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없애려다 큰코다치나
  • 안은주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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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섭 의원 사망 계기로 ‘안전성’ 논란…의사들 “수술후 사망률 매우 낮아”
민주당 심규섭(44) 전 의원이 코골이 수술을 받은 지 이틀 만에 갑자기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코골이 수술이 알고 있던 대로 간단하고 안전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코골이 수술은 과연 안전한 것일까. 하나이비인후과 박재훈 원장은 “코골이 수술이 안전하냐고 묻는 것은 밥 먹는 것이 안전하냐, 자동차를 타는 것이 안전하냐를 묻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코골이 수술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음식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할 확률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보통 코골이 수술로 사망할 확률은 만 명 중 한 명꼴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매우 뚱뚱하고 증세가 심한 서양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한국인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박원장은 덧붙였다.



“심한 재채기에 스트레스 겹쳐 사망 이른 듯”



코골이는 공기가 인후두부의 좁아진 통로를 지나면서 목젖이나 입천장을 진동시킬 때 일어난다. 코·입천장·편도선 등에 염증이 있거나 편도선이 비대해져 통로가 좁아지면 증세가 심해진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이 수술을 받아 사망할 가능성보다 오히려 심각한 코골이 증세를 방치하다가 돌연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코골이가 심하면 체내 산소가 부족해져 심혈관질환이나 무호흡증으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수면 중 일어나는 한 해 2천∼3천 건의 돌연사가 무호흡증과 관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코를 많이 고는 사람이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낼 확률은 정상인의 10배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심규섭씨는 왜 사망한 것일까? 그는 1월11일 가슴이 답답하고 기운이 없어 순천향병원을 찾았다가 ‘심실비대증’으로 진단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심씨는 입원한 김에 코골이 수술을 받기로 하고, 이비인후과 진단을 거쳐 1월24일 수술을 받았다. 코골이 치료는 레이저를 이용한 간단한 방법에서부터 절개 수술까지 다양한데, 심씨는 증세가 심각한 편이어서 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를 수술한 의사 이영돈씨(순천향병원 이비인후과)는 “수술은 성공적이어서 다음날부터 식사도 잘 했고 정상 회복 중이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틀 뒤인 1월26일에 발생했다. 저녁 7시쯤 심씨가 갑자기 코피를 쏟더니, 잇달아 피를 토하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코피가 나기 시작한 지 1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의 상태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병원측은 심한 재채기로 인해 수술 부위가 터져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코골이 수술 뒤 지나치게 차가운 음식을 먹거나 갑자기 심한 재채기를 하면 수술 부위가 터지면서 피가 나와 기도를 막을 수 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심씨도 사고가 나기 전에 재채기를 했다고 한다. 또 하나, 선거법 위반 공판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회복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사고가 발생하던 날 오전 안성경찰서 관계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 심의원에 대한 구인 영장을 갖고 병원을 찾았다. 병원측은 수술 직후여서 안정이 필요하다며 돌려보냈지만, 심씨로서는 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코골이퇴치법>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잠들기 전 3시간 동안은 술을 먹지 않는다
◆밤에 진정제나 수면제 같은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다.
◆잠잘 때는 옆으로 잔다.
◆침대의 머리 쪽을 30도 가량 높인다.
◆높은 베개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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