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오윤현 (noma@sispress.com)
  • 승인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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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흥행 대박’ 주도할 ‘4대 스타 집단’ 집중 분석
지난해 한국 프로 야구의 1등 공신은 이종범 선수(32·기아)였다. 그가 일본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한국의 프로야구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프로야구 관중 숫자는 1995년(5백40여만 명)부터 매년 내리막길이었다.





1999년에 잠시 늘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술술 빠지기 시작한 관중은 2000년 들어 2백50만7천여 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후반기에 이종범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관중이 꾸역꾸역 늘더니 마침내 다시 3백만명(증가율 19%)에 육박한 것이다. 놀랄 만한 반전이었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6월에 2002 월드컵 축구대회가 있지만, 올해에도 프로 야구의 인기가 지속되리라 전망했다. 이종범의 인기가 여전하고, 장종훈·이승엽·송진우 같은 ‘기록의 사나이’들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초대형 신인 김진우·조용준까지 가세한다. 3월14일 시범 경기를 시작으로 불붙은 2002년 프로 야구의 볼거리를 소개한다.


신기록에 도전하는 기록 제조기들


야구는 철저한 기록 경기이다. 선수들의 연봉이나 평가는 모두 기록(방어율·타율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화의 장종훈 선수(34·한화)는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올해 도전하는 최고 기록은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현재 14년), 1000득점(9백62 득점), 1천7백 경기 출전(1천6백89 경기), 사사구 1천개(9백38개) 등 모두 8개이다. 부상이나 슬럼프가 없으면 올해 이 기록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선수(26·삼성)도 기록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이다. 그는 올해 6년 연속 30홈런과 한 시즌 최다 홈런, 7년 연속 30 2루타에 도전한다. 가능성은 높다. 지난 3월 초 이승엽은 시카고 컵스의 초청 선수로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에 참여해, 메이저 리그 관계자들로부터 ‘파워와 수비만 보강하면 빅 리그에서도 뛸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상의 타격 감각을 갖고 있다. 이승엽은 그 자신감으로 외다리 타법을 포기하고, 오른쪽 다리로 땅을 끌며 타격할 계획이다. 만약 이 자세가 성공한다면 6년 연속 30 홈런은 물론 자신이 3년 전에 세운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4 홈런)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송진우 선수(37·한화)와 이강철 선수(36·기아)는 선동렬 선수가 세웠던 통산 최다승(1백46승)에 도전한다. 전준호(현대)와 최태원(SK)은 4백 도루(현재 3백84개)와 1천 경기 연속 출장(9백1 경기) 고지에 올라설 계획이다.


4억대 연봉 선수들의 ‘자존심 혈전’


올해 최고 연봉 선수는 이종범. 1년 계약에 4억3천만원을 받는다. 2위는 이승엽으로 4억1천만원을 받는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팀의 3번 타자를 맡게 되었다. 이종범은 우익수로 변신해 경기에 나선다. 그는 1994년에 세운 한 시즌 최다 안타(1백94개)를 돌파하는 것을 올 시즌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이승엽의 최대 목표는? 두말할 필요 없이 팀의 숙원인 한국 시리즈 우승이다. 그는 메이저 리그에서 얻은 자신감과 패기로 ‘묵은 숙제’를 풀 계획이다.





두 선수 싸움에 ‘괴물 선수’ 양준혁(33·삼성)이 끼여들어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양준혁은 올 시즌 최대 자유계약선수(FA)로 4년 계약에 계약금 10억원, 연봉 13억2천만원 등 모두 27억원 정도(플러스 옵션 4억원 포함)를 받았다. 최정상 타자답게 그는 지난 3월 초 연습 경기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프로 야구를 시작한 이래 한번도 정상에 서지 못해 우승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제2 선동렬, 제2 이종범 뜬다


기아의 올해 목표는 우승이다. 그 선봉에 김진우 선수(19)와 이현곤 선수(22)가 있다. 올해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김진우는 ‘국보급 투수’ 선동렬의 뒤를 이을 재목감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거구(키 191cm, 몸무게 105kg)에다 공의 스피드와 제구력이 좋기 때문이다. 계약금을 무려 7억원을 받았다. 실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2월26일 두산 베어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4이닝을 던져 무실점으로 막은 것이다(2안타 1볼넷 허용). 최고 구속은 시속 146km.


이현곤은 이종범을 빼다 박았다. 멀리에서 보면 빠른 발에 강한 어깨, 그리고 공을 치는 재주와 재치 있는 감각 때문에 이종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연습 경기에서 33타수 11안타를 기록하고, 네 번의 도루 가운데 세 번을 성공해 이미 3루수 자리를 꿰어찼다.





현대·SK·LG는 조용준(23)·제춘모(20)·김민우(24) 선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조용준은 뛰어난 제구력과 두둑한 배짱, 그리고 게임 운영 능력이 좋은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이다. SK는 일단 그를 중간 투수나 마무리 투수로 활용활 예정이지만, 시범경기에서 상대 선수들을 농락하면 선발로 보직이 바뀔 수도 있다. 두 차례 연습 경기(7이닝)에서 2실점했지만, 삼진을 6개나 뽑아내는 위력을 발휘했다.

제춘모도 연습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6게임에 출장해 14와 3분의 1 이닝 동안 방어율 2.51을 기록했다. SK는 그와 윤길현(19) 중 1명을 제5 선발로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우는 국가대표 출신 타자로 좌우 타격이 가능하다. LG 관계자는 “올해 우리 팀은 지난해보다 훨씬 젊어졌다. 그 중심에 민우가 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좌절 딛고 일어서는 의지의 사나이들


정민철 선수(30·한화)와 진필중 선수(30·두산)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해외 리그에서 쓴맛을 보았다는 점이다. 정민철은 지난 시즌 일본에서, 진필중은 지난 겨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망신’을 당했다. 당연히 두 선수는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팀내 최고 대우(연봉 4억원)를 받는 정민철이 송진우와 함께 좌우 펀치를 구성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코너 워크가 뛰어난 정민철은 확대된 스트라이크 존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진필중은 전지 훈련 중인 하와이에서 내내 우울한 표정이었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옛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그는 23세이브를 올렸다. 2000년 18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현대 김수경 선수(23)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 승수(6승)밖에 못 올린 치욕을 털어내기 위해 요즘 그의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올해 프로 야구의 인기는 장종훈·이종범·이승엽·양준혁 선수(왼쪽부터)에게 달려 있다. 그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각 팀의 성적은 물론이고 흥행도 크게 파도 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선수(기아)는 선동렬의 뒤를 이를 재목감으로 평가된다. 고졸 신인으로 계약금 7억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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