 재난을 당하자 아무런 위로나 안부도 묻지 않는 한국 정부에 엄청난 실망감을 느낀다”라고 일갈했다. 

 

사고 이후 괌 영사 출장소장이 피해 상황 확인차 사이판을 방문했다. 당시 한인회는 출장소장에게 “재난 상황 규모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복구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돌아온 대답은 “한국 행정부에는 재외 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재난 상황 지원 정책이 부재하다”는 말뿐이었다. 임 회장은 “출장소장의 말에 한인회 관계자들은 참담하고 암울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태풍 발생 이후 사이판 한인회 임원들은 본인들의 재난 피해를 뒤로하고 관광객 안전 귀국 수송을 도왔다. 임 회장은 “2000여 명 가까운 여행객 중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서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따뜻한 인사를 건네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사이 교민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이는 이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 비용이 없다며 하소연하는 여행객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알려준 연락처도 허위였고,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연락을 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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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휩쓴 자리는 보고 있는 사람이 절로 눈물이 흐를 정도로 참담하다. 그 크고 아름다웠던 나무는 대부분 쓰러져 있고, 거리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하다. 하지만 미 정부의 지시로 군대가 투입돼 복구를 돕고 있고, 다양한 곳에서 함께 복구 작업에 임하고 있다. 조만간 정상적인 여행업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임 회장은 “사이판 가을 하늘은 한국의 가을 하늘만큼 아름답다”며 다시 사이판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1979년 한국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지만, 고국의 가을 하늘을 기억하는 그는 아직 한국인이다. 

 

임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 중 “현지 교민 2000여 명이 느끼는 한국 정부에 대한 소외감과 섭섭함이 정부에 잘 전달되길 희망한다. 저희 2000여 명의 사이판 교민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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