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3강 구도로 재편되나
  • 손장환 (중앙일보 체육부 차장) ()
  • 승인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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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아르헨티나 양강 체제에 ‘상승세’ 브라질 가세
지난해 말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국이 가려졌을 때 국내외를 불문하고 축구 전문가들은 우승 후보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를 꼽았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을 한 달 정도 앞둔 지금 판도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일 본선 조 추첨식 직후 브라질이 떠오르리라고 예견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최고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가 화려하게 부활한 것을 기점으로 우승 구도가 프랑스·아르헨티나·브라질의 3각 구도로 재편된 것이다.




21세기 최초의 월드컵, 처음으로 아시아 대륙에서 벌어지는 월드컵, 최초의 공동 개최 월드컵인 한·일 월드컵의 우승팀은 어디일까. 그 가능성을 하나씩 검토해 보자.


프랑스, 4년 전 우승 때보다 전력 더 막강


프랑스는 4년 전 우승 멤버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 개인 기량이 더 좋아졌다.
프랑스의 미드필더진은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강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지네딘 지단과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리크 비에이라는 프랑스 축구의 근간을 받치고 있다. 드리블에 의한 돌파나 적재적소에 파고드는 패스 등 지단의 천재적인 플레이메이킹과 비에이라의 듬직한 플레이는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에마누엘 프티, 왼쪽 날개를 맡는 실뱅 윌토르, 백업 멤버인 유리 조르카에프와 크리스티앙 카랑뵈도 빼기 아까운 선수들이다.


프랑스의 포백 수비진 역시 최강급이다. 4년전 우승 멤버인 마르셀 드사이·릴리앙 튀랑·빅상트 리자라쥐는 그대로 건재하다. 로랑 블랑이 은퇴했지만 그 자리를 프랑크 르뵈프나 미카엘 실베스트르가 훌륭히 메우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에서 벌어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이들 수비진의 위력은 우리가 충분히 확인한 바 있다.


역시 우승 멤버인 골키퍼 파비앙 바르테즈는 막강 수비진과 함께 프랑스의 골문을 굳게 지키고 있다.
공격을 한번 보자. 4년 전에는 뚜렷한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격도 최강급이다.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는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와 유럽 프로 리그를 거치면서 유럽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발돋움했다. 특히 앙리는 큰 키(188cm)에 엄청난 스피드와 유연성, 그리고 뛰어난 골 결정력을 겸비하고 있다. 오른발 왼발 가리지 않고 쏘아대는 슛은 물론 헤딩슛도 위력적이다.
이 정도면 우승 후보로서의 면모가 확실하지 않은가.




아르헨티나, 경기당 최소 2골 뽑아내는 공격력


아르헨티나가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세계 최강의 공격력이다.


공격진을 보자. 중앙에는 남미 최고의 골잡이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에르난 크레스포가 버티고 있다. 왼쪽 날개는 클라우디오 로페스와 킬리 곤살레스, 오른쪽 날개는 아리엘 오르테가와 ‘떠오르는 별’ 사비올라가 포진해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상대 수비진의 오금을 저리게 할 수 있다. 그뿐인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지단과 다투는 후안 베론이 후방에서 펑펑 득점포를 쏘아대고, 다른 팀이라면 당연히 주전으로 뛸 마르셀로 가야르도·파블로 아이마르·후안 리켈메가 벤치에서 출장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누구를 내보낼까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이번 월드컵에서 게임당 최소 2골은 뽑아낼 것이라고 예상한다.


역대 월드컵에서 천재 미드필더를 배출한 전통답게 이번에도 미드필더진은 주전과 후보가 따로 없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 선수 대부분 개인기가 출중하고 조직력도 뛰어나다.
스리백을 쓰는 수비진은 비엘사 감독이 예선 내내 6명만 기용하며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노련한 로베르토 아얄라가 가운데 서고, 남미 최고의 수비수 월터 사무엘이 왼쪽에 선다.


다만 불운한 대진표가 변수다. 아르헨티나는 ‘죽음의 조’인 F조에서 잉글랜드·스웨덴·나이지리아와 조별 리그를 치러야 한다. 자칫 16강 탈락이라는 이변에 희생될 수도 있고, 이때 힘을 너무 많이 빼면 2라운드에 진입한다 해도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호나우두가 있고 없고에 따라 브라질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된다.
남미 예선 3위인 브라질이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히 호나우두가 복귀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이 예선에서 고전한 것은 득점력이 빈곤해서였다. 히바우두·에디우손·주니오르·에메르손 등 화려한 드리블을 무기로 하는 찬스 메이커는 많지만 결정적인 기회에 골을 넣어주는 골잡이가 없었다. 그러나 호나우두가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브라질, 호나우두 ‘부활’로 면모 일신


무릎 부상으로 2년 가까이 뛰지 못하던 호나우두는 인터 밀란 소속으로 지난 4월15일 이탈리아 프로 리그 브레시아전에 출장해 후반 동점골과 역전골 등 2골을 몰아 넣으며 화려하게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몸놀림도 전성기와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브라질로서는 구세주가 등장한 셈이다.
호나우두가 중앙에 우뚝 박혀 있으면 히바우두나 에디우손의 위력도 배가된다. 세계 최고의 위력을 자랑하는 좌우 윙백 카를로스와 카푸의 오버래핑도 상대 팀의 간담을 서늘케 할 것이다.


브라질이 우승 후보로 다시 거론되는 것은 호나우두가 컴백했을 뿐 아니라 프랑스·아르헨티나에 비해 대진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조 추첨식 때 브라질은 세 번 축배를 들었다. 터키·코스타리카·중국 등 수월한 상대와 조별 리그를 치르면서 손발을 맞출 시간을 벌었고, 16강전에서 H조 2위(일본 러시아 벨기에 튀니지 중 한 팀)와 만나게 되어 8강까지는 힘을 뺄 필요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르헨티나가 죽음의 조에 편성되는 행운까지 얻었다.


그러나 브라질은 8강전에서 프랑스와 운명의 일전을 벌여야 한다.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브라질은 4년 전 결승전 악몽(0 대 3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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