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전부터 준비한’ 1억 송이 꽃박람회
  • 김은남 (ken@sisapress.com)
  • 승인 200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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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박람회는 천년 전부터 준비된 것입니다.”
썰렁한 유머를 꺼낸 사람치고는 안내자의 표정이 터무니없이 진지하다. 알고본즉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열리는 동네 지명이 꽃지(옛 이름은 ‘花地’) 곧 ‘꽃 피는 땅’이란다. 고려 시대 풍수들이 매화가 떨어지는 형국(매화낙지형)이라고 점찍었던 최상의 길지에서 이번 꽃박람회가 열리는 셈이다.


개막을 20여 일 앞둔 4월3일 기자가 박람회장을 찾았을 때, 현지 스태프는 ‘꽃과의 두뇌 싸움’을 벌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박람회 기간에 맞추어 1억 송이 꽃을 일제히 피워 내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지상 과제. 그러나 꽃은 꽃대로 제가 피고 싶은 철이 있다. 더욱이 올해처럼 날씨가 평년 기온을 훌쩍 웃돌면 꽃은 그 시기를 훨씬 앞당기고 싶어한다.


이에 맞서 사람들이 꾀를 냈다. 빨리 봉오리를 틔우고 싶어하는 식물에는 차광막이 씌워진다. 하루 네댓 시간씩 스프링클러를 통해 찬물 찜질도 감수해야 한다. 이같은 ‘채찍’에도 개화 의지를 꺾지 않는 식물에는 영양식이 듬뿍 주어진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죽기 전에 꽃을 피우려는 본능이 발동되므로 적절한 시점에 내미는 ‘당근’이다.


4월26일∼5월19일 안면도에서는 이렇게 길든 꽃들이 화려한 미의 제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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