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가서 무얼 하고 노나
  • 글·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2.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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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소중함·친밀감 깨닫게 하는 다양한 놀이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강태우 어린이(12)는 요즘 입이 댓 발이나 나와 있다. 엄마·아빠가 7월 말에 떠날 휴가 여행지를 또 강릉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강릉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피서지 같지만 태우에게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곳에 살고 있어 1년에 예닐곱 번씩 들락거리기 때문에 이젠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이다.



휴가철이면 한국의 거의 모든 가정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휴가와 관련된 모든 권한은 부모에게 있다. 장소·일정·숙식 문제·준비물…. 아이에게는 의견도 묻지 않는다. 돈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늘 부모가 관리하고 부모 마음대로 써야 직성이 풀린다. 교육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아이의 사회성과 자발성을 생각한다면 여행 일정의 많은 부분을 아이에게 맡기라고 충고한다.



‘부모 따로 자녀 따로’면 아무런 의미 없어



먼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참여를 유도한다.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며칠 일정으로 가면 좋을까 하고 묻는다. 자녀가 고학년이라면 여행지에서 쓰는 돈을 맡겨도 괜찮다. 아이가 돈을 지불하고 금전 출납부를 작성하다 보면 자신감도 커지고 사회성도 저절로 익힌다.



아이의 의견을 따라 여행 일정을 잡았다고 해도, 막상 여행 과정에서 부모 따로 자녀 따로 행동한다면 별 의미가 없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놀이연구가 이상호씨는 자녀가 함께 놀이를 하면 “아이들이 부모에게 좀더 친밀감을 느끼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행 과정에서 가족끼리 할 놀이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



먼저 여행길 승용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있다. △즉석 인터뷰/대통령이나 홍명보 선수같이 자녀나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직업을 고른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질문을 퍼붓는다. 자녀의 나이에 걸맞게 질문하는 것이 놀이를 재미있게 이끌어 가는 비결이다.



△스무고개/예전 어린이들이 많이 했던 놀이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동물이나 지명, 혹은 위인·물건·상품을 생각한다. 가령 고양이를 생각했다고 하자.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질문을 던진다. “살아 있는 겁니까?” “네.” “산에서 삽니까?” “아니오” 하는 식으로 스무 번을 물어 정답을 맞히면 된다.



△낭송 대회/술래가 가족들이 낸 주제로 즉석 연설을 하는 놀이이다. 가족 사랑·자연 보호·달나라 여행 같은 주제로 연설할 수 있으며, 아무 의견이나 말해도 된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어야 소화할 수 있는 놀이이다.



△공통점 찾기/술래가 한 물건이나 지명 등의 세 가지 공통점을 나열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히는 놀이이다. 가령 ‘울릉도·제주도·완도’ 하고 물으면 ‘섬’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가장 먼저 맞추는 사람에게 점수를 주고,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상을 주고 낮은 사람에게 벌을 주면 더 활기차게 할 수 있다.



△상대방 칭찬하기/식구들이 돌아가며 서로를 칭찬하는 놀이이다. 반대로 흉보기 놀이도 할 수 있는데 자녀들 입에서 뜻밖의 흉보기 말이 나올 수 있으므로 운전대를 잡은 아빠나 엄마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여행지에서도 갖가지 놀이를 할 수 있는데, 크게 자연을 이용한 놀이와 몸을 이용한 놀이로 나눌 수 있다. 자연을 이용한 놀이로는 풀이나 꽃을 이용한 만들기가 있다. 이 놀이는 아이들에게 계절 감각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평소에 무심히 지나쳤던 꽃과 풀들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알려준다. 더불어 창의력까지 길러준다.



△나뭇잎 슬리퍼/떡갈나무잎을 반으로 접은 다음, 중간 부분을 반달 모양으로 오린다. 그리고 나뭇잎 꼭지를 끼우면 여리지만 예쁜 슬리퍼가 완성된다.

△토끼풀꽃 왕관과 인형/토끼풀꽃을 이어서 차례차례 매듭을 지으면 예쁜 왕관이 된다. 이파리에 눈과 귀처럼 손톱 자국을 낸 뒤, 햇빛에 비추면 잎이 웃는 것 같다.


△달리아 연지/달리아의 붉은 꽃잎이나 연분홍 꽃잎을 입술 모양처럼 자른 뒤 침을 발라 입술에 붙이면, 새색시 입술이 된다.

△풀잎 가면/잎이 크고 둥글넓적한 머위나 오동잎, 연잎에 구멍을 내고 쓰면, 잎줄기가 튀어나와 마치 성난 얼굴처럼 보인다.

△분꽃 목걸이/분꽃을 따서 실로 꿰어 이으면 멋진 목걸이가 된다.
△창포 물레방아/잎이 넓적한 창포나 삑삑이풀을 엮어서 물레방아를 만든다. 그리고 작은 냇가에 걸면 빙글빙글 돌아간다.


△고구마 도장/고구마를 이용해 자신의 이름이나 상징이 될 만한 글자를 새긴다. 감자도 가능하다.

△풀 싸움/질경이 줄기를 서로 엇갈려 잡은 뒤 잡아당긴다. 끊어지면 진다.

△밤나무 이파리 팔랑개비/가운데 줄기를 중심으로 아래위를 떼어낸다. 가운데 부분에 가느다란 나뭇가지나 풀줄기를 꽂고 달리면 바람을 받아 빙빙 돌아간다. 상수리나무나 협죽도 잎으로도 만들 수 있다.
만들기가 지루해지면 다음과 같은 놀이도 오붓하게 즐길 수 있다.

△깃대 세우기/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다. 모래더미나 흙무덤에 젓가락이나 나뭇가지를 세운다. 돌아가며 주위의 흙부터 차례로 걷어낸다. 쓰러뜨리면 입으로 깃대를 세우는 식의 벌칙을 받는다.


△간지럼 태우기/한 편이 입안에 물을 머금거나 머리 위에 책을 올리고 선다. 그러면 다른 팀이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강아지풀 등으로 간지럼을 태워 물을 품게 하거나, 책을 떨어뜨리게 한다. 번갈아 해서 오래 버틴 편이 이긴다.

△얼굴에 붙은 종이 떼기/실내외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놀이다. 우선, 편을 갈라 잘게 찢은 종이를 물에 적셔 상대편 얼굴에 덕지덕지 붙인다. 그런 다음 뒷짐을 진 채 날숨으로 자기네 편의 얼굴에 붙은 종이를 떼어준다. 빨리 떼어내는 팀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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