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철학자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연기자는 자기가 자기인 것에 싫증이 나서 연극을 한다.”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친절 캠페인이 요란하다. 평소에 남을 배려하는 데 익숙했...

‘제2의 6·29’라는 선택

부패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마다 빅터 웡 씨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싱가포르의 변호사다. 1999년 가을 나는 그를 만나 이 도시 국가가 아시아에서는 예외적으로 부패 척결에 성...

나무를 심은 사람

아침 일찍 개를 데리고 한강 둔치에 나간다. 마스크를 쓰고 조깅하던 어느 아주머니의 모습이 안쓰럽던 전 날에 비하면 누른 모랫바람은 훨씬 얌전해졌다. 먼지 속에서 드러난 남산의 조...

동북아 프로축구 리그를 열자

여러 해 전 일이다. 방콕의 우리 대사관에서 영국 여행객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중국으로 떠날 참인데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베이징-평양-서울-도쿄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변화

여행의 기억은 슬라이드처럼 한 장면씩 단속적으로 나타난다. 2000년 3월 베트남의 왕도 후에를 찾았던 기억도 그렇다. 그 첫 장면에서 아내와 나는 배낭을 지고 시골 역사처럼 초라...

기게스의 반지

"당론의 스크럼 속에 편입되는 순간 정치인 개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추상화한 집단 의지만 남게된다. 어쩌면 당론의 정체(正體) 속에 무책임한, 따라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치의 비밀...

노점은 아름답다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서울 시내에서 노점이 사라진다고 한다. 큰 경기를 허술히 치러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약자들의 눈물 속에 잔칫상을 마련해서는 안된다." 퇴근길에 전철역을 향...

플라스틱 칼과 '네트 전쟁'

"미국은 이번 작전을 잠정적으로 '무한 정의'라고 명명했다지만, 그것은 끝나지 않는 전쟁을 예고하는 불길한 예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주 뉴욕발 인천행 ...

놓쳐 버린 '빅 게임'

"얼마 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꾼 돈을 모두 갚았지만 그것으로 IMF 사태가 남긴 과제가 다 풀린 것은 아니다. 보편적 윤리와 보편적 법치를 확립하는 일은 계속 숙제로 남아...

바람, 빛, 기온, 지형…

"크기가 생명을 대치한 허영의 도시들에서 죽어 있는 큰 것으로부터 살아 있는 작은 것으로 눈길을 돌리기는 어렵다. 그런 우리들에게 여행은 일상에 갇혔던 감수성을 풀어놓아 준다. 여...

오캄의 면도날

"자유언론이 관행이라는 이름의 치부를 덮는 무화과 나무 잎이 되어서는 안된다. 자유 언론에 대한 진정한 위협도 결국은 자신의 치부 그 자체에서오는 것이다. 이제는 정치권력이라는 &...

'짱이'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가

"새만금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더욱 비싸고 지루한, 본격적인 논쟁의 길로 들어섰을 뿐이다. 아마 우리는 33km의 방조제를 다 쌓은 뒤에야 이를 다시 뜯어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호저의 가시

"이혼율이 높아지고 결혼 기피 현상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한 결혼제도의 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낡은 관념과 전근대적인 인간 관계가 총체적으로 붕괴하고 재편되는 현상의 일부일 뿐이다....

가이아의 것은 가이아에게로

"이 광대한 세계를 영원한 균형 속에 살려가는 가이아 여신의 큰 지혜 앞에 인간은 여전히 한 줌의 모래를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집단적으로 깨달을 때 우리는 지난...

[전시]박순철 교수

박순철 교수(36·추계예술대)는 생동감 넘치는 인물 표정을 수묵으로 포착하는 데 능숙한 한국화가이다. 인물 표정에 대한 그의 공부는 지난해 열린 3회 개인전 을 통해 잘 드러났다....

과거의 해체

폭파 해체는 구조물에 내장된 긴장된 힘을 단숨에 끊어놓는다. 구조물은 순식간에 힘을 잃고 파편더미로 주저앉는다. 남산 외인아파트가 폭파됐을 때 그 순간적 해체는 아름다움이었다. 먼...

보고르의 정치 파티

개발경제학자 월트 로스토는 몇해 전 한국에 왔을 때 매우 흥미있는 발언을 남겼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보다 캔버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각료회의(APEC) 첫 회의가 열린 사실...

워싱턴의 낭비자들

잡담 한마디. 카터 대통령이 백악관 주인이었을 때였다. 딸 에이미양이 숙제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월요일까지 내야 할 숙제인데 그 날은 주말인 금요일이었다. 산업혁명에 관한 문...

곡필의 역사

언론은 ‘현재’ 속에 사는 산업이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인간의 관심에 우선 부응해야 하는 언론 산업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이렇게 보면 언...

‘밭 한 뙈기’

경제학의 명명법에 따르면 공기는 자유재이다. 그 ‘자유’는 돈을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뜻의 자유이다. 그것은 운수 사납게 밀폐된 공간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면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