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 영광 재현 나선 유럽 축구 숨은 강자
  • 김주용(러브월드컵닷컴 대표) ()
  • 승인 200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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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용 진출한 터키 프로 리그의 현주소
이을용 선수(27)가 터키 트라브존 스포르로 이적하고, 설기현 선수 갈라타사라이 이적설이 고개를 들면서 터키 프로 축구 리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02 월드컵과 한국 선수 진출로 한국인들과 가까워진 터키 리그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축구가 터키로 전해진 것은 19세기 말. 면과 담배 무역을 하던 잉글랜드 사람들에 의해서였다. 기록에 따르면, 터키에서 처음 축구 경기가 열린 것은 1875년 살로니카에서였다. 터키에 거주하던 그리스인과 잉글랜드인들이 주로 즐겼던 ‘외국 운동’이 국가 스포츠로 떠오른 것은 1차 세계대전 때였다. 당시 터키팀은 점령국 군인들과 자주 경기를 가졌다. 그때부터 터키인들에게 축구는 스포츠 그 이상이 되었다.


터키의 프로 축구는 1959년 출범했다. 그러나 국민의 열렬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터키 프로 리그의 수준은 그저 그랬다.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던 터키 축구의 실력이 갑자기 는 것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면서부터였다.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로 1996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서 터키 축구는 본격적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터키의 약진에 가장 긴장한 것은 유럽의 프로 클럽들이었다. 역사적으로 터키는 유럽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나라였다. 축구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2002년 현재 터키는 세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다는 유럽축구연맹(UEFA) 랭킹 7위에 올라 있다. 스페인·이탈리아·잉글랜드·독일·프랑스·네덜란드의 프로 팀들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유럽권 랭킹 7위, 2000년엔 UEFA컵 우승도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 연고를 둔 갈라타사라이·피나바흐체·베식타스, 이 세 팀이 독주하는 것이 터키 리그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갈라타사라이는 1959년부터 무려 열다섯 번이나 우승했고, 파나바흐체가 열네 번 우승했다. 베식타스도 아홉 번 우승해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해 왔다. 즉 마흔네 시즌에서 세 팀이 무려 서른여덟 번이나 우승을 나누어 가진 것이다.
세 팀 가운데서도 설기현이 이적할 팀으로 거론된 갈라타사라이는 1905년에 창단한 명실 상부한 터키의 대표 클럽이다. 터키 리그 우승 열다섯 번, 터키컵 우승 열세 번이 말해주듯 터키 축구의 역사라 할 만하다. 또한 2000년 UEFA컵 우승을 거머쥔 갈라타사라이는 유럽 무대에서도 만만치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사실 예전부터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때문에 이탈리아 유벤투스 같은 명문 클럽들도 갈라타사라이의 홈구장에서는 경기하기를 싫어했다. 1988∼1989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000∼2001년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갈라타사라이와 맞붙었던 팀들은 어찌나 혼쭐이 났던지 이제 다시 상대하기조차 꺼릴 정도이다. 현재 갈라타사라이를 대표하는 선수로는 2002년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던 사슈와 다발라 등이 꼽힌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이을용 선수가 입단한 트라브존 스포르 팀은 터키의 북쪽, 흑해 연안의 아름다운 도시 트라브존이 연고지이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터키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관광지이다. 트라브존 스포르 팀은 1967년 창단했다. 베식타스(1903년), 갈라타사라이(1905년), 파나바흐체가(1907년)에 비하면 대단히 짧은 역사를 지닌 팀이다.


그러나 트라브존 스포르는 1974년 터키 슈퍼리그(1부 리그)에 진출해, 1976년 우승을 차지한 이래 10년간 리그 우승을 여섯 번 일구어냈다. 특히 이스탄불 외의 클럽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해 이목을 끌었다. 그래서 트라브존 스포르는 아나톨리아를 대표하는 팀, 터키 축구계를 개혁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1959년 프로 리그가 정식으로 발족한 이후 줄곧 갈라타사라이·베식타스·파나바흐체의 전유물이었던 리그 우승을 처음으로 빼앗았고(1975∼1976 시즌), 그 다음해까지 우승을 차지해 세 팀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팀으로 떠올랐다.


1977∼1978 시즌 파나바흐체에 다시 리그 타이틀을 내주었으나, 1978∼1979 시즌과 1980∼1981 시즌에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트라브존 스포르가 갈라타사라이·베식타스·파나바흐체와 함께 터키 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꼽히는 것은 그같은 화려한 역사 덕분이다. 1983∼1984 시즌 리그 우승을 마지막으로 트라브존 스포르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스탄불의 3대 명문 팀을 제외하고 터키 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지목되고 있다.


터키컵 우승 횟수만 놓고 본다면, 열세 번 우승한 갈라타사라이에 이어 베식타스와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셰놀 귀네스 현 국가대표 감독은 트라브존 스포르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고, 3년 전에는 감독을 맡아 트라브존 스포르를 직접 이끌기도 했다. 관중들의 열기 또한 대단하다.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홈구장은 항상 극성스러운 서포터들로 시끌벅적하다.


트라브존 스포르의 2001∼2002년 시즌 성적은 14위. 1970∼1980년대 초의 전성기를 지나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어느 때보다 전통과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집념에 불타고 있다. 이을용 선수를 영입한 것도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한 시도 중의 하나이다. 그들이 이을용 선수에게 거는 기대는 무척 커 보인다. 그가 터키에 간 뒤 언론은 상당히 비중 있게 그를 다루었다. 터키 리그에서 이을용 선수가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 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그가 월드컵에서 보여준 기량과 성실함을 잃지 않는다면 터키 리그는 그가 꿈을 이루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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