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 경 기는 놓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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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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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보아야 할 ‘날짜별 예선 16 게임’ 집중 분석/한국의 D조·죽음의 F조 ‘대첩’ 흥미 만점
서울에 사는 편무석씨(41)는 월드컵을 경기장에서 보아야 할지 집에서 보아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수준 높은 경기를 직접 보고 싶다. 하지만 표를 구하기 어렵고, 또 경기장 가기가 만만치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고민이 길면 길수록 재미는 떨어진다. 빠른 선택, 축구에 대한 상식을 늘리는 것만이 2002 한·일 월드컵을 좀더 재미있게 즐기는 비결 아닌 비결이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월드컵을 지켜 보려는 사람들의 야망은 분명하다. 좀더 편하게, 좀더 안락하게…. 골인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볼 수도 있다. 또 맥주나 음료로 마른 목을 충분히 적실 수도 있다. 게임이 늘어지면 돌아누울 수도 있다. 교통 혼잡에 휩쓸리지 않아도 되고, 오고가는 차 안에서 시간 낭비를 안해도 된다. 한마디로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축구 경기장을 한번쯤 다녀온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어떤 고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그곳으로 달려가려고 한다. 경기장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전쟁 연극’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각의 녹색 그라운드가 그 무대이다. 스물두 명의 배우가 그 위에서 쉴새없이 발로 공연한다. 때로는 넘어지고,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으며 수만 관중을 자극하기도 한다. 관중은 환호하거나, ‘적’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는다. 자신이 편드는 배우가 쏜 하얀색 총알이 그물을 흔들 때의 감동이라니…. 그 쾌감은 절대 좁은 텔레비전 화면으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축구를 보는 즐거움은 장소보다 경기 수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황금 발’들이 뛰고 달리는 경기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그러나 이기려고 지나치게 수비에 의존하는 팀들 경기나, 두 팀 간의 전력이 극명하게 차이 나는 경기는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수많은 관전자가 월드컵 때마다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어떤 경기를 골라 볼까?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예선 경기는 모두 48경기. 하루에 서너 경기씩 보름간 열린다. 그 경기를 생방송으로 다 볼 수는 없으니, 천상 골라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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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어떤 경기를 볼까. 축구 전문가들로부터 날짜 별로 볼 만한 경기를 추천받았다(★★★★★는 놓치면 후회할 경기. ★★★★는 되도록 보아야 하는 경기. ★★★ 보아도 되고 안 보아도 되는 경기. ★★ 안 보아도 되는 경기).


5월31일(금요일)

프랑스-세네갈(서울 20시30분)★★★★★

이 날은 개막전을 텔레비전으로 보든, 경기장에 가서 보든 좀 서둘러야 한다. 경기 전에 화려한 개막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개막식 주제는 ‘From the east…’(동방으로…).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깜짝 쇼’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막전은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와 월드컵 처녀 출전 팀 세네갈이 펼친다. 사실 두 팀의 경기에 대해 할말이 있을까? 그러나 월드컵에서 항상 이변은 있었다. 세네갈은 자신들이 그 주역이 되기를 원한다. 세네갈은 주전 선수 모두가 프랑스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어 ‘리틀 프랑스’로 불리는 팀. 그만큼 프랑스를 잘 알고 대비책을 세워왔다. 과연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을까.


6월1일(토요일)

우루과이-덴마크(울산 18시)★★★☆

아일랜드-카메룬(니가타 15시30분)★★★

독일-사우디아라비아(삿포로 20시30분)★★★☆

전차 군단 독일은 E조 1위로 조 예선을 통과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유연성과 개인기가 뛰어난 사우디아라비아의 빠른 공격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 대표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차 군단 독일의 파상 공세를 어떻게 방어하는지 눈여겨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


6월2일(일요일)

파라과이-남아프리카공화국(부산 16시30분)★★★

스페인-슬로베니아(광주 20시30분)★★☆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이바라키 15시30분)★★★★

잉글랜드-스웨덴(사이타마 18시30분)★★★★

조퇴를 권하고 싶은 날이다. ‘죽음의 조’ F조에 속한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 잉글랜드-스웨덴전 모두 놓치기 아까운 경기이기 때문이다. 한번의 패배가 예선 탈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모든 팀이 총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는 첫 단추를 잘 꿰는 팀으로 유명하고, 아르헨티나는 1990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카메룬을 얕보다 일격을 당한 적이 있다. 과연 또 하나의 징크스가 생길지 두고 볼 일이다.


잉글랜드-스웨덴전은 ‘움직이는 다이아몬드’ 마이클 오언(23)과 ‘저격수’ 헨리크 라르손(31)의 대결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는 유럽 예선전에서 각각 6골(6경기)과 8골(10경기)을 폭발시켰다.





6월3일(월요일)

이탈리아-에콰도르(삿포로 20시30분)★★★

크로아티아-멕시코(니가타 15시30분)★★★☆

브라질-터키(울산 18시)★★★★

C조의 브라질과 터키는 나란히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날 경기에서는 브라질이 압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4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터키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호나우두가 과연 부상에서 얼마나 회복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호나우두는 장기 결장으로 득점포가 녹이 슬어 있다. 그가 살아나느냐 마느냐에 따라 브라질의 희비도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6월4일(화요일)

중국-코스타리카(광주 15시30분)★★★☆

일본- 벨기에(사이타마 18시)★★★★☆

한국-폴란드(부산 20시30분)★★★★★

세 경기 모두 안 보면 후회할 만한 중요한 대전이다. 전문가들은 이 날 한국이 폴란드를 꺾어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그 가능성은 반반이다. 폴란드의 스트라이커 올리사데베가 살이 찌고 동작이 느려져 희망이 커졌었지만, 최근 복병 주라프스키(26)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시 긴장감이 높아졌다. 주라프스키는 지난 5월19일 에스토니아와의 평가전에 교체 투입되어 천금 같은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한편 국가 대표팀에게 선뜻 대통령 전용기를 내주었던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축구광답게 부산에서 이 날 경기를 직접 볼 계획이다. 일본-벨기에전도 놓치기 아깝다. 허정무 KBS 해설위원은 “두 팀 모두 러시아에 이어 H조 2위를 노리기 때문에 보기 드문 혈전이 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중국-코스타리카전은 북중미 예선 1위 팀인 코스타리카가 낯선 중국 축구를 쉽게 격파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6월5일(수요일)

독일-아일랜드(이바라키 20시30분)★★★

러시아-튀니지(고베 15시30분)★★☆

미국-포르투갈(수원 18시)★★★★

강팀에 강하다는 미국팀의 선전이 기대되는 경기이다. 반면 포르투갈은 부담스럽다. 내심 우승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데 미국에 비기거나 지면 다른 경기에서 전력 투구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16강전 이후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구의 환상적인 개인기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날이기도 하다. 다른 경기는 나중에 승패만 점검해도 큰 손해는 안 볼 듯.





6월6일(목요일)

세네갈-덴마크(대구 15시30분)★★☆

카메룬-사우디아라비아(사이타마 18시)★★☆

프랑스-우루과이(부산 20시30분)★★★★

현충일이다. 혹시 집에서 쉬게 된다면 낮에는 월드컵보다 영화를 보는 것이 나을 듯싶다. 매력 있는 경기가 없다. 혹시 아프리카와 아시아 팀의 대결을 보고 싶다면 저녁 6시 텔레비전 앞에 앉으면 된다. 카메룬-사우디아라비아의 격전이 끝난 뒤에는 프랑스-우루과이전이 시작된다.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지네딘 지단과 우루과이의 영웅 알바로 레코바(26)의 대결이다. 경기의 흐름을 꿰뚫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낮고 빠른 프리킥을 구사하는 레코바가 맨투맨 승부에서 프랑스 선수들을 따돌린다면 이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6월7일(금요일)

스페인-파라과이(전주 18시)★★★★

스웨덴-나이지리아(고베 15시30분)★★★ 아르헨티나-잉글랜드(삿포로 20시30분)★★★★★

‘죽음의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잉글랜드전은 모든 전문가가 별 다섯 개를 매길 정도로 예선전 최고의 빅 카드이다. 일부 전문가는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치켜세우기도 한다. <일간스포츠> 박재영 체육부장은 “남미와 유럽의 전통 강호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거기에다 20년 전에 터진 포클랜드 전쟁의 악감정이 남아 있어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잉글랜드로서는 1986년 월드컵 이후 2무2패를 당해 설욕전이나 다름없다.


이 경기 전에 열리는 스페인-파라과이전도 주목되는 경기이다. 영원한 우승 후보 스페인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첫 상대 나이지리아에 패해 16강 고지에서 미끄러졌다. 이번에도 그런 ‘사건’이 터질 수 있다. 두 팀은 1998년 프랑스에서 맞붙어 무승부를 기록했었다.


6월8일(토요일)

슬로베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대구 15시30분)★★

이탈리아-크로아티아(이바라키 18시)★★★

브라질-중국(서귀포 20시30분)★★★★

브라질-중국전은 해가 질 때까지 토요일의 여유를 즐긴 다음,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며 보기에 좋은 경기이다. 승패가 이미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중국을 한국의 라이벌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중국의 성장세와 중국 관중의 응원 능력을 확인할 수도 있겠다.


6월9일(일요일)

코스타리카-터키(인천 18시)★★★☆

멕시코-에콰도르(미야기 15시30분)★★

일본-러시아(요코하마 20시30분)★★★★

비가 오지 않으면 월드컵 보느라 축 처진 몸을 다듬는 시간을 갖기에 좋은 날이다. 등산·수영·배드민턴·조깅 등 어느 운동이든 상관없다. 텔레비전 앞에 앉는 시간은 저녁 8시20분께가 적당하다. 러시아-일본전이 저녁 8시30분에 시작된다. <중앙일보> 손장환 체육부 차장은 “이 날 경기 결과에 따라 일본은 16강 진출이 확정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만하면 이 경기를 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가.





6월10일(월요일)

폴란드-포르투갈(전주 20시30분)★★★★

튀니지-벨기에(오이타 18시)★★

한국-미국(대구 15시30분)★★★★★

오후 3시30분 이후 더 이상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대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 보는 수밖에. 한국·미국 모두 놓칠 수 없는 경기이다. 한국으로서는 패하면 16강 진출이 어렵다. 한국팀의 앞길을 밝혀줄 선수는 누구일까. 안정환이 될지, 황선홍이 될지, 박지성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폴란드-포르투갈전도 보지 않을 수 없는 경기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표정은 한국-미국전 경기 결과에 따라 180°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6월11일(화요일)

세네갈-우루과이(수원 15시30분)★★

프랑스-덴마크(인천 15시30분)★★★

아일랜드-사우디(요코하마 20시30분)★★

카메룬-독일(시즈오카 20시30분)★★★★

전날 한국팀이 미국팀에 이겼건 졌건, 하루 종일 직장에서 축구 얘기만 하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관심 없는 사람들이야 ‘지겹다!’를 연발할 테지만). 만약 6월10일 경기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었다면 독일-카메룬전을 권한다. 김주성 MBC 해설위원은 “대륙간 자존심과, 16강 진출 여부가 달려 있어 볼 만한 경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16강 진출이 불확실해 축구 보기가 귀찮거나 싫다면 쉬어도 좋은 날.


6월12일(수요일)

스페인-남아아프리카공화국(대전 20시30분)★★★

슬로베니아-파라과이(서귀포 20시30분)★★

아르헨티나-스웨덴(미야기 15시30분)★★★

나이지리아-잉글랜드(오사카 15시30분)★★★★

이날부터는 리모컨을 자주 돌려야 한다. 조별 최종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 일어날까 봐 같은 시간에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약체로 평가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16강에 오를지도 흥미거리지만, 죽음의 조에 속한 나이지리아와 잉글랜드 가운데 어느 팀이 살아남을지도 큰 관심거리이다.


6월13일(목요일)

코스타리카-브라질(수원 15시30분)★★☆

에콰도르-크로아티아(요코하마 20시30분)★★

멕시코-이탈리아(오이타 20시30분)★★★

터키-중국(서울 15시30분)★★★☆

거의 모든 조의 16강 진출 팀이 이날 최종적으로 가려진다. 중국은 16강 진출이 가능할까. 그 전의 경기 결과가 좋으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중국 응원단으로 가득 찰 수도 있다. G조의 멕시코-이탈리아전도 눈여겨보아야 할 경기이다. 한국팀이 D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면 이날의 승자(G조 1위)와 16강에서 맞붙기 때문이다.


6월14일(금요일)

폴란드-미국(대전 20시30분)★★★☆

한국-포르투갈(인천 20시30분)★★★★★

벨기에-러시아(시즈오카 15시30분)★★★

일본-튀니지(오사카 15시30분)★★★★

모든 전투가 끝나고 결과가 분명해지는 날이다. 한국은 버거운 상대 포르투갈과 맞붙지만, 경기 내용은 이미 치른 두 경기의 성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다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고, 스포츠 신문이 ‘한국 16강 가능성 있다’는 제목을 뽑으면 한국팀은 이를 악물고 뛰어야 한다. 이날 16강 고지에 오르면 선수들은 포상금 1억원을 확보하고, 군 입대까지 면제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폴란드-미국전, 일본-튀니지전에서 뛰는 선수들의 심정도 한국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흔여덟 경기를 통해 축구가 총소리 없는 전쟁임을 실감했을 것이다. 전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좀더 치열하고, 숨막히는 경기가 남아 있다.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했든 안했든 월드컵을 끝까지 지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컵=한국 16강’이 아니고, 축구공을 두고 일어나는 승리와 패배, 갈채와 야유, 기쁨과 슬픔이 곧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도움을 주신 분:<일간스포츠> 박재영 체육부장· <굿데이> 박동진 축구부장·<중앙일보> 손장환 체육부 차장·허정무 KBS 해설위원·김주성 MBC 해설위원·강신우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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