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 신드롬을 떨쳐 내라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2.09.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력에 목 매는 남자들, 괜한 걱정 사서 한다
비뇨기과 의사들은 종종 난처한 일을 겪는다. 서울 명동 이윤수비뇨기과 이윤수 원장도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느 여름날 한 기업의 영업부 김 아무개 부장(39)이 찾아와 남성을 ‘크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원장은 우선 그의 ‘남성’을 진단했다. 크기와 굵기 모두 정상이었다. 당연히 안해도 되겠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그가 침울한 얼굴로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가 영업부장으로 영전한 것은 몇 달 전. 당연히 그는 성취감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업무상 사우나에서 바이어를 만나며 고민이 생겼다. 남성이 작아 남들 앞에 자신 있게 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의기소침해졌다. 그 틈을 노려 남성이 듬직한 부하 직원이 협상을 주도했다. 시기 반 절망 반으로 고민하던 그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키우자’는 쪽으로….



서울 대화당한의원 이은주 원장도 비슷한 환자를 자주 접한다. 얼마 전 찾아온 강 아무개씨(38). 그는 자신을 이름 있는 기업의 중간 간부라고 소개한 뒤, 아침에 남성이 서지 않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원장은 별 문제가 없는 듯해서 “치료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해주었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근심이 가시지 않았다.



며칠 뒤 그가 다시 이원장을 찾았다. 그리고 새벽 발기를 위해 발기 촉진 주사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장이 “왜 그렇게 아침 발기에 집착하느냐”라고 묻자, 그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아침에 그게 서지 않으면 매사가 심드렁하고, 다른 사람 앞에 서는 게 부끄럽다.” 이원장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더불어 남성들의 ‘변강쇠 신드롬’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침 발기 안되면 매사가 심드렁”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어디 강씨뿐인가. 많은 한국의 30∼40대 남성들이 비슷한 고민으로 아내와 ‘밤’을 두려워하고 있다. 늘어나는 스트레스와 과로·성인병, 그리고 성인 비디오와 인터넷 성인 동영상물에 등장하는 우람한 사내들이 남성들의 의기소침을 부채질하는 것 같다.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 최형기 교수(비뇨기과)는 여러 사회적 요소 때문에 “최근 발기 부전과 페니스 크기를 상담하러 오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개 숙인 남성들은 때로 고민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친다. 그 와중에 보신 관광·정력제 남용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그러나 잃어버린 정력을 되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정력이 무엇이기에 수많은 남성의 어깨를 처지게 만드는 것일까.



정력은 간단하게 얘기하면 성기의 발기력과 그것을 유지시켜 주는 힘을 의미한다. 발기력은 외부의 접촉으로부터 시작된다. 가령 시각적인 도발이나 자극적인 향내, 부드러운 접촉 등의 자극을 받으면 남성의 뇌는 발기에 관여하는 신경계·호르몬 분비샘·혈관·근육 등에 명령을 전달한다. 그렇게 되면 음경 해면체 내의 근육이 늘어나면서 압력이 떨어지고, 동맥의 피가 쉽게 흘러들어 간다. 이에 따라 해면체 내의 압력이 점점 증가되어 정맥을 누르면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한 채 괴게 되고, 회음부 근육이 수축됨과 동시에 성기가 빳빳하게 일어서는 것이다.





발기 속도나 지속 시간은 같은 연령대라도 약간씩 다르다. 뇌 속의 성 중추·상상력 중추·공격성 중추가 일으키는 피드백 작용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발기 조직인 해면체를 둘러싼 백막의 작용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백막이 잘 작용하면 해면체에 쉽게 혈액이 들어차지만, 반대로 탄력을 잃으면 혈액이 쉽게 들어가지 못해 발기 속도가 더뎌진다.



많은 남성이 정력에 집착하는 까닭은 잘못된 가치관 교육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성은 어릴 때 전 생애를 규정짓는 태도를 익히고 미래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남자는 울어서는 안된다’ ‘남자는 져서는 안된다’ 따위가 그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은연중 모든 일에 남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는다. 성기의 크기나 정력의 세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또 다른 원인은 과도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성욕이 저하되자, 그것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려는 욕심에서 기인한다. 인체는 우울하거나, 긴장하거나, 과로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매사에 의욕이 떨어진다. 성욕도 매한가지이다. 뇌에서 자극을 받아 인체에 명령을 내리면 인체는 자신이 없어 본능적으로 움츠러든다. 따라서 발기가 잘 안되고 정신력도 약해진다. 그런 문제점을 해소하지 않은 채 정력제나 약 따위로 정력을 보충하려다 보니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서울 포르테비뇨기과 김영찬 원장은 “여권(女權) 신장이 남성들을 정력에 더 집착하게 만들었다”라고 분석한다. 과거에 수동적이던 아내들이 성행위를 할 때 이것저것 요구를 하고, 성 문제 때문에 이혼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남성의 힘’이 더 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들에 따르면, 남성들의 정력에 대한 집착과 크기에 대한 열등감은 섹스를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대부분은 자주, 오래, 강하게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다수 남성은 그들이 짐작하는 것 이상의 정력을 가지고 있다. 지나친 정력은 오히려 정력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



현대 의학은 사람마다 정력의 차이가 나는 원인을 아직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설명한다. 활기찬 성관계가 대부분의 의약품보다 건강 유지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내분비학자들에 따르면, 강도 높은 ‘흥분과 욕망의 게임’은 심장과 순환기를 강화하고, 대동맥에 결석이 생기지 않도록 돕는다. 그런가 하면 혈압을 낮추고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칼로리와 지방의 연소를 강화시킨다. 자극적인 오르가슴은 가장 훌륭한 스트레스 방어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정력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자칫 자연스러운 성행위를 망칠 수도 있다. 바른 성 지식을 통해 변강쇠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일, 그것이 자신의 ‘엔진’에 힘을 더하는 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