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접시만 파는 초미니 스파게티점
  • 오윤현 (noma@sisapress.com)
  • 승인 2002.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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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운수를 알아보는 좋은 방법이 있다. 한낮에 서울 교보문고 뒤 피맛골에 있는 스파게티 전문점 ‘종로한평’에 가보면 된다. 만약 가자마자 야채 스파게티나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맛보았다면 당신은 그 날 운이 억세게 좋은 편이다. 한국에서 가장 작은 스파게티 전문점이어서 자리를 잡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의자 3개, 접시·포크 10여 개, 길이 1m 남짓한 붙박이 식탁이 종로한평의 전부이다.
주인 최병진씨(47)의 이력도 식당의 모습만큼 이채롭다. 그는 도예가로서, 대전의 한 대학에서 10년 넘게 도예를 가르쳤다. 스파게티 전문점을 차린 것은 우연이었다. 뉴질랜드에서 2년 동안 유학하고 돌아와 보니, 살 길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평소 꿈꾸어오던 일을 해보기로 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요리학교에 등록했다. 종로한평을 연 것은 지난해 여름. 현재 갑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등 여덟 가지 메뉴를 팔고 있다.
최씨는 하루 30여 접시밖에 못 팔지만, 하루 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단골이 많이 늘었다. 그만큼 내 요리에 만족한다는 것인데, 도자기든 스파게티든 잘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즐겁다.” 가장 작은 식당에서 은은한 올리브 향을 맡으며 스파게티를 즐기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올 봄에 규모를 늘려 이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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