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신비의 발명품 '세그웨이'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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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스쿠터 '세그웨이' 논란…
"자동차 대체" "마케팅에 놀아났다" 엇갈려
최고 시속 20km이며 빙판과 계단 위를 달릴 때도 넘어질 염려가 없고, 하루 유지비가 100원쯤 드는 3백60만원짜리 1인용 전동 스쿠터가 있다면 당신은 기꺼이 사겠는가?


이 스쿠터는 사람의 몸과 하나인 것처럼 움직인다. 컴퓨터와 회전 운동의 균형 메커니즘을 이용해 두 바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도 오뚜기처럼 쓰러지지 않는다. 사람이 두 발로 걸어갈 때처럼 앞으로 몸을 기울이면 앞으로 나아가고 몸을 뒤로 젖히면 뒤로 간다. 또 사람이 빙그르르 돌 때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는 것처럼 이 스쿠터도 360° 제자리 회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 전동 스쿠터가 바로 '인터넷보다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찬사 속에서 지난 1년 동안 극비리에 추진되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진저 프로젝트'의 완성품 세그웨이다.




코드명 'IT'로 불릴 뿐 개발 과정이 베일에 가렸던 이 프로젝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하이테크 업계의 몇몇 '거인'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애플컴퓨터 최고경영자)와 제프 베이조스(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 등은 '이 프로젝트가 개발하는 제품은 혁명적이며 도시 설계 방식을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극찬하며 수백만 달러를 선뜻 투자했다. 아마존은 한술 더 떠 정체 불명의 이 제품을 쇼핑몰에 진열해놓고 예약까지 받았다. '죄송합니다. 값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품에 대해서도 아직 알려진 바 없습니다. 값은 배달 전에 e메일로 통보하겠습니다'라는 황당한 공지와 함께.


제품이 발표되기 전 하버드 대학 출판부도 발명 과정을 다룬 책을 출판하기 위해 25만 달러에 출판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이 프로젝트 개발자인 딘 카멘(49·데카리서치 앤드 디벨롭먼트 사 대표)의 이채로운 이력이 호기심을 부추겼다. 딘 카멘은 대학 중퇴 학력으로 혼자서 물리학 등을 공부해 젊은 시절부터 휴대용 인슐린 펌프,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 등을 만든 '천재' 발명가이다. 천재 발명가가 개발하고 하이테크업계 거인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제품이 도대체 뭘까.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정체불명의 'IT'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수소로 작동되는 휴대용 스케이트보드' '서류 가방에 들어가는 자동차'일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왔다. 그리고 1년이 채 안되어 'IT'는 세그웨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GE·연방우체국 등 구입 의사 밝혀


세그웨이가 발표된 뒤 여론의 평가는 엇갈린다. '고작 전동 스쿠터야? 카멘의 신비주의 마케팅에 놀아난 것 아니냐'며 실망하는가 하면, '인류가 마침내 두 다리를 대체할 수 있는 개인용 교통 수단을 얻었다'는 감탄이 쏟아졌다. 논란은 세그웨이가 선보이는 내년까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딘 카멘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담한 것처럼 이 스쿠터가 자동차를 대체하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세그웨이가 발표되자마자 〈뉴욕 타임스〉·CNN 등 여러 언론이 앞다투어 소개했고, 연방우체국·제너럴일렉트릭·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세그웨이를 구입할 의사를 밝혔다. 딘 카멘은 세그웨이를 인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 문제 등에 대해 행정 당국과 이미 사전 협의를 끝낸 상태로 알려져 있다. 2002년에는 한국에서도 세그웨이를 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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