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미국 안가도 된다
  • 정윤희 (컴퓨터 칼럼니스트) ()
  • 승인 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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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외국 명문 대학 강의 수강→학위 취득 가능


직장인 김은영씨(32)는 매일 저녁 퇴근 후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다닌다. 수업료도 공짜이다. 서울 하늘 아래서 미국의 대학 강의실을 누비는 것이다.
지난 2001년 평생교육법이 발효되자 새로운 교육 방법으로 사이버 대학이 뜨기 시작했다. 올해 서울디지털대학교·경희사이버대학교·한국싸이버대학교 등 총 16개의 사이버 대학이 약 2만4천여 명의 신입생을 받는다. 사이버 대학은 이제 인터넷에 힘입어 사이버 유학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 강의를 안방에서 마우스를 움직여 가며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마다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은 평균 20만명에 이른다. 심각한 취업난을 겪는 학생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직장인들이 유학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유학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떠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해 지레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 때문에 안방에서 편하게 전세계 강의실을 누빌 수 있는 사이버 유학의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



미국 MIT는 수강료 무료



서울디지털대학교(www.sdu.ac.kr)는 올 3월부터 중국 베이징 대학과 온라인 학위 과정(www.beida-online.com)을 개설한다. 중국 현지에서 강의를 직접 듣지 않아도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오프라인 베이징 대학과 똑같은 학위증서를 받는다(원격 교육 과정이라는 문구만 추가된다). 강의뿐 아니라 학사 일정 대부분이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며 토론이나 채팅도 하고, e메일로 질의 응답을 하기도 한다. 서류 전형만 하기 때문에 입학이 비교적 쉽지만, 중국어를 일정 수준 익혀야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또 온라인 교육 서비스 업체인 에스피에스(www.sps.ac)는 홍콩의 온라인 교육 전문 프로그램 회사인 ‘넥스트에드’와 영국·호주·캐나다의 10개 대학 연합체인 ‘GUA(Global University Alliance)’와 제휴해 세계 유명 20개 대학 2백여 학과의 정규 교육 과정을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경영·IT·회계·영어 등 97개 전공의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운영 중이다.





직장인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은 학위는 사이버 MBA(경영학 석사) 과정이다. KIBN (www.kibn.net)은 스탠퍼드 대학·시카고 대학·컬럼비아 대학과 영국런던정경대학(LSE) 등 세계 유수 대학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한 사이버 대학 ‘카딘 대학’의 MBA 과정을 온라인에서 운영한다. 2년 과정을 마치면 정식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www.imi.or.kr)는 미국 보스턴 대학과 공동으로 이그제큐티브 MBA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는데, 국내 과정을 수강한 뒤 5개월 간은 보스턴 대학에서 공부해야 한다. 이처럼 일부 과정은 온라인으로, 일부 과정은 직접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유수의 외국 대학들이 박사학위의 경우 최소 1년은 캠퍼스 내에서 일정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는 기존 규칙을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 하버드·스탠퍼드 대학 등의 박사학위도 온라인으로 취득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얘기이다.
사이버 유학도 대부분 수강료를 내야 하지만 공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의 오픈 코스 웨어(Open Course Ware) 서비스가 바로 그것. 최신 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현재는 인류학·경제학·정치학·생물학 과정을 운영중이다. 앞으로 교육 과정을 점차 늘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유명 교수 수백명의 강의를 생생하게 공짜로 볼 수 있지만 별도로 학위를 받지는 못한다. 취업이나 평생 직장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이버 유학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이 있다. 우선 비용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편하게 명문 대학 강의를 접할 수 있다. 또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동영상을 이용한 다양한 수업 방식으로 즐겁게 학습할 수 있다. 전문 분야의 자격증과 학위를 받을 수 있어 실용 측면에서도 권장할 만하다.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듣기 때문에 ‘안면’으로 학위를 취득하기는 어렵다. 자율적인 온라인 수업이라고 해서 만만히 보다가는 큰코다친다.





인가된 기관인지 꼭 확인해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인터넷을 통해 취득한 학위를 일반인들이 높이 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이버 대학 교육이나 사이버 유학을 마친 후 받은 학위와 정규 대학에서 받은 학위의 무게가 같아지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또한 사이버 유학이 쉽고 편리한 만큼 수강생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도 많다. 듣고자 하는 강의 과정이 정식으로 인가받은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중간에 듣던 과정이 사라지거나 과정을 마친 후 학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황당한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 각국 대사관을 통해 해당 대학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미국 대학의 경우 교육부 산하 6개 인가 기관에 e메일이나 전화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대학정보화 활성화 종합 방안, e-캠퍼스 비전’에 따르면, 2007년까지 전국 대학 강의실의 70%를 인터넷으로 연결할 예정이다. 온라인 강좌를 늘리고 PC를 갖춘 e-강의실을 구축해 전국을 디지털 캠퍼스로 만들겠다고 한다. 교육은 이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변신하는 중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이 일심 동체가 되어가기 때문에 유학 티켓에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마음 한 켠에 묻어두었던 학구열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정보와 지식을 전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사이버 유학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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