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직접 흡연하지 않고 간접 흡연에 노출되어도 건강에 나쁜 영향이 미치는가? 최근 남편이 흡연자인 비흡연 여성의 소변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암 물질이 6배나 많이 검출되었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간접 흡연에 노출된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타액에서도 니코틴의 부산물인 코티닌이 다른 직업인보다 더 많이 나왔다.
미국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 5∼16세 어린이 4천3백9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도, 간접 흡연을 한 어린이의 코티닌 혈중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부류연은 흡연자가 담배 연기를 흡입한 후 내뿜는 주류연과 그 성분이 유사하다. 하지만 부류연에는 주류연에 비해 암모니아 73배, 니트로사민 52배, 나프틸라민 39배, 일산화탄소 8배 등 일부 유해 물질이 더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접 흡연이 문제인 것은 이러한 성분이 비흡연자의 안구를 자극하고 두통·기침·비염 증상과 나아가 폐암까지 유발한다는 데에 있다. 또 어린이의 하기도 감염, 소아 천식 악화, 어린이 돌연사 증후군도 유발할 수 있다.
흡연 구역에 2시간 있으면 4개비 피운 것과 같아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금연의 날을 맞아 전세계 어린이의 절반 가량이 매일 간접 흡연에 노출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흡연이 허용된 술집에서 2시간 있는 것은 담배 4개비를 흡연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아무리 공기청정기나 최상의 환기 장치를 사용하더라도 실내의 담배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우며,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허리케인과 같은 강풍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립암센터에는 다른 병원이나 기관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볼 수 있다. 국립암센터는 이미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구내 전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나 방문객들은 센터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재떨이 주위에 모여 담배를 피운다. 7월1일부터는 정부 청사 등이 완전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어서 정부청사 앞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건물내 흡연을 금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식당·카페·술집에서의 흡연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우리나라에서 간접 흡연의 피해는 여전히 심각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천식으로 사망한 한 여성의 어머니가 간접 흡연으로 천식이 악화해 사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서도 간접 흡연에 대한 피해 보상 소송이 점차 늘어날 것임을 시사한다. 간접 흡연 소송에 따른 비용은 실내 흡연을 당연시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이다.
이제 실내에서의 금연은 비흡연자의 당연한 권리이며 모든 국민의 건강을 위한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흡연자의 금연뿐 아니라 장시간 간접 흡연에 노출되어 있는 근로자, 특히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레스토랑과 같은 곳에서의 금연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 뒷받침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