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성한 간 잡는다
  • 오윤현 기자 (noma@e-sisa.co.kr)
  • 승인 2001.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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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일 술 안 마셔도 피로 계속되면 위험신호

 

치명적인 간 질환은 어느 날 뜻밖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술자리가 잦은 연말 연시에 자주 찾아온다. 회사원 강 아무개씨(39)도 그랬다. 지난 연말, 그는 자신을 불러주는 술자리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 와중에 우연찮게 피검사를 받았다. 보험사가 종신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례적인 검사였다. 그런데 결과가 뜻밖이었다. 간염 환자로 밝혀진 것이다. 그는 설마 하며 ‘최근 술을 자주 마셔서 이런 결과가 나왔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울렁거리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며칠 뒤 그는 결국 회사 근처 병원으로 갔다.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인터넷에서 간염에 관한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여러 자료를 들여다보았더니 오싹오싹한 병이었다. 간경화와 간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치료 방법도 거의 없었다.

1주일 뒤 결과가 나왔을 때 비관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상 없음’으로 나온 것이다. 강씨는 좀더 확실한 결과를 알아볼 요량으로 종합병원에서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1주일 뒤 그의 희망은 또다시 비관으로 바뀌었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한 간염 초기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요즘 강씨는 ‘잘 먹고 편히 쉬라’는 의사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돌다리를 건너듯 조심조심 살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술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네 간과 병원의 검사 결과를 너무 믿지 말라’고 충고하고 다닌다.

강씨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간을 지나치게 믿는 것은 위험하다. 술자리가 잦은 때에는 더욱 그렇다. 가령 술을 마신 뒤 오른쪽 상복부가 묵직하거나 피로감이 몰려오는 사람이라면 당장 병원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 서울 강북삼성병원 조용균 교수(소화기내과)는 술을 마신 뒤 사나흘을 쉬었는데도 피로가 지속되고, 입맛이 떨어지고, 오한이 나면 간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생화학·초음파 검사 병행하면 이상 발견 쉬워

간은 체내의 각종 영양분을 저장·공급하고, 노폐물을 독성이 없는 물질로 바꾸어 배설하는 기관이다. 피와 소화 효소를 만들어내는 일도 중요한 과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하나뿐인 장기라는 점이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말에 어울리게 70∼80%가 상해도 거의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 때문에 간에 이상이 생겨도 건강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간에 이상이 있는 듯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검사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복잡한 간 기능과 달리 간 검사는 의외로 간단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간 기능이나 지방간 진단만 받고 싶으면 AST(GOT)·ALT (GPT)와 γ-GTP만 검사하면 된다. B형 간염에 감염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여기에 HBsAG(간염 항원)과 HBsAB(간염 항체) 항목을 추가한다(이 검사에서 HBsAG가 양성 반응을 나타내면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거나, 간염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간 기능 검사는 생화학적 검사를 의미한다. 이 검사는 동반되는 위험이 없어 안전하고, 가격도 싸다. 한 가지 약점은, 이 검사만으로는 간 손상의 정도와 예후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의사들이 이 검사에서 이상 반응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문진과 신체 검진을 철저히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초음파 검사는 생화학적 간 기능 검사의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 준다. 반사·흡수·굴절을 통해 간의 상태를 좀더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이라도 기계가 치료까지 해주지는 않는다. 예방이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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