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 편함 다스리는 일등공신 ‘백출’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4 15:12
  • 호수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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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제의 불로장생] 백출(白朮), 소화 기능 돋우는 비위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 지녀

태산노부(太山老父)라는 무명 노인이 있었다. 한무제가 동쪽으로 나갔다가 노부가 밭일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머리 위에 광채가 몇 자 높이로 솟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불러 물어보았다. 그 노부는 50여 세쯤 되어 보였는데, 얼굴은 어린이의 낯빛이고 피부와 몸에서 광채가 나서 속세의 사람이 아닌 듯했다. 어떤 도술을 가졌는지를 묻자 노부는 이렇게 답했다.

“제 나이 85세에 몸은 늙고 죽게 되었습니다. 머리는 희고 이빨은 다 빠졌지요. 그때 어떤 도사가 곡식을 끊고 출(朮)을 복용하며 물을 마시는 법을 일러주었습니다. ‘신침’이라는 베개를 주었는데, 32가지 약재가 들어 있습니다. 24가지는 24절기를 뜻하고 나머지 8개는 팔풍(八風)을 뜻합니다. 그대로 하였더니 늙음이 변하여 어려지고 머리카락이 다시 나고 빠졌던 이가 돋았습니다. 180살이 되었는데 하루 300리를 걸을 수 있습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불로장생에는 배 속 편한 것이 제일

무제는 태산노부를 칭찬하면서 황금과 비단을 하사하였다. 그 후 태산노부는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가 몇 년에 한 번 고향에 돌아왔는데, 300세가 넘은 후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쉽게도 신침의 처방은 남아 있지 않다. 24절기는 계절의 흐름이 나이를 들게 만드니 시간을 막기 위한 상징이고, 팔풍은 동서남북 등 8가지 방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 몸에 부딪혀 사기를 일으키니 공간을 지키기 위한 처방이다. 대약풍(大弱風)·모풍(謀風)·강풍(剛風)·절풍(折風)·대강풍(大剛風)·흉풍(凶風)·영아풍(兒風)·약풍(弱風)을 말한다. 시간과 공간을 극복한 도교적인 처방으로 세월의 흐름을 멈추게 하는 비법인 것이다.

태산노부가 복용한 출(朮)은 백출(白朮)을 말한다. 삽주·산계(山)·천소(天蘇)·산강(山薑)·양포(楊)·산련(山連)이라고도한다. 중국 절강성 어잠(於潛)에서 나오는 것을 제일로 쳐서 어출(於朮)이라고도 한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다. 건비강위(健脾强胃), 즉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를 강하게 하여 설사를 그치게 하고 습을 제거한다. 소화에도 도움이 되고 허리를 좋게 하여 순환을 도와준다.

《신농본초》에는 삽주(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의 뿌리를 모두 출로 이해했는데, 도홍경이 백출과 창출로 구분했다. 삽주의 뿌리와 줄기를 ‘창출’과 ‘백출’로 혼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창출과 백출은 종이 서로 다른 식물이므로 삽주는 백출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창출·백출 둘 다 건비제습(健脾除濕)의 효능이 있으나 백출은 소화 기능을 돋우는 비위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강하고, 창출은 습기를 없애는 효능이 강하다.

백출은 옛날부터 보혈·보기·건위·지사·이수·안태·지한의 작용이 있어 쓰임이 많은 약재로 알았다. 현대에 와서 위장, 장관운동 촉진, 간 보호, 담즙 분비 촉진, 혈당 강하, 항산화 등의 작용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지방의 합성을 저해하고 피부 멜라닌 색소의 합성을 억제하여 다이어트, 미용 분야에도 이용되고 있다. 불로장생에는 배 속 편한 것이 제일이요, 백출은 배 속 편함을 다스리는 일등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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