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이상 여성들 중 절반이 생기는 ‘자궁근종’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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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월경·빈혈·생리통 원인…하이푸치료와 색전술로 치료 가능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김아무개씨(39)는 최근 생리량이 부쩍 늘고 빈혈이 심해져 산부인과를 찾았다. 검진 결과 산전검사 때 발견한 자궁근종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출산 후 까맣게 잊고 있던 자궁근종이 과다월경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며 “이번 기회에 근종을 치료하고 다시 정상적인 생리 패턴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흔한 여성 질환으로 꼽히는 것이 자궁근종이다. 이는 35세 이상 여성의 50% 정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궁근종은 양성종양이므로 암으로 진행하거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다월경, 이로 인한 빈혈, 생리통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으로 엄마에게 자궁근종이 있으면 딸에게 생길 확률이 높다.

 

한 환자가 MR하이푸 치료를 받고 있다.(민트병원 제공)

 

최근엔 만혼, 고령 임신이 일반화되다 보니 가임기 산모에서 자궁근종이 흔히 발견된다. 여성들은 산부인과 검진을 꺼리는 편이다 보니, 산전검사 과정에서 자궁근종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게 마련이다. 

 

김하정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은 “임신했는데 자궁근종이 있다고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신 중 자궁근종이 커도 자궁 표면에 있는 장막하근종이라면 임신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수의 근종은 불임이나 아기의 성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궁내막 안에 생긴 점막하근종이나 근육층 안에 자리 잡은 근층내근종이 3㎝ 이상이라면 출산 과정이 어려울 수 있어 경우에 따라 제왕절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궁근종을 갖고 있더라도 정기적인 산전검사를 통해 충분히 경과를 관찰하면 건강한 아이를 분만하는 데 지장이 없다. 출산 후에도 자궁근종이 계속 커진다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임신하면 자궁근종이 자궁과 함께 일시적으로 커지지만 출산 후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만일 출산 후 2개월 이상 지났는데도 큰 자궁근종이 만져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자궁근종 치료법은 근종 자체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비수술적 치료로 크기를 줄이는 것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가족계획을 마친 여성에게 자궁근종이 발견되면 자궁적출술을 흔히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자궁을 보존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자궁근종 치료법으로 ‘하이푸치료’와 ‘자궁근종색전술’이 있다. 하이푸치료는 칼을 대지 않고, 의사의 눈을 대신할 영상장비를 통해 자궁근종에 에너지를 조사해서 괴사시키는 치료다. 하이푸치료는 초음파와 MRI 중 어떤 영상을 보느냐에 따라 ‘초음파하이푸’와 ‘MR하이푸’로 구분된다. MR하이푸의 경우 근종과 주변 장기의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시술 중 원하는 부위가 제대로 치료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정교하고 안전한 시술이 가능하다. 

 

자궁근종 색전술은 사타구니 주변을 최소침습 후 혈관 속으로 카테터를 삽입, 근종으로 이어진 혈관을 색전제로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시술 후 근종에 공급되던 혈액이 끊기고 영양분과 산소가 차단되면 크기가 줄고 증상이 호전된다. 괴사돼 쪼그라든 자궁근종은 몸속에 남아있어도 아무런 해가 없다.

 

김 원장은 “다만 모든 근종에 비수술적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조건 한 가지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궁근종의 크기·개수·상태뿐 아니라 환자의 상황과 생활습관까지 고려해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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