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피해 줄일 비책 있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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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들이 한반도를 수시로 엄습하는 황사의 발원지를 찾아 나섰다. 과학자들은빠르게 사막화하는 삭막한 대지 위에서 황사 피해를 막을 두 가지 방법을 발견했다.
'황사를 줄여라!’ 황사 발생 일수가 급증한 뒤로 최근 한국 기상 과학자들에게 떨어진 지상 과제이다. 그러나 황사는 중국의 메마른 땅에서 가뭄과 바람에 의해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어서 원천적으로 줄이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두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





지난 3월 박순웅 교수(서울대·지구환경과학)와 전영신 박사(기상청 응용기상연구실) 등이 실마리를 찾기 위해 나섰다. 황사 발원지로 알려진 바단자란 사막과 텐겔 사막, 그리고 네이멍구(內蒙古) 고원과 황토 고원을 찾아 황사가 어떻게, 얼마나 부유하는지 확인하고, 또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다. 박교수는 보름 일정에서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보았다고 말했다. “발원지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지만, 소득이 없지 않았다.”


동행한 중국과학원과 베이징 대학 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사막화 지역과 사막화하고 있는 지역은 가로 6,400×세로 500∼600km나 된다(오른쪽 지도 참조). 그리고 매년 서울의 네 배 크기인 2,460㎢ 정도가 사막화하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56,000㎢(31.8%)는 벌목, 49,900㎢(28.3%)는 지나친 방목(2001년 현재 양과 염소가 2억8천만 두나 된다)이 원인이었다. 무분별한 개간으로 인해 사막화한 면적도 44,700㎢(25.4%)에 달했다. 공장 건설·수자원 관리 미흡·바람도 사막을 24,400㎢나 만들어냈다.





타클라마칸 사막 황사는 한국에 영향 못 줘


한국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곳은 훈산다크 사막이다. 이곳에서 강한 상승 기류(저기압)를 타고 발생한 황사는 편서풍을 타고 고도 4∼5km로 날아와 하루 만에 한국에 상륙한다. 그만큼 먼지가 많이, 빨리 한국에 와 닿는다. 지난 3월 말 한국을 뒤덮었던 황사도 이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황사의 주요 발원지로 언급하는 타클라마칸 사막은 한국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년간(1991∼2001년) 중국에서 ‘강한 황사’가 가장 많이 발생했지만(2백68회. 약한 황사를 포함하면 약 1천5백회), 한반도와 5,000km 이상 떨어져 있어 먼지가 도중에 거의 다 낙하했다는 것이 중국 학자들의 설명이었다.


네이멍구 고원은 한국에 피해를 많이 주는 곳이다. 이곳에서 강한 황사 바람이 발생하면 흙먼지 바람이 약 10만t 공중으로 뜨는데 그 가운데 절반쯤이 한반도로 날아온다. 문제는 그 지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멍구 고원 남쪽과 베이징 북서쪽 만리장성 사이, 해발 700∼1,400m 고원 지대가 무분별한 개간과 방목으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미 고비(자갈과 모래가 섞인 토양)와 모래밭으로 바뀌어 생명력을 잃은 지역도 상당했다. 박교수는 “연간 400mm쯤 내리던 비가 몇 년째 100mm 이하로 준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국 학자들은 이곳에서 발생한 흙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곧바로 베이징을 내습한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100∼200km 떨어진 산업 단지에서 내뿜는 검고 노란 연기 속에 있는 중금속과 유해 화학 물질이 그대로 황사와 뒤섞이는 것이다. 물론 이 황사는 편서풍을 타고 한국까지 날아온다. 최근에는 미국까지 날아간 것이 확인되었다. 떠도는 황사가 모두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30%는 발원지에, 20%는 주변 지역에 침적된다. 결국 50%만이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셈이다.


황허 주변의 황토 고원도 한국에 위협적이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찾아갔을 때에도 강 양쪽으로 산처럼 이어진 모래 언덕에서 모래들이 가볍게 날리고 있었다. 전영신 박사는 “그곳 토양의 크기는 서울에서 관측된 황사 입자와 비슷한 10μm였다. 그만큼 공중에 떠돌기가 쉬워 보였다”라고 말했다. 북위 34∼38° 사이에 위치한 시안(西安)과 란저우(蘭州) 주변에도 풀 한 포기 없는 민둥산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옛 실크로드에 간간이 보이던 더부룩한 잡초 덤불조차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는 푸르름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황량한 풍경이었다.





곳곳에 사막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고 수로를 만든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황허 강변 북쪽 60여m 안에는 나무 울타리를 만들고, 커다란 바둑판 모양 잔디 사이에 모래를 가두어 놓은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모두 역부족이었다. 나무는 수분을 섭취하지 못해 가냘퍼 보였고, 수로는 누룽지처럼 바짝 말라 있었다. 사람들은 주룽지 총리가 ‘경작지를 없애고 숲을 다시 만들자’고 쓴 비석의 글귀를 조롱하듯 2,500m 고원에까지 올라가 밭을 일구고 양을 방목했다.


사막을 다시 숲으로 만들 수 있다


네이멍구 고원 남쪽 2,000m 고원 한쪽에 돌연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울창한 언덕이 나타났다. 일행이 신기해 하며 다가갔더니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군사 기지였다. 박교수는 그곳 풍경을 보고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이 일부러 훼손하지 않으면 초목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풀과 나무를 심고 사람의 출입을 막으면 사막이 다시 숲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박교수 일행은 돌아오는 길에 황사 발원지 서른여덟 군데에서 모래를 300∼400g씩 퍼 가지고 왔다. 각 지역 모래의 성분을 분석해 놓고, 한반도로 몰려온 황사의 성분과 비교해 그 황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이다. 만약 이 일이 가능해진다면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가장 많이 한반도에 내습하고, 한반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떤 물질들이 첨가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한반도로 황사를 많이 보내는 지역에 집중해서 나무를 심을 수도 있다.





박교수는 황사 발원지를 둘러본 소감을 “황사 피해를 줄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바로 무분별하게 땅을 개간하거나 방목하는 사람들을 사막화하고 있는 지역에서 몰아내고 나무와 풀을 심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력이 부족하고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박약해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미지수이다”라고 말했다.


전영신 박사는 맥박이 약해지는 땅을 둘러보고 온 뒤, 그곳에 자동 종합기상 장치와 모래 이동 및 배출량을 측정하는 기기를 설치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기기를 설치하면 자료를 실시간 전송 받아 황사의 규모와 이동 경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러면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예산이 드는 일을 정부가 승인해 줄지는 알 수 없다”라고 전박사는 말했다.


올해 들어 벌써 열한 번째 황사가 찾아왔다. 그런데도 예보 체계가 미흡해 매번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앞으로 황사가 얼마나 더 내습할지 모른다. 황사 피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과학자들의 바람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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