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연말 연시 뜻깊에 할 해외 여행지 5선
  • 오윤현 기자 (noma@e-sisa.co.kr)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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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으로 갈까, 꽃섬으로 갈까/
산타 마을 탐방·유람선 일주 '환상 체험'
12월 들어 여행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9·11 뉴욕 테러 여파로 놓친 가을 특수효과를 연말에 만회하려고 맹렬히 고객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 바람에 바닥까지 떨어졌던 항공료와 여행 삯 대부분은 원상 회복되었다. 득을 보는 쪽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 쪽도 있는 법. 연말에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그만큼 값싸고 편안한 상품을 고르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눈 씻고 찾아보면 '그럴듯한 상품'도 적지 않다. 현실 세계의 근심거리를 잊고, 가고오는 해를 생각하는 데 좋은 여행지는 어디일까.


삿포로/뜻밖의 기쁨 넘치는 '눈의 나라'




그냥저냥 떠났는데 뜻밖에 큰 즐거움과 함께 많은 기록거리를 주는 여행지가 있다. '눈의 나라' 삿포로가 그런 곳이다. 대부분이 조용한 설국(雪國) 이미지를 떠올리며 찾아갔다가 예상치 못한 구경거리와 화려함, 그리고 떠들썩함에 휩쓸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맥주·영화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삿포로의 가장 큰 볼거리는 눈과 얼음이다. 삿포로를 다녀온 사람은 2월 초 오도리 공원에서 펼쳐지는 눈 조각전을 쉽게 잊지 못한다. 눈과 얼음으로 만든 10∼30m짜리 동물이나 건물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2km에 이르는 중앙광장의 눈 조각과 오색영롱한 조명도 볼거리다. 두 번 삿포로에 다녀왔다는 신 아무개씨는 신선한 맥주 맛을 잊지 못했다. 그는 "삿포로 팩터리에서 마신 생맥주는, 이제껏 내가 맛본 술 가운데 최고였다"라고 말했다. 현재 삿포로에서는 기린·삿포로·아사히·산토리 같은 맥주가 생산된다. 이들 생산 공장의 '가든'에서는 일정 요금만 내면 바로 나온 생맥주를 실컷 맛볼 수 있다.


라면과 게 요리도 삿포로의 명물이다. 요코쵸 라면 거리에 가면 삿포로 라면의 진수가 팔팔 끓고 있다. 30여 가게에서는 쫄깃쫄깃한 면발과 깊은 맛이 우러나는 색다른 국물을 내놓는데, 눈발이 비치는 날에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이다. 일본에서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게 요리도 인상적이다. 특히 무당게·털게는 살이 알차고 담백하다.


시간과 주머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따로 온천과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높은 절벽에 둘러싸인 죠잔케은 온천이 약리 작용도 뛰어나고, 풍광도 아름답다. 스키는 1972년 겨울 올림픽 무대였던 오쿠라 산과 모이와 산에서 탄다. 리프트를 타고 산정에 오르면 눈부신 삿포로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외 1876년에 설립된 홋카이도 대학, 곰 목장, 삿포로 맥주 박물관, 후도키 시장도 들러볼 만하다. 롯데관광이 4박5일짜리 상품을 내놓았다.


홍콩/'천 가지 표정' 빛나는 맛과 멋의 별천지




매서운 추위를 피하고 싶다면 홍콩은 어떨까. 한국처럼 겨울이 춥지 않은 그곳에서는 '천 가지 표정'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마스와 설을 전후해 홍콩에서는 2백여 행사가 열린다. 그 가운데 압권은 점등 행사(12월9일∼1월5일·1월16일∼2월26일)이다. 이 기간에 홍콩의 빌딩은 거의 형형색색 전등 옷으로 치장한다. 빌딩들이 뿜어내는 빛은 환상 그 자체다. 홍콩관광청 한국사무소의 류지향 대리는 "미웠던 사람까지 좋아질 정도로 매혹적이다"라고 치켜세웠다. 침사추이의 음악 분수가 쏟아내는 고혹적인 불빛과 로맨틱한 음악도 빠트리면 아쉽다.


영화 속 감동을 좇아 여행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좁지만 홍콩 거리 곳곳에는 영화의 명장면들이 숨어 있다. 홍콩의 압구정이라는 콰이콩에는 〈중경삼림〉 무대인 샌드위치 가게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가 있다. 량차오웨이가 왕정원을 기다렸던 바 '캘리포니아'는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건너편 아래쪽에 있다. 〈화양연화〉에서 량차오웨이와 장만위가 데이트를 했던 '골드핀치 레스토랑'은 홍콩의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 푸르트 첸 감독의 〈메이드 인 홍콩〉의 무대였던 '빅토리아 파크'도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이다. 관련 자료는 홍콩 관광청 한국사무소에서 구할 수 있다.


홍콩 여행에서 가장 신나는 사람은 아마도 식도락가일 것이다. 세계적인 요리를 짧은 시간에 고루 만날 수 있어서이다. 특히 중국 요리는 진수성찬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중국 각 지방 요리가 넘쳐난다. 그 가운데서 특히 만두 비슷한 딤섬과 꼬치구이는 맛도 좋고 가격도 부담이 없다. 해산물을 센 불에 살짝 익혀 만드는 광둥 요리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이맘 때에는 핫팟(뜨거운 찜냄비 요리)이 미각을 흥분시킨다. 캐세이패시픽에서 내놓은 홍콩 슈퍼시티 겨울 패키지 상품이 43만∼74만 원 한다.


괌/원시 비경 너머로 푸른 파도는 넘설대고…




얼마 전 괌 관광청장과 의회 관광·문화 분과 위원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9·11 테러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자 부랴부랴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 그들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스마트 카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1월부터 내년 3월 말까지 호텔·레스토랑·쇼핑몰 등 64개 업체가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괌은 스마트 카드가 유혹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가볼 만한 섬이다. 그만큼 원시 비경이 매혹적이고, 해양 스포츠가 다채롭다. 괌에 갈 때는 일정에 스타샌드 비치를 포함하는 것이 좋다. 볼거리와 놀거리가 제일 풍성한 곳이기 때문이다. 정글 탐험·물소 타기·스노클링·카누·비치발리볼 등을 하며, 각종 놀이 기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남쪽을 여행한다면 차모르족의 전통 마을인 이나라한에 들러 보자. 원주민 가옥과 과거의 생활상과 코코넛·사탕·과자·소금 ·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날짜를 잘 맞추면 주말마다 돌아가면서 열리는 마을 잔치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이채로운 먹거리를 만날 수도 있다. 괌 관광청 한국사무소 이은경 과장은 "괌을 자유 여행 한다면 차를 빌리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그래야 곳곳에 숨어 있는 숨막히는 원시 비경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요일 밤 비행기로 갔다가 월요일 새벽에 오는 일정이 괜찮다. 40만∼70만원대 상품이 있다.


크루즈 여행/이보다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화 〈타이태닉〉을 통해 익히 알려진 크루즈 여행은 '귀족 놀음'으로 불린다. 여행 상품 가운데 제일 비싼 데다가 일정이 가장 화려하기 때문이다. 서너 달 바다 위에 떠 있는 경우 가격이 수천만원까지 한다. 그렇다면 빠듯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인가.


아니다. 스타 크루즈가 운행하는 7만6천8백t짜리 선박(길이 268m, 너비 32.2m )에 오르면, 수천만원짜리 귀족 상품에는 못 미치지만 크루즈 여행의 묘미를 거의 다 맛볼 수 있다. 코스는 네댓 가지. 그 가운데 한국인들은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태국 푸켓·말레이시아 랑카위를 거치는 코스와, 홍콩에서 출발해 중국 하이난다오와 마카오를 거치는 코스를 선호한다. 3박5일, 4박6일 상품이 70만∼100만원쯤 한다(인천↔홍콩·싱가포르 왕복 항공료 포함). 굿모닝트레블·자유여행사 등에서 취급한다.


13층짜리 배에 오르면 승객들은 우선 각국 식당과 수영장·면세점·공연장·사우나실·마사지룸 같은 각종 시설과 만난다. 선실 내부는 등급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특급 호텔 급으로 꾸며져 있다. 다른 항구로 이동하는 도중에 여행객은 댄스 강습과 어린이를 위한 이벤트에 참여해 즐겁게 지낼 수 있다. 아니면 헬스클럽·영화관·카지노에서 멋진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식사 때에는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사귈 수도 있다.


배는 주로 밤에만 이동하고, 아침에 사람들이 눈을 뜨면 항구에 정박한다. 여행객들은 낮 동안 배에서 내려 정박지의 경관을 감상하거나, 이색적인 문화를 체험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여행객들은 천 명이 넘는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만찬(식사는 하루 여섯 번 제공된다)을 즐기거나, 극장 안에서 벌어지는 쇼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스타쿠르즈의 조주연 실장은 "일반 여행 상품보다 조금 비싸지만, 가이드도 팁도 옵션도 없어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핀란드/오로라에 감싸인 산타 클로스 마을




북유럽에 있는 핀란드는 멀고 먼 나라이다. 비행기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수도 헬싱키까지 가는 데 꼬박 16시간 정도 걸린다.


핀란드는 널리 알려진 대로 숲과 호수의 나라이다. 전국토의 75%가 숲이며, 10%가 호수이다. 호수는 19만 개가 넘는다. 이 아름다운 자연은 겨울이 되면 모두 꽁꽁 얼어붙는다. 때문에 한겨울에 핀란드를 찾는 여행객은 동화 속 '얼음 나라'에 간 듯한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겨울에 핀란드를 찾는 여행객은 대부분 헬싱키에 머무르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고 북극권(66°33′이북 지방)으로 가면 사리셀카·로바니에미·케미라는 자그마한 도시에 닿는다. 12∼1월 이들 지방의 낮 길이는 하루 1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북극과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혹적인 오로라를 볼 수도 있다.


각 도시에서는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사리셀카에서는 순록이나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호수와 눈길 위를 달리며 야생 순록을 만나거나 광활한 설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밤에는 얼음 호텔에 묵을 수도 있다. 로바니에미에서는 소문으로만 듣던 산타 클로스를 직접 만나게 된다. 한적한 숲속에 있는 산타 마을에 사는 산타 클로스는 비서 수십 명을 데리고 1백60개 나라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하루 평균 3만2천여 통)에 답장해 주거나, 마을을 찾은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눈다(주소:Santa's Post Office FIN-96930, Arctic Circle Finland). 로바니에미에는 매머드 화석을 전시한 아티키움 박물관도 있다.


케미에서는 같은 크기의 배보다 예닐곱 배 무거운 쇄빙선을 4시간 동안 타고 얼음 덮인 바다를 항해할 수 있다. 주한 핀란드 관광청은 "자녀들과 떠나면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6박8일 상품이 있으며 하나투어·현대드림투어 등이 취급한다. 가격은 조금 비싸서 1인당 3백99만원 안팎이다.


□ 도움말 : 일본국제관광진흥회·홍콩관광청·핀란드관광청·괌관광청·(주)툼라레·스타크루즈·여행 전문지 〈AB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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